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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하라, 은퇴하면서도 망언

중앙일보

입력

과거사 왜곡 망언으로 악명 높은 일본 극우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ㆍ82) 차세대당 최고고문이 16일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미움 받다 죽고 싶다”는 말로 정계를 은퇴했다. 중의원 9선으로 도쿄도지사(1999~2012)를 지낸 그는 위안부와 관련, “가난한 시대에 이익이 나는 장사인 매춘을 선택한 것”이라 주장하는 등 ‘망언 제조기’로 불렸다. 도지사 시절엔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 釣魚島) 열도 매입 주장을 펴 중ㆍ일 긴장을 고조시켰다.

그는 16일 도쿄 일본기자클럽 회견에서도 중ㆍ일관계 악화에 대해 질문한 중국인 기자에게 “싸움을 거는 것은 저쪽(중국)”이라며 “공산당 독재를 무너뜨리면 중국인들도 행복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이날 일본에서 중국을 낮추어 부르는 말인 ‘지나(シナ)’라는 표현을 수 차례 사용해 17일 중국 인터넷에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한때 극우정당 일본유신회를 함께 이끌다 결별했던 또 다른 ‘망언 정치인’ 하시모토 도오루(橋下徹)에 대해선 “천재”라면서 “그렇게 연설을 잘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젊은 시절의 히틀러 같다”는 비유를 내놨다. 고령을 은퇴 이유로 든 그는 “미련이 하나 있다면 (정계에 있는 동안) 헌법이 한 글자도 개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화창한 기분으로 정계를 떠난다”고 했다. 14일 총선 결과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마이니치(每日) 신문 조사에 따르면 총선 당선자의 83%가 평화헌법 개정에 찬성 뜻을 밝힌 바 있다. 16일 회견에 대해 산케이(産經)신문 등 일본 보수매체는 “역시 마지막까지 이시하라답게 끝맺었다”고 평가했다.

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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