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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 대학살 부인은 범죄 반복할 수 있다는 뜻”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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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호 02면

13일 난징대학살 추모식이 열린 중국 난징시에서 인민해방군 의장대가 행진을 하고 있다. 의장대 뒤로 ‘조난자 30만’이라는 한글 문구가 보인다. [AP=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3일 “(난징대학살이라는) 역사의 범죄를 부인하는 것은 범죄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시 주석은 난징(南京)대학살이 지난해 국가추모일로 공식 지정된 뒤 처음으로 이날 장쑤(江蘇)성 난징 시내 대학살희생동포기념관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했다. 그는 “난징대학살은 제2차 세계대전의 3대 참사 중 하나로 반인류적 범죄일 뿐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 암흑의 사건”이라며 “일제 침략의 엄중한 범죄를 잊지 말아야 하며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어떤 행위도 인류 평화를 해치는 것으로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첫 공식 추모식서 일본 비난 … 중·일 관계 경색 쉽게 안 풀릴 듯

 이처럼 시 주석이 과거사 인식과 관련,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함으로써 향후 중·일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냉랭했던 양국 관계는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소 호전되는 기미를 보였다.

 시 주석은 추모식에서 “1937년 12월 13일 일본군이 야만적으로 난징을 침략해 세상에서 가장 비참했던 난징대학살을 저질렀다”며 “30만 명의 동포가 처참하게 살육당했으며 일본군은 수많은 부녀자를 유린하고 어린이들을 살해했다”며 구체적으로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역사는 시대가 변한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며, 교활한 말로 잡아뗀다고 사실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난징대학살에는 ‘산과 같은 명백한 증거가 있다(鐵證如山·철증여산)’”고 강조했다. 또 “(일본이) 난징대학살의 참상을 부인하는 것과 관련, 역사는 물론 30만 명에 달하는 무고한 희생자의 넋과 13억 중국 인민, 평화와 정의를 사랑하는 세계인이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가 군국주의자들이 일으킨 침략전쟁으로 인해 그 민족을 모두 원수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이는 전쟁 범죄의 책임이 소수 군국주의자들에게 있지 그 나라 인민에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과거사 논란이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우익 인사들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는 인식하에 일반 일본 국민과는 차별화하겠다는 의도다.

 이날 행사는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애초 중국 최고지도부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전원의 참석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시 주석과 장 위원장 외 다른 지도부 인사들은 불참했다. ‘중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난징대학살은 1937년 12월 13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당시 국민당 정부 수도였던 난징시에서 일본군이 30여만 명(중국 측 주장)에 달하는 중국인을 살해한 사건이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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