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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 페라리 축제 … 오너들의 속도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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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호 08면

2 페라리의 신형 슈퍼카 FXX K가 야스 마리나 서킷 위를 달리고 있다. 대당 41억 원을 호가하는 이 자동차는 페라리 몬디알리에서 처음 공개됐다. 40대 한정생산됐으며 이미 판매가 끝난 상태다.
1 FXX K에 탑승하는 페라리의 테스트 드라이버 라파엘 드시모네.

6일(현지시간) 오후 3시.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수도 아부다비가 자랑하는 야스 마리나 서킷(Yas Marina Circuit) 위에 20여 대의 페라리 458차량이 도열해 있다. 페라리 458이탈리아를 경기용으로 개조한 차(458챌린지 EVO)들이다. 출발을 알리는 푸른 신호등이 들어오자 일제히 질주를 시작했다. V8엔진(4499cc, 최대 570마력)을 탑재한 스포츠카들답게 “윙윙”하는 굉음이 났다. 페라리 국내 수입사인 FMK의 최지연 실장은 “458이탈리아의 최대 시속이 325㎞니까, 경기용으로 개조된 차량인 458챌린지 EVO의 속도는 그보다 더 빠르지 않을까한다”고 말했다.

유럽 밖 첫 개최 … UAE ‘페라리 몬디알리’를 가다

심장을 고동치게 하는 굉음은 끝없이 이어졌다. 이제 막 관람석 앞을 지나갔나 싶었던 차들이 어느새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굉음을 내며 질주를 이어갔다. 귀마개 없이는 경기를 편히 지켜볼 수 없을 정도였다. “쎄엑”하며 달려가는 자동차를 보고 있노라면 흡사 전투기가 날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총연장 5.554㎞ 짜리 서킷을 25바퀴 도는 경기는 40분여 만에 끝이 났다. 초반부터 선두권을 지키던 하얀색 페라리가 우승자로 결정됐다. 이탈리아 드라이버인 막시밀리아노 비안키가 그 주인공. 14초 뒤에 두 번째 차량이 들어왔다.

경기가 끝난 다음에는 서킷 앞에서 시상식이 이어졌다. 시상대 주변에선 그를 둘러싸고 샴페인을 뿌리는 등 축하가 계속됐다. 여기까진 여느 자동차 경기와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이날 서킷을 달궜던 드라이버들은 모두 그 차의 오너들이다. 포뮬러 원(F1)의 황제 미하일 슈마허같은 전문 레이서가 아니라 아마추어인 페라리 오너들이 직접 자신의 차를 몰고 대회에 참가했단 얘기다. 이 페라리들의 축제에 한국 매체로는 유일하게 중앙SUNDAY S매거진이 다녀왔다.

3 동일 사양의 페라리 458챌린지 EVO 차량들의 경주 모습. 이번 대회에는 27개국에서 온 페라리 오너 45명이 참가해 드라이빙 실력을 겨뤘다.

지금까지 전세계 페라리 오너 2400명 참가
이날 열린 경기는 페라리가 스스로 ‘지상 최대의 축제’라고 부르는 ‘페라리 챌린지 레이스’의 최종 결승전인 ‘페라리 몬디알리(Ferrari Finali Mondiali)’의 일부다. 1993년 시작된 페라리 챌린지 레이스는 올해로 22회째다. 페라리 몬디알리는 한해 동안 각 대륙에서 예선을 거친 페라리 오너들이 직접 한 곳에 모여 드라이빙 실력을 겨루는 행사. 지금까지 전세계 40개국에서 2400명 이상의 페라리 오너들이 이 레이스에 참가했다. 올해에는 27개국에서 온 45명의 페라리 오너들이 운전 솜씨를 겨뤘다. 이날의 우승자이자, 역시 페라리 오너인 비안키는 이날 “다른 경기도 아니고 몬디알리에서 우승해 너무 기쁘다”며 연신 물을 들이켰다.

‘페라리 챌린지 레이스’는 페라리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메이크 레이스(동일한 제원(諸元)의 차량으로 운전자의 실력을 겨루는 자동차 경주)를 표방한다. 차체 튜닝 상태도 모든 차량이 동일하다.

단일 차종으로만 승부를 겨루는 것은 차량의 성능이 아닌 운전자의 실력 만으로 승부를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올해 경주에선 ‘458 이탈리아’를 바탕으로 이를 레이스 전용으로 개조한 458챌린지 차량을 사용했다.

‘지상 최대의 페라리 축제’란 별명답게 야스 마리나 서킷 안팎 곳곳엔 400여 대의 페라리가 모여들었다.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온 이들은 물론, 단지 페라리들의 축제를 즐기러 온 페라리 오너들도 많았다. “페라리 몬디알리 관람을 위해 모여든 페라리 차 값만 합쳐도 족히 2000억 원은 넘을 것 같다”는게 최 실장의 귀띔이다.

4 페라리 쇼 퍼레이드에 참가한 458스파이더와 차량 오너. 경기에 직접 참가한 차량 외에 350여 대의 페라리 차량들이 아부다비로 모여들었다. 5 페라리의 CEO인 아메데오 펠리사(왼쪽 여섯 번째)와 경기 후 기뻐하는 챌린지 드라이버들.
6 야스 마리나 서킷을 찾은 페라리 오너 커플. 참가자는 물론 응원차 이곳을 온 이들도 자국의 국기를 앞세우는 게 특징이다.

페라리 오너들 만의 사교의 장 역할
‘페라리 오너’란 구매력 강한 계층들이 직접 참석하는 경기인 만큼 라운지에선 다양한 사교행사와 비지니스 모임 등이 수시로 열리는 것도 특징이다. 페라리 스스로 최대의 축제라고 부를 정도다. 페라리 오너들이 참여하는 갈라 디너를 비롯해, 1968년 생산된 페라리 365GTB4와 Mondial V400 등 페라리 올드카 전시회도 있었다. 365GTB4는 1968년에 출시됐지만, 최고 시속 280㎞를 자랑한다.

경기장 밖에선 40대만 생산될 계획이라는 페라리의 슈퍼카 ‘FXX K’도 공개됐다. 페라리 ‘FXX K’는 하이브리드 모델인 ‘라페라리’를 기반으로 탄생한 모델이다. ‘K’는 주행 성능을 높이기 위해 운동 에너지 복구 시스템인 ‘KERS(kinetic energy recovery system)’를 적용했다는 의미다. 대당 가격은 300만 유로(약 41억원)이지만, 이미 생산분이 모두 팔린 상태다. 여기에 페라리 F1팀의 시범경기가 이어졌다.

페라리 오너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배려도 있었다. 예를 들어 페라리 측은 이날 자동차 경기 중 차량의 정비를 위한 공간인 핏스톱(pit stop)을 공개했다. 경기 중인 스포츠 카의 바퀴 4개를 모두 교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95초라던가, 정비 중 차량의 이상 여부를 페라리 자체 원격 제어 시스템(텔레 메트리)으로 경기 중 차량 상태를 데이터화해 이를 이탈리아 본사로 보내고, 본사에선 이 데이터를 토대로 어디를 어떻게 손볼지 결정해 다시 핏스톱으로 보낼 수 있다는 점 등을 소개했다.

페라리 몬디알리에 참가하기 위해선 우리 돈으로 1억원 이상의 경비가 든다. 예선 격인 챌린지 시리즈에 참가하려면 참가비만 4만2000유로(약 5735만원)다. 여기에 자신의 페라리를 옮기는 비용 등을 감안하면 실제 필요한 금액은 1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하지만 페라리 오너가 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이상의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기본인 만큼 5년 연속으로 이 대회에 참가하는 이도 있을 정도다. 이날 대회 참가자 중 일부는 자신의 요트를 타고 야스 마리나 서킷내 요트 정박장으로 입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페라리의 스테파노 라이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모든 사람이 다 페라리를 가질 순 없지만, 모든 사람이 페라리 몬디알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7 야스 마리나 서킷을 질주하는 458챌린지 EVO 차량들. 458챌린지 EVO는 이번 경기를 위해 458이탈리아를 개조한 것이다. 458이탈리아의 최대 시속은 325㎞.
8 야간 경기 중인 458챌린지 EVO. 9 야스 마리나 서킷 내 핏스톱에서 경기를 준비 중인 458챌린지 EVO. 10 경기 후 시상대에 오른 챌린지 우승자들.

국내 참가자 아직 없지만 꾸준히 저변 넓어져
올해로 22회째를 맞이하는 행사지만 아직 국내 페라리 오너 중에는 결승전인 페라리 몬디알리에 참가한 이는 없다. 대신 이날 페라리 몬디알리에는 국내 페라리 오너 중 일부가 경기 참관을 위해 아부다비 야스 마리나 서킷을 직접 찾았다. 국내에서도 올 7월 페라리 챌린지 레이스 예선전이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열렸었다. 당시 예선전에선 탤런트 연정훈씨가 우승해 주목을 받았다.

이웃 일본의 경우 이번 대회에 다섯 명이 참가했다. 페라리 오너가 1만 명에 달할 정도로 저변이 넓은 덕분이다. 이 대회나 페라리 차량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 유료 관람 경기임에도 올 여름 3만명이 넘는 관객이 중국 현지에서 열린 챌린지 레이스 예선전을 관람했다.

페라리의 저변을 넓히는 것은 이탈리아 페라리 본사에도 당면 과제 중 하나다. 사실 올해 몬디알리를 유럽이 아닌 중동의 아부다비에서 연 것도 이런 고민 끝에 나온 결정이다. 아부다비의 경우 부호가 많은 지역이어서 페라리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다, 페라리 테마파크인 페라리 월드가 인근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감안됐다.

페라리의 극동아시아 커뮤니케이션 담당인 림휘핑은 “페라리 본사에서도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페라리 오너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페라리에 대해 알리고, 페라리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 방안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아부다비(아랍에미레이트) 글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사진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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