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회사 1곳도 없는 63층 부산 국제금융센터

중앙일보

입력 2014.12.11 01:32

업데이트 2014.12.11 01:47

지면보기

종합 01면

부산 국제금융센터

지난 8월 문을 연 부산시 남구 문현동 국제금융센터(BIFC). 이름에 걸맞지 않게 현재 이 건물은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6개 공공기관이 전체 63층의 3분의 2가량을 쓴다. 입주가 확정된 외국계 금융회사는 아직 한 곳도 없다. 2년여 전 문을 연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의 오피스 건물 세 동 중 한 동도 80%가 비어 있다.

 문현지구와 여의도는 정부가 지정한 ‘금융중심시’(금융허브)다. 2003년 이후 홍콩과 싱가포르에 맞서는 ‘동북아 금융허브’를 만들겠다는 구상에 따라 지정됐다. 두 곳의 현주소는 11년간 역주행해온 한국 금융산업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융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6.5%에서 지난해 5.5%로 쪼그라들었다. 첩첩 깨알 규제와 관치에 혁신은 사라지고 보신주의만 자리 잡았다. 외국계 금융사가 몰려오기는커녕 있던 곳도 속속 짐을 싸서 나갈 판이다.

 그 여파는 금융발 ‘일자리 대란’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금융·보험업 취업자 수는 올 10월 기준 81만7000명으로 1년 새 4만4000명 줄었다. 적재적소에 자금을 공급해야 할 금융이 기능을 상실하다 보니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노는 돈’만 늘어난다. 2006~2008년 14~15%에 달했던 국내 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3.7%에 머물렀다.

 자본시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초저금리에도 시장이 도무지 살아나지 못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기관투자가도 ‘안전운행’에만 몰두하면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빈사 상태다. 반면 해외 주식에 대한 직접 투자는 10월 말 기준 6조원을 넘기며 1년 전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상품을 찾지 못하자 아예 해외로 ‘탈출 러시’가 일어났다. 전광우 연세대 석좌교수는 “ 금융이 마비되니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는 형국”이라며 “금융산업에 혁신 바람을 불어넣자면 눈에 보이는 규제뿐 아니라 숨은 규제까지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근·심새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