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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만 "아내 사생활 악소문 돌아 미행 믿게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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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윤회 동향 문건’과 관련해 15일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박지만 EG 회장은 10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뒤 16일 새벽 귀가했다. 박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김상선 기자]

박지만(56) EG 회장이 15일 검찰 조사에서 “‘정윤회(59)씨가 오토바이 기사를 시켜 미행했다’는 지난 3월 시사저널 기사는 사실이 아니지만 나와 가족들이 미행당하고 있다고 의심했던 건 사실”이라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미행설의 실체가 있는지와 실체가 없다면 누가 의도적으로 미행설을 유포한 것인지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이 청와대에서 지난 4월까지 대통령 친·인척 관리 및 감찰을 담당했던 조응천(52)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정윤회씨를 다시 소환하기로 한 것도 박 회장의 진술 때문이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전날 조사에서 “지난해 12월 나를 미행하던 오토바이 기사를 붙잡아 ‘정윤회씨가 지시했다’는 자술서를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따라서 자술서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지난해부터 청와대와 여권 인사 여러 명에게서 나와 가족에 대한 미행 얘기를 들었다. ‘정윤회씨 측이 미행하니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당시 아내(서향희 변호사) 등 가족의 사생활과 관련한 각종 악소문이 돌아 가족을 미행한다고 믿게 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특히 세계일보 기자에게서 청와대 유출 문건들을 건네받으면서 ‘정윤회 미행설’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고 한다. 문건 대부분이 부인 서 변호사에 관한 동향 보고서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박 회장은 지난 3월 23일 시사저널 보도가 나온 후 며칠 뒤 정씨가 자신을 찾아와 “미행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생각해 “가증스러웠다”고 측근들에게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검찰 조사에선 자신에게 정씨 측 미행설을 경고한 청와대나 여권 인사들의 신원에 대해선 함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에게 ‘정씨가 미행을 한다’고 전한 청와대 및 여권 인사가 누구인지 추적해 박 회장에 대한 미행이 실제로 있었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이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근무하던 당시 박 회장에게 미행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고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을 추가로 불러 미행설과 관련된 내사 자료 등을 박 회장에게 전달한 적이 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정윤회씨를 상대로 박 회장이 정씨의 미행을 의심했다고 진술한 정황이 사실인지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과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에게 문건 유출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 문건은 조응천 전 비서관을 통해 청와대에 제출했다”고 밝힘에 따라 조 전 비서관을 상대로 이 부분을 확인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특히 남재준 전 원장에 대해선 “아예 모르는 분”이라고 했다고 한다. 앞서 남 전 원장도 “서로 모르기 때문에 연락한 적이 없다”고 했다.

 박 회장은 세계일보 조모 기자로부터 지난 5월 12일 건네받은 소위 ‘서향희 동향’ 문건들에 대해선 “조응천 전 비서관을 통해 청와대에 제출했기 때문에 갖고 있지 않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글=정효식·윤정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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