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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만, 5월 서향희 문건 건네받고 충격 컸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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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보고 과정의 전말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검찰이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이 문건을 반출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린 데 이어 청와대에서도 시중에 유출된 문건들이 회수된 과정을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회수 문건 대부분이 박지만 EG 회장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와 관련된 동향보고서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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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관계자는 12일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출력해 가지고 나온 문건들을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한모 경위가 복사해 세계일보로 유출했다는 게 핵심”이라며 “제3의 유출 경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응천(52)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그간 “제3의 청와대 내부 인사가 박 경정 몰래 복사한 뒤 검찰 수사관을 통해 유출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조 전 비서관이 박 경정에게 속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까지의 검찰 조사와 청와대 감찰 결과에 따른 유출 및 회수 과정은 이렇다. 박 경정은 지난 2월 청와대를 떠나기 직전 청와대 문건 100여 건을 출력했다. 이어 서울 남산에 있는 정보1분실로 옮겼다. 이 문건들을 최·한 경위가 각각 복사한 뒤 세계일보와 대기업 정보담당자 등에게 유출했다는 것이다. 이후 세계일보가 지난 4월 2일 ‘청와대 행정관 5명의 비위가 적발됐으나 처벌받지 않고 원대복귀했다’는 문건 내용을 보도하자 청와대가 1차 감찰 조사를 벌이게 됐다.

 당시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특감반) 조사에서 박 경정이 경찰 복귀를 앞두고 일주일간 문건을 집중 출력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특감반은 감찰 조사 결과 ‘박 경정이 유출자로 의심되니 검찰에 수사의뢰해야 한다’고 결론 짓고 이 같은 의견을 조응천 당시 비서관에게 전했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은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박 경정의 통화내역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조 전 비서관이 이를 묵살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전 비서관은 “특감반은 민정비서실 소속인데다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이 유출된 사건이어서 나는 보고 라인에 빠져 있었다. 감찰 결과도 나중에 알았는데 무슨 반발을 하고 묵살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1차 감찰조사는 조 전 비서관이 4월 15일 문건 유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다 지난 5월 초 조 전 비서관은 박지만 EG그룹 회장 측근 인사 동향보고서 등이 세계일보에 유출됐다는 사실을 박 경정에게서 보고받았다고 한다. 조 전 비서관은 “(유출 문건이) 보도되면 큰일 나겠다 싶어서 박 회장과 세계일보 기자의 만남을 주선해 문건 사본을 넘겨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건내용 대부분이 부인 서향희 변호사에 관한 의혹들이어서 박 회장이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 회장이 직접 유출 문건을 청와대에 전달하길 원했으나 “박 회장이 꼼짝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조 전 비서관은 지난 6월 1일 청와대 오모 행정관을 통해 128쪽의 문건 사본과 자신이 정리한 유출 경위서(5쪽), 세계일보 조모 기자와 정보분실 모 경찰관의 대화 녹취록(5~6쪽) 등이 포함된 ‘청와대 문건 유출경위 보고서’를 제출했다. 조 전 비서관이 작성한 유출보고서는 ‘경찰에서 파견된 민정수석실 소속 직원이 문건을 빼돌려 대검 수사관을 거쳐 세계일보 기자에게 유출했다’는 결론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에 청와대는 2차 감찰조사에 착수했으나 당시 오 행정관이 문건 사본의 출처를 밝히지 않아 더 이상 추적이 불가능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 행정관은 출처가 조 전 비서관임을 최근 감찰 조사에서도 숨겼다”며 “결국 민정수석실 경찰관 6~7명만 원대 복귀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동안 묻혀 있던 문건 유출 문제는 세계일보가 지난달 28일 ‘정윤회 동향’ 문건을 보도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청와대는 보도 직후 특별감찰에 착수했고, 오 행정관을 상대로 사진의 출처를 추궁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오 행정관이 조 전 비서관을 문건 작성 및 유출에 관여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발표했지만 오 행정관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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