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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에 햄버거 점심 사용된 물 다 합치면 2540L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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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매년 1월 개최해온 강원도 인제군 빙어축제가 내년에는 열리지 않는다. 행사 취소는 16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강수량이 704㎜에 머물 정도로 가뭄이 극심해 소양호 지류가 개울이 됐기 때문이다. 서울도 11월까지 강수량이 791㎜로 평년 의 55.3%에 머물렀다. 1988년 이후 가장 적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연간 이용 가능한 1인당 수자원 이 1000㎥ 미만이면 ‘물 기근 국가’로 분류한다. PAI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수자원 양은 1453㎥로 ‘물 부족 국가’다.

 그런데도 서울시민은 물 부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왜 그럴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문장원 박사는 “한강 수계(水界) 다목적댐의 완충 역할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수자원공사 물관리센터 유종현 팀장은 “소양댐·충주댐 저수율이 42~49%로 예년보다 낮지만 내년 봄까지 용수 공급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물 부족을 못 느끼는 더 큰 이유는 바로 ‘가상수(假想水·Virtual Water)’ 덕분이다. 식량·상품의 생산·유통·소비 과정에서 많은 수자원이 투입되는데, 상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외부에서 수입하면 그만큼의 물을 수입하는 효과가 생긴다. 이것이 가상수다. 예컨대 우유 1L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물은 1000L, 쇠고기 1㎏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물은 1만5500L다. <그래픽 참조> 한국은 스리랑카·일본·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4위의 가상수 수입국이다. 가상수 때문에 물이 부족한 현실을 못 보고 있는 셈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김홍상 박사는 “우리가 가상수를 많이 쓸수록 다른 나라 환경에 영향을 주므로 다른 나라의 물 부족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21세기의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내년 4월 12~17일 대구·경북에서 ‘제7차 세계 물포럼’이 개최된다. 전 세계 170여 개국에서 3만5000여 명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물 관련 행사다.

 이정무 물포럼 조직위원장은 “내년 포럼은 인류의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대회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지구촌 물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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