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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야 집중 잘 된다고? 공부방 밝게 해야 인지기능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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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빛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어둠을 밝혀주지만 잘못 사용하면 눈 건강을 해치고 생체리듬을 교란시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공간에 따른 적절한 조명 사용법이 건강을 지키는 열쇠다. 겨울은 일조량이 줄고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공 빛에 노출되는 양이 많아지는 때다. 건강을 밝히는 실내조명 사용법을 알아본다.

Step 1 직접조명(천장등)과 간접조명(스탠드)으로 공간 밝기 조절

빛은 눈 건강·수면·생체리듬·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먼저 공간별·작업별로 일의 능률을 끌어올리고 정서를 안정시키는 밝기(럭스·LUX)가 다르다. 럭스는 1m 거리에 있는 광원이 단위면적(1㎡)에 비추는 밝기다. 1럭스는 촛불 하나를 켜놓은 것과 같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정기영 교수는 “낮에는 밝은 빛을 쬐고 밤에는 서서히 조명의 밝기를 낮춰 은은한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수면이 자연스럽게 유도된다”고 말했다.

실내에서 조도(빛의 밝기)는 어떻게 맞출까. 우리나라는 보통 조명원이 공간마다 하나라서 조도가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천장에 달린 직접조명을 주 광원으로 하고, 플로어·테이블 스탠드 같은 간접조명으로 조도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천장의 직접조명만 사용하면 광량이 실내 구석구석 균등하지 못하다. 간접조명을 함께 쓰면 실내 전체의 밝기를 균등하게 맞춰 눈의 피로를 줄인다. 스탠드는 빛이 눈에 직접적으로 닿아 눈부심이 발생하지 않도록 갓을 씌운다.

일반적으로 10와트(W)짜리 전구식 형광등 하나는 70럭스다. 공간이 넓고 전등에서부터 바닥까지의 거리가 멀수록 밝기가 낮아지기 때문에 더 높은 와트의 등이나 더 많은 수의 전구가 필요하다. 침실에서는 70럭스의 취침등이 적절하고 거실에서는 150럭스 정도의 밝기가 좋다. 침실에서 자기 전 독서를 즐긴다면 밝은 등의 스탠드를 부수적으로 활용한다.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는 400~500럭스가 적당하다. 재봉틀·수공예 같은 세밀한 손작업을 할 때는 700~1000럭스가 알맞다.

고려대 안암병원 안과 서영우 교수는 “작업할 때 조명이 충분치 않으면 더 많은 빛을 받기 위해 동공이 확장되고 수정체가 두꺼워지면서 약간의 근시 상태가 된다”며 “사물을 보는 것이 힘들고 눈의 피로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무조건 밝은 빛이 능사는 아니다. 일상에서 1000럭스 이상의 조도는 눈부심을 일으켜 쉽게 피로해진다.

Step 2 공부방에는 집중력 높이는 차가운 푸른빛. 침실은 주황빛 전등

빛의 온도(캘빈·K)는 정서·인지에 영향을 미친다. 온도가 낮을수록 붉은 계열의 따뜻한 색감을, 높을수록 푸른 빛의 차가운 색을 띤다. 정기영 교수는 “공부방에서는 색온도가 높을수록(차가운 푸른빛, 쿨화이트)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한낮의 밝은 태양과 같은 6000K 정도의 색온도다. 정 교수는 “밝은 빛에 있으면 인지기능이 높아지고 업무 생산성이 높아진다”며 “반면에 밤에는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를 가장 많이 억제하는 색상”이라고 말했다.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쓰는 것을 삼가라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빛이 숙면을 방해한다. 침실은 휴식을 위한 장소이므로 석양빛처럼 색온도가 2000~3000K으로 낮은 주황색 계열의 조명이 눈에 자극을 주지 않는다. 해가 질 때의 색온도와 비슷하다. 조도(빛의 밝기)는 70럭스로 줄이면 안정감이 높아진다.

한국조명연구원 임종민 박사는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저녁에 두 시간 동안 6500K의 빛과 3000K의 빛에 노출시켰더니 6500K의 불빛에서 멜라토닌 분비가 더 강하게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푸른색을 내는 빛에 생체리듬이 더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Step 3 잘 때는 모든 인공조명 차단하고 암막커튼 치기

야간 조명은 ‘빛공해’라 불릴 만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야간의 인공 빛은 멜라토닌의 분비를 억제해 생체리듬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잠을 잘 때는 모든 조명을 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가 성인 남성 23명을 대상으로 빛이 전혀 없는 방과 5~10럭스의 빛이 있는 방(1럭스=촛불 1개)에서의 수면을 비교했다. 그 결과 빛이 있는 방에서 잔 사람은 총 수면 시간이 줄고 잠든 후 깨는 증상이 더 많았다. 또 얕은 수면 단계가 늘었다. 약한 빛이었지만 인지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들의 뇌 활성도와 부위를 비교했더니 빛 공해가 있는 방에서 잤던 사람이 대조군보다 뇌 활성도가 떨어졌다. 이헌정 교수는 “적은 양의 빛이더라도 수면의 양과 질을 악화시키고 인지기능을 떨어뜨리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간 조명은 눈 건강도 해쳤다. 서영우 교수가 27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빛 노출이 눈 피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는데 빛 공해가 있는 방(5~10럭스)에서 잠을 잔 사람은 안구 건조 증상이 증가했고, 눈의 피로감·통증을 호소했다. 이뿐 아니라 초점을 맞추기 어렵다는 증상도 있었다. 서 교수는 “눈을 감고 있어도 눈꺼풀을 통해 빛이 들어오면서 동공 수축을 일으키고, 생체시계에 영향을 줘 눈 피로를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깥의 가로등·간판 불빛이 침실까지 들어온다면 빛을 차단하는 암막커튼을 활용한다.

정기영 교수는 “숙면을 취해야 낮에 높았던 혈압·당이 떨어지는데 깊이 못 자고 자주 깨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혈압을 올리고 혈관을 수축시킨다”고 말했다. 2차적으로 고혈압·당뇨 유병률이 높아지고 심장질환이 오기 쉽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빛 공해를 발암물질로 인정해 야근을 2급 발암 요인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Step 4 노부모 방은 400럭스로 밝게, 서재는 전체등·스탠드 함께 켜야 집중력 높여

일반적인 실내 조명은 250~300럭스지만 노부모의 방은 300~400럭스로 밝게 해줘야 한다. 서영우 교수는 “나이가 들면 명암에 순응하는 눈의 능력이 떨어지고 수정체가 빛을 투과하는 양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정기영 교수는 “특히 치매 노인은 어두우면 환각·착란 증상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재·공부방처럼 근거리 작업을 할 때는 방 전체 조명을 밝게 하고 스탠드 같은 보조 조명을 쓰는 것이 좋다. 어두운 곳에서 집중이 잘된다는 생각에 조명을 어둡게 하고 컴퓨터 모니터나 스탠드만 밝게 켜는 경우가 있다. 서영우 교수는 “눈이 응시하는 화면과 주위 환경의 대비가 심하면 눈이 피로해진다”고 말했다. 모니터의 화면과 스탠드의 밝기가 주변 환경과 비슷할 때 눈이 덜 피로하다. 그뿐 아니라 주위가 어두우면 신체는 밤이라고 판단해 멜라토닌을 분비하고 졸음이 오게 한다. 반대로 밝은 조명 아래서는 멜라토닌을 억제해 졸음이 오는 것을 예방한다.

공간별 조명, 이렇게 사용해 볼까요

침실 석양빛처럼 색온도 2000~3000K인 주황색 계열의 60~150럭스 빛이 수면 유도. 독서를 위한 밝은 등은 스탠드를 활용. 수면 시에는 인공조명 모두 끄고 창문 밖으로 가로등빛 새어 들어오면 암막커튼 활용.

노부모방 나이가 들면 눈에서 빛 받아들이는 양 줄어들어 넘어지거나 부딪칠 수 있으므로 300~400럭스의 밝은 빛에서 생활. 특히 치매 노인은 어두우면 환각·착란 증상 올 수 있음.

서재·공부방 직접등(천장등)과 간접등(스탠드) 모두 켜야 집중력 높아짐. 주변은 어두운데 스탠드만 켜놓으면 눈 쉽게 피로해지고 졸음. 푸른색 계열의 높은 색온도(6000~8000K·쿨화이트)가 집중력 높여. 

어린이방 낮에는 자연광 아래서 어린이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자연광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는 적절한 간접등으로 실내 밝기를 균등하게 조절.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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