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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 철밥통 깨니 대학 경쟁력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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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리나라 대학, 특히 국립대 교수들은 일단 임용되면 정년까지 보장돼 ‘한번 교수면 영원한 교수’라고 불리지요. 이 철밥통을 깨야 대학사회가 살고,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쑥쑥 올라갑니다.”

 8년 임기를 마치고 10일 퇴임식을 한 서거석(61·사진) 전북대 총장은 “수북이 쌓인 숙제를 마치고 일어선 것처럼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직선제 투표로 이 대학 15대 총장에 당선됐으며, 2010년 재선에 성공했다. 올 4월까지 1년간 전국 4년제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대학교육협의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재임기간 중 과감하게 개혁을 밀어붙였다. 전북대가 ‘대학의 혁신 모델’로 떠오를 정도였다. 먼저 “대학 경쟁력의 핵심인 교수가 바뀌어야 한다”며 교수의 승진 요건을 3~4배 강화했다. 정년 보장 교수도 2년에 논문 1편 이상을 쓰도록 규정을 바꿨다. 기준을 채우지 못한 교수 5명을 국립대 최초로 퇴출시키는 고강도 처방까지 했다. 반대로 사이언스·네이처·셀 등 3대 과학저널에 논문을 실으면 1억원의 포상금을 주는 등 당근도 제시했다.

 이처럼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덕분에 취임 2년 만에 전북대는 SCI논문 증가율 전국 1위를 차지했다. 2007년 43위까지 밀렸던 중앙일보 대학평가 순위는 19위로 껑충 뛰었다. 6년 연속 순위가 상승한 유일한 대학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전국 각 대학의 평가 담당 직원 119명을 대상으로 “지난 20년간 가장 많이 발전한 대학을 들어달라”는 설문조사에서 전북대가 한강 이남의 학교 중 첫손에 꼽힐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그는 “현재 한국의 대학은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해 2~3년 뒤부터 대학붕괴의 쓰나미가 몰아치고, 2023년이면 학생 2000명 규모의 대학 80개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윈의 진화론이 결국 변화하는 종들만 살아남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듯이 대학도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일일신 우일신(日日新 又日新)’의 노력이 없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설 입시학원의 성적 배치표가 대학을 줄 세우고 학생과 학부모를 널뛰기하도록 만들고 있어요. 이게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입니다.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자료를 가지고 공교육을 무력화시키는 아이러니가 하루빨리 사라지도록 대안과 정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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