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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앞엔 장애 없어요, 도전 계속할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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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박종우(左), 정지혜(右)

희귀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는 지체장애 1급 박종우(17·한국우진학교)군. 근육의 힘이 약한 박군은 오직 왼손 검지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박군은 이 손가락으로 특수마우스를 움직여 컴퓨터를 다룬다. 컴퓨터 화면에 화상 키보드를 띄워놓고 마우스를 움직여 문자 입력도 한다. 박군의 장래 희망은 컴퓨터프로그램 개발자다.

 박군은 9~1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제4회 장애청소년 글로벌 IT챌린지 대회’에 나가 실력을 뽐낼 예정이다. 11~12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출신 장애청소년 104명이 출전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주관하고 LG유플러스가 후원하는 이번 대회는 ▶온라인 게임 및 애니메이션 설계 ‘e-크리에이티브’ ▶인터넷 정보검색 ‘e-라이프맵’ ▶포스터 디자인 ‘e-디자인’ ▶엑셀 및 파워포인트 문서 작성 ‘e-툴’ 등 4개 종목에서 개인전·단체전이 펼쳐진다.

 박군은 파워포인트로 문서를 작성하는 e-툴 부문에 출전한다. 인터넷 강의를 들어가며 실력을 쌓았다. 박군은 두 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정보 검색 등은 엄두도 못 낸다. 어머니 이순희(49·서울 신정동)씨는 “지난 대회는 태국에서 열렸기 때문에 출전을 못 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아이가 성취감도 느끼고 자신감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각장애 2급인 정지혜(17·대전 신일여고)양도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선천성 고도난청인 정양은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청력을 회복했지만 일반인 앞에 나서는 걸 꺼린다. 정양은 “외국에서 온 친구들과 영어로 이야기도 나누고 싶고 이번 기회를 통해 사회성을 기르고 싶었다”고 출전 소감을 밝혔다.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가 꿈인 정양은 전국 단위 장애인 IT대회에서 장관상 등을 다수 수상했다.

 아세안 국가 출신 참가자 중에선 태국에서 온 파윈 피엠타이(22)씨의 실력이 뛰어나다. 지난 대회에서 성적이 가장 우수한 참가자에게 주는 ‘글로벌 IT 리더상’을 수상했다. 피엠타이씨는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전맹으로 중·고등학교 진학이 또래보다 늦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용 스크린리더 프로그램을 통해 컴퓨터를 자유롭게 활용한다.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가진 특수교사가 되는 게 그의 꿈이다.

위문희 기자 [사진 LG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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