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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아 고마워" … 김승혁, 사랑도 잡고 천하도 얻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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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승혁(28)은 올해 국내 남자 프로골프의 최고 스타다. 2005년 데뷔 이후 9년 만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 대상과 상금왕을 차지했다.

 김승혁은 한국 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활약 중인 연인 양수진(23·파리게이츠) 덕분에 더욱 빛난다. 올해 한 의류업체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딴 제품을 출시하며 패션 디자이너로 데뷔한 양수진이 김승혁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직접 챙겨주고 있다. 김승혁은 “수진이의 패션 센스가 남다르다”며 싱글벙글 웃었다. 그림 솜씨가 뛰어난 양수진은 골프공에 예쁜 그림을 그려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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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월 베트남 전지훈련지에서 사랑이 싹튼 이 커플은 올 겨울에도 함께 내년 시즌을 준비한다. 김승혁과 양수진은 1월 15일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김승혁은 “지난번에는 각자 다른 팀으로 갔는데 올해는 수진이가 우리 캠프에 동참하면서 함께 훈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김승혁이 최고 성적을 거둔 반면 양수진은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김승혁이 2승을 거두는 동안 양수진은 우승 없이 상금랭킹 26위에 오르는데 그쳤다. 2010년 2승을 거뒀고, 2011년부터는 해마다 1승씩을 올렸지만 올해는 유달리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둘은 내년 연말에는 동시에 시상식 무대에 오르는 꿈을 꾸고 있다.

 골프 스타 커플은 장점이 많다. 김승혁은 기술적인 요소들을 지도해 주고, 양수진은 마인드 컨트롤 등 정신적인 면에서 힘을 준다고 한다. 남자 대회장을 자주 찾았던 양수진은 “다양한 쇼트게임 기술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둘 다 승부욕이 강해 자존심 대결이 벌어지기도 한다. 김승혁은 “둘 다 프로골퍼라서 미묘한 경쟁 심리가 있다. 함께 라운드를 하면 작은 액수의 돈 내기를 하는데 한 치 양보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김승혁은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데 돈을 따는 사람이 밥을 산다”고 말했다.

 오랜 무명의 터널에서 벗어난 김승혁은 요즘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한다. 지난 5월 SK텔레콤 오픈에서 프로 첫 승을 신고한 그는 10월 한국오픈도 석권했다. 시즌 최종전인 신한동해오픈 마지막 홀에서는 극적인 10m 버디로 대상 포인트 부문에서도 1위로 올라섰다. 김승혁은 “대상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협회 관계자가 알려줘서 알았다. 아직까지 꿈을 꾸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실망스런 시즌을 보낸 양수진도 내년엔 달라질 거라고 믿는다. 남자친구 덕분에 기술적으로 발전한데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았기 때문이다. 양수진은 “여자골프계엔 해마다 쟁쟁한 신인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지만 나도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겨울 훈련을 충실히 해서 내년엔 꼭 우승 트로피를 안겠다”고 말했다.

 국내 무대를 정복한 김승혁은 내년 목표를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상금왕으로 잡았다.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선 쇼트게임 보완이 필요하다. 그는 “퍼트의 기복이 심한 편이다. 거리도 10야드 정도 늘려 300야드는 때려야 세계 무대에서도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혁은 “아직 내가 원하는 골프에 80%밖에 도달하지 못했다. 올해의 성취를 다 잊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출발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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