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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핸드백 제조 세계 1위…30년 외길 기업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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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느는 브랜드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과 제작, 마케팅까지 명품 핸드백 브랜드의 모든 영역에 관여한다. [사진 시몬느]

코치·DKNY·마이클코어스·마크제이콥스·케이트스페이드,토리버치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럽 명품 브랜드 및 미국 디자이너 라인 핸드백을 만드는 회사가 한국에 있다.

경기 의왕시에 있는 시몬느(www.simone.co.kr)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회사지만 해외 명품 핸드백 브랜드 업체들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회사 설립 후 27년간 단순한 위탁가공이 아닌 디자인과 소재까지 제안하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만 고집했던 회사다. 지금은 유럽이나 미국의 브랜드 회사들이 먼저 시몬느를 찾아온다고 한다. 웬만한 글로벌 명품 백은 대부분 이 회사가 만들어 수출한다고 보면 된다. 시몬느가 만드는 핸드백 물량은 연간 2100만개. 올해 예상 수출액은 7억7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핸드백시장의 9%로 단연 1위다. 창사 후 연평균 성장률 21.5%, 2014년 영업이익률 18% 이상이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1년 3728억 원이던 매출은 2012년 4816억원, 지난해 6371억원, 올해는 8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봉제업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 업종에서도 보기 드문 실적이다.

이런 시몬느를 이끄는 박은관 회장(사진)이 지난 5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51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글로벌 명품 핸드백시장의 ‘얼굴 없는 세계 챔피언’ 시몬느와 박 회장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박 회장은 패션과 핸드백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었던 1987년 ‘시몬느’ 상호로 핸드백 제조 회사를 차렸다. 당시만 해도 고급 핸드백은 메이드 인 프랑스나 이탈리아 아니면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처음부터 럭셔리 브랜드 핸드백을 겨냥했다. 미국 톱 디자이너 브랜드 도나카란(DKNY)이 첫 타깃이었다. 아시아의 이름 없는 기업이라는 핸디캡에 굴하지 않고 도나카란을 끈질기게 설득해 마침내 일을 맡는 데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시몬느는 ‘Made in Asia’산 명품 핸드백을 만든 첫 회사가 됐다. 이후 해외 명품 핸드백시장에서 유명세를 떨치며 박 회장은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이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시몬느는 쉽게 말해 명품브랜드의 ‘풀 서비스’ 컴퍼니라 할 수 있다. 브랜드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과 제작, 마케팅까지 명품 핸드백 브랜드의 모든 영역에 관여한다. 하드웨어인 제조 노하우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격인 소재와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제안한다.

현재 시몬느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3개 국가에 7곳의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해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총 2만6000여 명에 달한다. 홍콩과 미국에 지사를, 그리고 많은 핸드백 소재를 개발, 수급하는 이탈리아에는 에이전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핸드백 박물관을 열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시몬느는 한국에 뿌리를 둔 글로벌 명품 핸드백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 이 회사는 강남 도산공원에 지상 4층, 지하 4층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내년 9월 14일 자체브랜드 ‘0914’를 정식 론칭할 예정이다.

배은나 객원기자 en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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