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조현아 파문' 대한항공, 기업문화 혁신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지난 5일 미국 뉴욕에서 이륙 준비에 들어간 여객기를 회항시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16일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국토부는 대한항공에 대한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운항 담당자가 아님에도 위력으로 비행기를 후진시킨 조 전 부사장의 행동에 대한 법적·행정적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국토부는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이 ‘승객은 항공기와 다른 승객의 안전한 운항과 여행에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된다’라는 항공보안법 제23조(승객의 협조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토부는 항공보안법 제46조(항공기 안전운항 저해 폭행죄)에 대한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의 법리적 판단에 따르기로 하고 그동안의 조사 자료 일체를 검찰에 송부했다. 국내외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하고 여론의 뭇매를 맞은 회항 사태가 승객의 안전과 편익에도 위해를 가했다고 정부가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국토부가 조 부사장 한 명을 고발하고 대한항공에 불이익을 준다고 이번 사건으로 단단히 상처를 입은 고객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느냐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당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 전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재발 방지책을 내놔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기업문화 혁신이다. 최종 책임은 사건을 일으킨 조 전 부사장이 져야겠지만 고객의 편에 서서 비합리적인 행동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기업문화도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정당한 절차와 합리적인 판단 근거도 없이 누군가의 일방적인 지시로 비행기가 되돌려질 수 있는 권위적이고 비합리적인 기업문화는 반드시 청산해야 할 구시대의 적폐다. 진정으로 고객을 위한 항공사로 거듭나려면 이것부터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 합리적인 기업문화는 가장 효과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은 서비스의 본질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서비스의 핵심은 고객에 대한 배려와 예절일 것이다. 대한항공은 고객 서비스 매뉴얼이 아니라 승객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부터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