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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장애인 집에 불났어요” … 집안 센서가 감지해 119로 연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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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시각장애인인 이종우(가명)씨는 식탁에서 넘어져 대퇴부가 골절되는 큰 사고를 당했다. 혼자 살고 있었지만 다행히 그때 활동보조인이 옆에 있었기 때문에 장애인응급알림e를 이용해 119에 신고해 도움을 받았다. 이종우씨 집에는 전화가 없었기 때문에 장애인응급알림e가 아니었더라면 큰 낭패를 당할 뻔 했다.”

 장애인응급알림e 전담인력으로 활동하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안동시지회 신순미 대리가 전하는 경험담이다.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인 외진 마을에 사는 중증장애인 강성명(가명)씨는 장애인응급알림e 장비를 지역센터와 소방서에 연결하는 통신망의 상태가 일시적으로 좋지 않을 때에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아내가 가스레인지에 음식을 올려놓고 밭에 나간 사이 음식이 졸아붙어 불이 날 것만 같았다. 강성명씨는 하체를 움직일 수 없는 지체하지기능1급의 장애인이어서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기를 막연히 기대하며 고래 고래 소리만 칠 수 있을 뿐, 다른 방도가 없었다. 하필이면 그때 통신 상태가 좋지 않아 장애인응급알림e 장비를 통해 지역센터와 소방서로 메시지가 전달되지 못했다. 다행히 집 근처 밭에서 일하던 동네 사람이 고함소리를 듣고 쫓아와 위기를 모면했다.” 강성명씨는 이 일이 있은 직후 광폭수신기를 달아 통신 장애로 인해 메시지가 전달되지 못하는 위험을 해결했다.

 장애인응급알림e는 화재나 가스 누출 등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혼자 대처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관리체계다. 집안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가까운 소방서나 지역센터에서 응급 상황을 감지하거나 중증장애인 본인이나 활동보조인 등이 응급호출기나 게이트웨이로 보낸 도움 요청을 받아 신속하게 출동·구조활동을 할 수 있게 한 응급안전서비스다. 중증장애인을 생활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20개 시·군·구에 걸쳐 2000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에 78개 시·군·구에서 7600명이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확대할 방침이다.

 장애인응급알림e 서비스는 ‘최중증 독거·취약가구 활동지원 수급자’에게 가장 먼저 혜택을 준다. 이어 ‘중증 독거 및 취약가구 수급자로서 상시 보호가 필요한 자’가 그 다음이며, ‘지자체의 장이 상시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비수급 중증장애인(1~3급)’이 3순위다.

 이 서비스를 받으려면 시·군·구에 신청하거나 보건복지부 콜센터 129로 문의하면 된다. 신청은 연중 수시로 할 수 있다.

 대상자가 되는 중증장애인의 집에는 화재감지기·가스누출경보기·활동감지센서·응급호출기·게이트웨이 등의 장비가 설치돼 중증장애인을 지켜준다. 장비는 무료로 설치해 준다. 전기료는 한 달에 100원 정도 발생한다.

 장애인응급알림e 운영은 각 지역센터에서 맡고 있다. 지역센터에서는 전담인력이 장애인응급알림e 서비스를 담당한다. 센서 등 장비가 항상 원만히 작동하는지 확인한다. 센서 메시지가 접수되면 먼저 전화를 걸어 확인한다. 전화를 계속 받지 않으면 직접 방문해서 확인한다. 또 주기적으로 활동 상태를 확인하고 움직임이 없으면 전화를 하거나 방문해 안전을 확인한다.

 지역센터에서는 장애인응급알림e 서비스를 받는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세심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쓴다. 이를테면 집안에 멀티탭이 없어서 다른 전기기구를 사용하기 위해 게이트웨이 콘센트를 빼놓는 경우도 있다. 잠시 동안이라지만 이럴 때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하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지역센터에서 운영비로 멀티탭을 구입해 주기도 한다.

 “장애 유형에 맞춰 센서기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기가 개발됐으면 한다”고 신순미 대리는 전담인력으로서 현장에서 느낀 점을 말했다. 이를테면 농아의 경우 센서 작동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화상통화가 가능한 기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지역센터를 운영 중인 시·군·구는 서울시 강서구·마포구, 경기도 성남·수원·안산·의정부, 충북 충주, 충남 부여·천안, 대구 달서구·북구·서구, 울산 남구·동구·중구·북구·울주군, 경북 안동, 전북 전주, 제주 제주시 등이다.

  김승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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