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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7) 제79화 제79화 육사졸업생들(40) 장창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45일의 단기교육이었지만 교관인 나는 최선을 다해 가르쳤고 l기생들은 열심히 배웠다.
대부분 일군·만군의 군사경력자였던데다 「창군의 기간요원」이 된다는 열의와 긍지가 높아 교육기간에 비해 성과가 컸던 것이 다행이었다.
6월15일, 1기생들은 우리 군 최초의 「사관학교출신 소위」로 임관했다. 졸업식에는 「하지」중장, 「아널드」소장등 미군정의 고위책임자와 유동열통위부장, 경비대사령관 원용덕참령(소령)등 내빈들이 참석했다. 졸업식이 끝난후 교장·교관단·생도들은 간단한 회식을 가졌다. 처음으로 술도 나왔다.
1기생은 이형근 교장의 친동생인 이상근후보생외 39명등 모두 40명이 군영 이응준장군의 바로 뒷번호인 군번 10l11부터 50번까지로 각각 임관했다.
각 연대에 소대장등 기간요원으로 배치돼 건군에 큰몫을 했다.
1기생으로 홋날 장성까지 진급한 사람은 모두 16명이다. 6·25때 대령으로 전사. 준장에 추서된 이상근·박광혁까지 합하면 모두 18명이 장군이 됐다.
그중 군의 정상까지 오른 사람은 둘이다. 만군특설대 출신인 임충식장군(전남해남출신)과 서종철장군(경남양산출신)이다. 최고계급인 대장으로 각각 합참의장(임)·육참총잠(서)을 거쳐 국방장관을 역임했는데 두사람 다 연대를 거쳐 입교했었다.
중장으로는 김동빈장군(함남출신)이 사단장을 거쳐 육본기획관리실장·국방차관보를 역임했다.
소장은 모두 5명으로 김점곤(전남광주·국방차관보·현경희대경영대학원장)·임부택(전남나주·1군단장)·황엽(강원직원·3군단장)·오창근(함남·군단장)·이원장(충남서천·사단장·국회의원)·이창정(함남북청·사단장) 이다.
준장으론 김용주(이북·사단장)·김봉철(평안도·33사단장)·연일수(부산·부사단장·건대한철강사장)·최갑중(경남김해·39사단장·경남지사)·한당욱(함경도·사단장·현동덕녀대교수)·한영주(평안도·육본전사감)·박종민(전남나주·기갑학교장·육군합공차장)·최경남(경북영일·국방부군수국장)등 8명이나 된다.
1기생의 임관은 당초 40명으로 잡을 예정이었다.
60여명의 교육생가운데 연령미달·부적격등 사유로 졸업전까지 남은 임관 후보자는 41명이었다. 1명은 탈락시켜야할 상황이었다. 그때 탈락 제1후보로 지목된 후보생은 자유당때 치안국장을 지낸 유명한 「백두산 호랑이」김종원이었다. 일군지원병 출신으로 시흥의 지원병 훈련소에서 조교로 일했던 김종원은 경비대 1연대 하사관으로 있다가 사관학교에 입교했었다. 학력이 낮은데다 성격이 거칠어 성적이 좋지않았고 이따금 사건을 빚곤 했다.
사관학교 행정요원으로 뒤늦게 온 군영츨신 이지형참위에게 불손한 태도로 대들었다가 사관학교 최초의 징계를 당한 일도 있다. 그는 졸업 얼마전 집안에 일이 있어(상사로 기억된다) 며칠을 빠지는 바람에 출석일수마저 모자라게 됏다.
졸업을 며칠 앞두고 또하나의 작은 사건이 벌어졌다. 1기생 가운데 예의 김종원과 정종근·고근홍등 지원병 출신들이 어느날 예관수후보생을 불러내 폭행한 것이다.
시비의 원인은 예후보생이 『지원병출신들은 실력이 없다』고 경멸하는 얘기를 했다는 것이었다.
일군·만군등 잡다한 성분의 후보생들이 모이다보니 은연중 갈등이 없을수없었고 그런 갈등이 표면화한것이었다.
그런데 예후보생은 이 사건에 충격을 받았던지 다음날 자퇴를 하고 말았다.
동기생들은 물론 나도 극구 만류했으나 끝내 자퇴를 했다. 만주군관학교출신의 예후보생은 훗날 6·25때 특임으로 군에 들어와 대령까지 진급했지만 이런 사유로 1기생에서는 빠지게 됐다.
김종원후보생은 그래도 성적이 낮아 임관에 문제가 있었는데 내가 내무반 성적을 만점을 주어 간신히 마지막 졸업사정을 통과했다.
후보생 가운데 몇몇은 그저 위관장교로나 열심히 일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임관시켰던 것이 뜻밖에도 크게 발전, 장성까지 진급한 경우도 있다.
앞서 언급한 이창정후보생이 바로그런 예로 느린 동작에다 낙천적이고 유머러스한 성격으로 「과단」을 요하는 군에서는 잘 맞지 않을 것으로 보았는데 소장까지 진급, 사단장으로 야전군을 훌륭히 지휘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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