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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최대 축제 ‘페라리 몬디알리’를 가다

중앙일보

입력

6일(현지시간) 오후 3시.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수도 아부다비가 자랑하는 야스 마리나 서킷(Yas Marina Circuit) 위에 20여 대의 페라리 458차량이 도열해 있다. 페라리 458 이탈리아를 경기용으로 개조한 차(458챌린지)들이다. 출발을 알리는 푸른 신호등이 들어오자 일제히 질주를 시작했다. V8엔진(4499cc, 최대 570마력)을 탑재한 스포츠카들답게 “윙윙”하는 굉음이 났다. 페라리 국내 수입사인 FMK의 최지연 실장은 “경기에 참가한 차량들의 베이스인 458이탈리아의 최대 시속이 325㎞니까, 경기용으로 개조된 차량인 458챌린지의 속도는 그보다 더 빠르지 않을까한다”고 말했다.

심장을 고동치게 하는 굉음은 끝없이 이어졌다. 이제 막 관람석 앞을 지나갔나 싶었던 차들이 어느새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굉음을 내며 질주를 이어갔다. 귀마개 없이는 경기를 편히 지켜볼 수 없을 정도였다. “쎄엑”하며 달려가는 자동차를 보고 있노라면 흡사 전투기가 날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총연장 5.554㎞ 짜리 서킷을 25바퀴 도는 경기는 40분여 만에 끝이 났다. 경기 초반부터 선두권을 지키던 하얀색 페라리가 최종 우승자로 결정됐다. 이탈리아 드라이버인 막시밀리아노 비안키가 그 주인공. 14초 뒤에 두 번째 차량이 들어왔다.

경기가 끝난 다음에는 서킷 앞에서 시상식이 이어졌다. 시상대 주변에선 그를 둘러싸고 샴페인을 뿌리는 등 축하가 계속됐다. 여기까진 여느 자동차 경기와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이날 서킷을 달궜던 드라이버들은 모두 그 차의 오너들이다. 포뮬러 원(F1)의 황제 미하일 슈마허같은 전문 레이서가 아니라 아마추어인 페라리 오너들이 직접 자신의 차를 몰고 대회에 참가했단 얘기다. 이 페라리들의 축제에 한국 매체로는 유일하게 중앙SUNDAY S매거진이 다녀왔다.

지금까지 전세계 페라리 오너 2400명 참가

이날 열린 경기는 페라리가 스스로 ‘지상 최대의 축제’라고 부르는 ‘페라리 챌린지 레이스’의 최종 결승전인 ‘페라리 몬디알리(Ferrari Finali Mondiali)’의 일부다. 1993년 시작된 페라리 챌린지 레이스는 올해로 22회째다. 페라리 몬디알리는 한해 동안 각 대륙에서 예선을 거친 페라리 오너들이 직접 한 곳에 모여 드라이빙 실력을 겨루는 행사. 지금까지 전세계 40개국에서 2400명 이상의 페라리 오너들이 이 레이스에 참가했다. 올해에는 27개국에서 온 45명의 페라리 오너들이 운전 솜씨를 겨뤘다. 이날의 우승자이자, 역시 페라리 오너인 바인키는 이날 “다른 경기도 아니고 몬디알리에서 우승해 너무 기쁘다”며 연신 물을 들이켰다.

‘페라리 챌린지 레이스’는 페라리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메이크 레이스(동일한 제원의 차량으로 운전자의 실력을 겨루는 자동차 경주)를 표방한다. 차체 튜닝 상태도 모든 차량이 동일하다.

단일 차종으로만 승부를 겨루는 것은 차량의 성능이 아닌 운전자의 실력 만으로 승부를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올해 경주에선 ‘458 이탈리아’를 바탕으로 이를 레이스 전용으로 개조한 458챌린지 차량을 사용했다.

‘지상 최대의 페라리 축제’란 별명답게 야스 마리나 서킷 안팎 곳곳엔 400여 대의 페라리가 모여들었다.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온 이들은 물론, 단지 페라리들의 축제를 즐기러 온 페라리 오너들도 많았다. “페라리 몬디알리 관람을 위해 모여든 페라리 차 값만 합쳐도 족히 2000억 원은 넘을 것 같다”는게 최 실장의 귀띔이다.

페라리 오너들 만의 사교의 장 역할

‘페라리 오너’란 구매력 강한 계층들이 직접 참석하는 경기인 만큼 라운지에선 다양한 사교행사와 비지니스 모임 등이 수시로 열리는 것도 특징이다. 페라리 스스로 최대의 축제라고 부를 정도다. 페라리 오너들이 참여하는 갈라 디너를 비롯해, 1968년 생산된 페라리 365GTB4와 Mondial V400 등 페라리 올드카 전시회도 있었다. 365GTB4는 1968년에 출시됐지만, 최고 시속 280㎞를 자랑한다.

경기장 밖에선 40대만 생산될 계획이라는 페라리의 슈퍼카 ‘FXX K’도 공개됐다. 페라리 ‘FXX K’는 하이브리드 모델인 ‘라페라리’를 기반으로 탄생한 모델이다. ‘K’는 주행 성능을 높이기 위해 운동 에너지 복구 시스템인 ‘KERS(kinetic energy recovery system)’를 적용했다는 의미다. 대당 가격은 300만 유로(약 41억원)이지만, 이미 생산분이 모두 팔린 상태다. 여기에 페라리 F1팀의 시범경기가 이어졌다.

페라리 오너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배려도 있었다. 예를 들어 페라리 측은 이날 자동차 경기 중 차량의 정비를 위한 공간인 핏스톱(pit stop)을 공개했다. 경기 중인 스포츠 카의 바퀴 4개를 모두 교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95초라던가, 정비 중 차량의 이상 여부를 페라리 자체 원격 제어 시스템(텔레 메트리)으로 경기 중 차량 상태를 데이터화해 이를 이탈리아 본사로 보내고, 본사에선 이 데이터를 토대로 어디를 어떻게 손볼지 결정해 다시 핏스톱으로 보낼 수 있다는 점 등을 소개했다.

페라리 몬디알리에 참가하기 위해선 우리 돈으로 1억원 이상의 경비가 든다. 예선 격인 챌린지 시리즈에 참가하려면 참가비만 4만2000유로(약 5735만원)다. 여기에 자신의 페라리를 옮기는 비용 등을 감안하면 실제 필요한 금액은 1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하지만 페라리 오너가 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이상의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기본인 만큼 5년 연속으로 이 대회에 참가하는 이도 있을 정도다.

이날 대회 참가자 중 일부는 자신의 요트를 타고 야스 마리나 서킷내 요트 정박장으로 입장하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페라리의 스테파노 라이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모든 사람이 다 페라리를 가질 순 없지만, 모든 사람이 페라리 몬디알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 참가자 아직 없지만, 꾸준히 저변 넓어져

올해로 22회째를 맞이하는 행사지만 아직 국내 페라리 오너 중에는 결승전인 페라리 몬디알리에 참가한 이는 없다. 대신 이날 페라리 몬디알리에는 국내 페라리 오너 중 일부가 경기 참관을 위해 아부다비 야스 마리나 서킷을 직접 찾았다. 국내에서도 올 7월 페라리 챌린지 레이스 예선전이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열렸었다. 당시 예선전에선 탤런트 연정훈씨가 우승해 주목을 받았다.

이웃 일본의 경우 이번 대회에 다섯 명이 참가했다. 페라리 오너가 1만 명에 달할 정도로 저변이 넓은 덕분이다. 이 대회나 페라리 차량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 유료 관람 경기임에도 올 여름 3만명이 넘는 관객이 중국 현지에서 열린 챌린지 레이스 예선전을 관람했다.

페라리의 저변을 넓히는 것은 이탈리아 페라리 본사에도 당면 과제 중 하나다. 사실 올해 몬디알리를 유럽이 아닌 중동의 아부다비에서 연 것도 이런 고민 끝에 나온 결정이다. 아부다비의 경우 부호가 많은 지역이어서 페라리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다, 페라리 테마파크인 페라리 월드가 인근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감안됐다.

페라리의 극동아시아 커뮤니케이션 담당인 림휘핑은 “페라리 본사에서도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페라리 오너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페라리에 대해 알리고, 페라리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 방안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페라리 브랜드 활용 사업도 활발

'페라리 월드'의 한해 경제효과 184조
시계·선글라스 등 60여 종 판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페라리는 각종 부대사업으로도 유명하다. 페라리의 ‘도약하는 말(Prancing Horse)’ 로고와 특유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활용한 덕분이다.

페라리는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수도인 아부다비를 비롯해 전 세계 50곳에 자체 브랜드 제품 판매 매장인 ‘페라리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페라리 스토어에서는 페라리 브랜드를 입힌 의류와 완구ㆍ시계ㆍ화장품 등을 판다.

생산은 물론 페라리가 직접 하진 않는다. 각 제품군 안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업체를 골라 이들에게 생산을 맡기는 식이다. 예를 들어 페라리의 스포츠 의류는 퓨마(puma)가 생산한다. 시계류는 스위스의 명품 시계 브랜드인 위블로(Hublot)가 만들고 있다. 선글라스는 오클리(Oakely)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페라리 자동차들을 소재로 한 게임도 있다. 게임 개발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가 맡았다. 덕분에 페라리 브랜드를 달고 팔리는 제품군은 총 60여 종을 헤아린다. 루카 디 몬테제몰로 전 페라리 회장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페라리의 이름을 단 다양한 제품들이 분당 95개씩 팔리고 있다”고 자랑했을 정도다. 페라리는 지난해에만 자동차 이외의 자체 브랜드 제품을 통해 약 710억 원의 추가 수익을 올렸다. 페라리는 내년 2월쯤 이탈리아 밀라노에 새 플래그 십 매장을 낼 계획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테마 파크인 ‘페라리 월드(Ferarri World)’ 역시 페라리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는데 한 몫하고 있다. 아부다비 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야스 아일랜드(Yas Island)에 위치한 페라리 월드는 페라리 제품과 로고를 컨셉트로 한 거대한 테마파크다. 전갈과 비슷하게 생긴 대규모 건축물인 페라리 월드는 지붕 면적만 8만6000㎡에 이른다. 지붕 위에 펼쳐져 있는 페라리의 ‘도약하는 말’ 로고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페라리 로고 중 가장 크다.

페라리 월드 내에는 20가지가 넘는 놀이 시설이 있다. ‘빠름’을 자랑하는 페라리답게 최고 시속 200㎞ 짜리 롤러 코스터가 있다. 62m 높이에서 급속히 떨어지도록 고안된 G포스 익스피어리언스 역시 페라리 월드의 자랑거리다.

페라리 월드의 경제효과도 탁월하다. 아랍에미레이트는 하루 최대 2만 명의 관광객을 수용하는 페라리 월드 덕에 한해 1670억 달러(184조1175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클라우스 프리맨드 페라리 월드 총괄 매니저는 “페라리 월드는 호텔과 식당, 관광객 대상 스포츠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발전을 돕는 촉매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며 “페라리 월드가 들어서 있는 야스 아일랜드 일대의 땅값도 전보다 25% 가량 오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부다비(아랍에미레이트)=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사진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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