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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없애고 보험 100% 개방 … 홍콩 위협하는 싱가포르 금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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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금융산업이 초저금리 한파에 고전하고 있을 때 아시아에선 싱가포르가 유독 승승장구했다. 현재 싱가포르엔 전 세계에서 모인 자산운용사가 500여 곳이 넘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싱가포르가 원자재·외환거래 분야에서 이미 홍콩을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특히 외환거래 분야는 일본 도쿄를 밀어내고 영국 런던, 미국 뉴욕에 이어 세계 3위 자리를 차지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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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는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직후 금융산업 개혁에 나섰다. 홍콩의 중국 반환에 불안감을 느낀 화교자본이 표적이었다. 유럽 수준으로 금융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대신 규제는 확 풀었다. 2000년에는 외국인 지분 49% 제한 규정을 철폐해 보험시장을 완전 개방했다. 2008년엔 상속세와 증여세도 없앴다. 이에 이끌려 화교자본이 몰리자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들도 앞다퉈 싱가포르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올 10월 홍콩이 정치 소요사태로 몸살을 앓자 화교자본의 싱가포르 이주 행렬엔 가속도가 붙었다.

 69년 직원 3명으로 시작해 아시아 최대 인프라투자 금융그룹으로 성장한 호주의 맥쿼리는 인프라라는 비전통적 시장에 일찌감치 주목했다. 당시까지 호주 금융시장은 영국계가 장악했다. 전통적인 시장에선 경쟁이 힘들다고 본 맥쿼리는 인프라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 급했던 호주 정부도 적극 지원했다.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고속도로나 다리·항만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에서 착실히 실력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맥쿼리는 2000년대 들어 해외로도 눈을 돌렸다. 유럽과 북미·아시아의 SOC 건설사업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뒀다. 그 덕에 인프라 투자에선 미국·유럽의 내로라하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부상했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싱가포르는 영어뿐 아니라 ‘화교자본’이라는 이점을 십분 활용했고 맥쿼리는 인프라를 파고들어 성공했다”며 “나라별로 장점을 살려 특화된 서비스를 개발하면 초저금리 시대에도 얼마든지 성장해 갈 길은 있다”고 설명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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