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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역에 역장 둘 … 서울메트로·도시철도 합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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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시청에서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를 2016년 통합하는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박 시장은 "양사 체제에 따른 비효율이 크다"고 밝혔다. [뉴시스]

2호선·5호선·중앙선이 만나는 환승역인 서울 왕십리역의 역장은 모두 3명이다. 2호선은 서울메트로(1~4호선) 소속이고 5호선은 서울도시철도공사, 중앙선은 코레일(국토교통부 관할) 담당이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모두 37곳의 환승역이 있는데, 이 중 33곳이 역장을 2명 이상 두고 있다. 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모두 서울시 산하 기관이지만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1역 2역장’이 생겨난 것이다.

 서울시가 이 같은 지하철의 비효율적 운영 구조를 뜯어고치기로 했다. 방법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의 통합이다. 기한은 2016년 말로 정했다. 통합을 통한 인력 재조정과 사업 확대 등으로 늘어나는 부채를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시가 경쟁을 통한 서비스 제고를 위해 1994년 서울도시철도공사를 설립했지만 취지를 잘 살리지 못했다”며 “지난 20년간 양사 체제에 따른 인력·업무 중복 등 비효율적인 부분이 늘어나 통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우선 왕십리역처럼 운영 주체가 제각각이어서 활용하지 못했던 환승역을 개발해 신규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홍콩 도시철도회사 MTR과 KCR의 통합이 서울시가 참고하는 모델이다. 박 시장은 “MTR과 KCR이 통합된 후 상가 임대와 개발, 광고 등으로 수입이 가파르게 성장했다”며 “(서울시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시는 환승 및 편의 시설에 머물렀던 환승역들을 업무, 숙박, 근린생활, 문화 시설 등의 복합센터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노량진·창동 민자역사 등 역사 개발사업이 곳곳에서 자초된 상황에서 수익을 얻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가 운영 주체 통합이란 카드를 꺼낸 건 계속 늘어나는 적자 때문이다. 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적자 누적액은 4조6000억원. 노후 시설물 재투자 비용만 1조6000억원이 예정돼 있어 적자 규모는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에 따라 2009년 13%에서 2013년 30%로 급속히 늘어난 무임승차 인구(65세 이상) 비율도 적자 증가 요인이다.

 서울시는 부채 절감 외에도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통합 지하철회사가 출범하면 관제시스템이 통합돼 지하철 출발·도착 시간을 시민 편의에 맞춰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는 통합 추진단을 꾸려 내년 1월부터 기본 계획 수립에 들어갈 예정이다. 통합안엔 양측 노조도 동의한 상태다.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노조의 동의를 끌어냈다. 시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어 인력이 자연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합이 가시화되면서 반발 움직임도 거세질 수 있다. 도시철도공사 한 간부는 “통합할 경우 직원은 늘지만 승진할 수 있는 간부직은 대폭 줄어든다”며 “시가 구조조정을 않겠다고 하지만 익숙지 않은 직무로의 배치 등 불안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구혜진 기자

박원순 "업무 중복 비효율"
시너지 위해 2016년 통합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 약속
노조 동의했지만 직원 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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