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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우버

중앙일보

입력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독특한 서비스가 선보였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으로 택시가 아닌 일반 차량을 불러 이용하는 우버(Uber)다. 차량 이동이 필요한 사용자와 주변에 있는 우버 등록 운전사의 차량을 연결하는 서비스다. 승객이 앱으로 차를 예약하면 예약 차량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승객은 앱에 등록된 운전자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다. 차량 검색부터 요금결제까지 스마트폰 앱으로 해결된다. 예약제인 까닭에 승차거부도 없다. ‘터치 후 5분안에 도착한다’는 원칙이 적용됐다. 공유경제의 전형 모델이었다. 아이디어는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특히 택시를 잡기 쉽지 않은 주요 대도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우버의 성장세는 숨이 찰 정도다. 지난해 21개국 60개 도시에서 이뤄졌던 서비스가 올해 50개국 250개 도시로 늘었다. 몸값도 치솟았다. 지난해 자금을 조달할 때 35억 달러에 불과했던 기업 가치가 최근에는 400억 달러를 넘었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인가. 요즘 우버 서비스가 기로에 섰다. 인도에서 기사가 여성 승객을 성폭행한 사건의 충격파에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인도 정부는 9일(현지시간) 교통 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앱 기반 자동차 서비스를 인도 전역에서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우버 최고경영자(CEO) 트래비스 칼라닉(38)은 그동안 “승객이 우버 앱에 등록된 운전자의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홍보했지만 허언이 된 꼴이다.

벨기에와 독일ㆍ네덜란드ㆍ스페인ㆍ태국 등 12개국은 이미 우버 택시의 영업을 금지했다. 우버의 본거지인 미국의 주요 주와 도시도 규제에 나서고 있다. 네바다주는 영업을 금지했고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검찰은 운전사의 신원 확인을 거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업을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시도 우버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우버는 태생부터 기존 질서와 충돌하는 ‘트러블 메이커’가 될 팔자였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택시 영업을 하려면 신원 확인을 거쳐야 하고 면허를 받아야 한다. 택시업게는 우버가 운전자 신원 확인이나 사고 보험 등에 있어 같은 규칙을 따르지 않아 불공정 경쟁을 한다고 반발했다. 택시 운전사들은 이미 단체 행동에 나섰다. 시장을 잠식하는 우버에 반발해 지난 6월 영국 런던과 이탈리아 밀라노,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택시 기사가 파업을 벌였다. 주요국 정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택시면허를 받지 않고 택시영업을 하면 위법이라고 규정했다. 최근에는 ‘빅브라더’ 논란까지 빚어졌다. 에밀리 마이클 사업담당 선임 부사장이 우버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쓴 기자의 사생활을 추적하겠다고 해 물의를 빚었다. 사용자의 동의 없이 위치 추적을 한 사실도 탄로나며 논란이 커졌다.

하지만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버는 택시 회사와 규제당국의 법적 대응에 대비하기 위해 로비스트와 변호사를 고용해 강력한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버가 캘리포니아 운송법 개정을 위해 65만 달러의 로비 자금을 썼고 콜로라도에서도 로비스트에게 6만 달러의 비용을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우버는 최근의 영업금지 판결에 대해 “공유 경제로 얻는 이익과 모순되는 정치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칼라닉 CEO는 “어디를 가든 적이 있고 그들과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일단 우버에게 우호적이다. 우버는 몸값이 오르면서 올해초 12억 달러를 조달한 데 이어 최근에도 추가로 12억 달러를 끌어들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버의 기업 가치는 상장기업인 타임워너 케이블과 같은 수준이며 델타항공보다도 높다. 스타트업 기업 중 우버만큼 투자자에게 높게 평가되는 비공개 기업은 없다”고 보도했다. 덕분에 칼라닉 CEO도 돈방석에 올라앉았다. 포브스가 발표한 미국 400대 부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의 자산은 30억 달러로 추정된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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