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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 놓는 틈틈이 레고 쌓는 남자 … 충무공상 석 달 걸렸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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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의도 63빌딩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작품. [주요섭 씨 제공]
주요섭씨가 레고 ‘충무공 이순신 장군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서울 세종문화회관 지하 ‘충무공 이야기’ 전시장에 이순신 장군상이 우뚝 선다. 그런데 높이가 1.5m에 불과하다. 재료도 1만285개의 레고 조각이다.

 내년 2월 22일까지 특별전시되는 ‘레고 아티스트’ 주요섭(33)씨의 ‘작품’이다. 이순신 장군상은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열렸던 ‘브릭코리아 컨벤션 2014’에서 메인 작품으로 선정됐다. 레고 아티스트는 설명서를 보지 않고 자신 만의 설계에 따라 레고를 갖고 새로운 형상을 만드는 사람이다.

 주씨는 “레고에서 출시한 ‘자유의 여신상’을 본 뒤 ‘이순신 장군상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지난해 사진 수백 장을 참조해 설계했다”며 “그러나 수백만 원으로 예상되는 재료비가 감당이 안 돼 실제 조립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주변 지인들이 조금씩 후원해 재료비를 마련했다. ‘충무공 이야기’에서의 특별전시도 지인이 알아봐 줬다.

 주씨는 효사랑전주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다. 석 달 간 하루 보통 3~4시간, 많게는 6~7시간을 투자한 끝에 지난달 이순신 장군상을 완성했다.

 주씨가 처음 레고를 접한 건 5살 때다. 당시 아버지가 사준 레고에 푹 빠졌다고 한다. 그는 “중고교 시절 공부 때문에 레고를 한동안 접었는데 2002년 ‘브릭인사이드’라는 창작 레고 인터넷 동호회를 발견한 뒤 창고에 보관했던 레고를 다시 꺼냈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작은 서울 월드컵 경기장·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여의도 63빌딩 등 레고 건축물이다. 이에 대해 “한때 건축과 진학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래서인지 건축물을 만드는 게 가장 재밌다”고 말했다. 이 작품들은 현재 제주 토이랜드에 상설전시 중이다.

 그의 실력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달 미국서 출간한 도록(圖錄) 『뷰티풀 레고 2』에 그의 작품 2점이 전 세계 유명 레고 아티스트 140명 작품들과 함께 실렸다.

 주씨는 “가족들 모두 내 취미를 인정한다”며 “아내뿐만 아니라 장인어른, 장모님도 지지한다”고 말했다. 동호회의 다른 회원들이 부러워할 정도란다.

그는 ‘성인이 아직도 장난감을 갖고 노느냐’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 “불특정한 레고 조각을 철저히 계산한 과정을 거쳐 원하는 모습으로 조립하는 작업”이라며 “비율·구조·내구성 등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선 창작예술 활동으로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글=이철재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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