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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영웅 2인 … 진압 중 목숨 던져 다른 인질 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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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토리 존슨(左), 카트리나 도슨(右)

15일(현지시간) 오전 호주 시드니 도심에서 발생한 인질극은 16시간 만에 3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하며 막을 내렸다. 사망자는 인질범인 이란 출신의 만 하론 모니스(50), 인질로 억류됐던 토리 존슨(34)과 카트리나 도슨(38)으로 확인됐다.

 상황은 16일 새벽 2시10분에 발생했다. 인질극 현장인 마틴플레이스의 린트 초콜릿 카페 안에서 총소리가 나면서 뉴사우스웨일스(NSW)주 경찰의 진압작전이 시작됐다. 경찰 측으로선 예상 못한 사태였지만 내부에서 총소리가 들리면 진입한다는 작전계획에 따라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여러 발의 섬광탄이 터진 뒤 경찰특수부대가 내부로 진입했다. 예닐곱 명의 인질들이 뛰쳐나왔다. 이후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아직 조사 중이지만 약 40분 후 경찰은 상황 종료를 선언했다.

 시드니모닝헤럴드(SMH)는 린트 카페의 매니저였던 존슨과 변호사이자 세 아이의 엄마였던 도슨이 인질범을 제압하고 인질을 보호하려다 희생됐다고 보도했다. 존슨은 인질범이 잠시 조는 틈에 총을 빼앗으려 시도했다가 실패하면서 깨어난 범인과 몸싸움을 벌이다 가슴에 총을 맞았다. 이 총성이 진압작전 직전의 총소리로 추정된다. 맞은편 빌딩에서 근무하는 도슨은 임신 중인 동료를 맨몸으로 감싸서 보호하다 대신 총에 맞았다. 그는 병원으로 후송 도중 숨졌다. 그가 인질범의 총에 맞았는지, 경찰의 총에 맞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사건 현장 앞엔 시민들이 모여들어 헌화하며 이들을 추모했다. 피터 코스그로브 호주 총독 부부, 마이크 베어드 뉴사우스웨일스 주총리가 이곳을 찾았고, 호주 무슬림 단체도 추모의 발길을 이었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도 카페 앞을 찾았다. 그는 부인과 함께 헌화하고 “도슨과 존슨의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그들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추모했다. 시드니 시내엔 조기가 게양됐다.

 한편 모니스의 범행 동기와 배경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1996년 호주로 정치적 망명을 한 그는 다른 이란인들처럼 시아파 교도였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그는 수니파로 전향했다. 그는 홈페이지에 “나는 ‘라피디(‘거부당한 자’라는 뜻으로 수니파가 시아파를 경멸적으로 부르는 말)’였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며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지도자인 아부 바크 알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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