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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박현정 대표, 용납할 수 없는 인권유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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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10일 연습실에서 단원들에게 최근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정 감독은 박현정 대표의 막말 논란에 대해 “사무국 직원들이 인권유린 수준으로 고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뉴스1]

서울시립교향악단 막말 논란과 관련해 정명훈(61) 예술감독은 10일 “용납할 수 없는 인권유린이었기 때문에 내가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정(52) 대표의 욕설·성희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정 감독은 이날 서울시향 연습에 앞서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박 대표의 폭언에 대해) 알게 된 지 꽤 오래됐다. 1년도 넘었는데 직원들이 너무 고통을 당하고 (박 대표에게) 불려 들어가면 몇 시간 동안 사람이 아닌 것처럼 취급을 당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 감독은 “이런 걸 보고 견딜 수 없었고, 나도 직원들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6주 전 서울시에 얘기했다” 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표가 자신을 비판했던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대표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 감독이 서울시향을 사조직처럼 운영했으며 개인의 이익을 위해 예술감독의 본분을 다하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은 “서울시에 얘기한 후 조용하게 해결되길 바랐는데 안 되고 있다. 내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알려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일을 잘 하는 것 같았고 영리했다”며 “그러나 일을 잘하든 못하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그렇게 취급하는 것을 나는 그냥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이달 31일 서울시와 3년 계약이 끝난다. 내년 1월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그는 “나는 6주 전 서울시에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게도 책임이 있다. 나는 이미 그만 두겠다고 한 사람이니, 해결될 때까지 (책임을 다하겠다)”라면서 이번 일에 대한 해결 의지를 표현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정 감독이 서울시에 탄원하기 전에 그 내용을 나에게 얘기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지난해 말에 정 감독이 ‘직원들 야단치지 마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묻지 않더라”고 말했다. 또 “나에게 좋게 말했으면 알아서 떠났을 것을 서울시에 탄원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서울시향 직원 17명이 박 대표가 자신들에게 폭언·성희롱 한 내용을 공개하고 퇴진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박 대표는 “ 조직을 개혁하려다 보니 거친 말이 나왔다. 직원들 배후에는 정 감독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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