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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없이 빛난다, 끈끈한 전자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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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전자랜드 포웰(가운데)이 10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동부 수비진을 뚫고 더블클러치 슛을 시도하고 있다. 76-69로 승리한 전자랜드는 5위에 올랐다. [인천=뉴스1]

소리 없이 강한 팀. 프로농구 전자랜드 하면 떠오르는 말이다. 특출한 스타 없이도 끈끈한 조직력으로 농구 팬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올 시즌 초반 9연패 수렁에 빠졌던 전자랜드는 어느새 5위(11승12패)까지 치고 올라섰다. 10일 열린 동부와의 홈 경기를 76-69로 이겨 최근 10경기에서 8승2패를 기록 중이다. 더욱 고무적인 건 홈 관중 기록이다. 올 시즌 평균 5014명(8경기 4만118명)이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을 찾았다. 김선형·김민수 등 스타 선수가 많은 SK(5795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유도훈(47) 전자랜드 감독은 “성적이 부진할 때도 홈 팬들이 보내주는 응원에 언제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자랜드에는 리카르도 포웰(31·1m97㎝)·정영삼(30·1m87㎝)을 제외하곤 내세울 만한 스타 선수가 없다. 지난 9월 연고 도시인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렸지만 전자랜드는 대표 선수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그래도 전자랜드를 응원하는 팬들은 언제나 한결같다. 4연패 중이던 지난달 2일 시즌 홈 개막전에 관중 9094명이 입장했다. 삼산월드체육관의 좌석(7220석)보다 약 2000명이나 많은 관중이 모였다. 이는 인천 연고의 농구 팀 가운데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이기도 했다.

 전자랜드 팬들은 열정적인 응원으로 존폐 기로에 놓였던 팀을 살려낸 적도 있었다.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해체 위기에 놓인 2012~2013시즌 전자랜드는 홈 관중 2위(4943명)를 기록, 팀을 존속시켰다. 김성헌 전자랜드 사무국장은 “고정 팬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구단 서포터도 500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전자랜드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을 찾고 있다. 전자랜드는 1라운드였던 지난 10월 23일 오리온스전부터 지난달 12일 SK전까지 9연패에 빠졌다. 유 감독은 6연패를 당한 직후 선수단 전원과 함께 삭발을 했다. 그래도 세 번을 더 졌지만 팬들의 성원은 변함 없었다.

 전자랜드는 지난달 14일 kt전에서 승리한 뒤 자신감을 되찾았다. 9연패 뒤 곧바로 6연승을 달려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유 감독은 정신력과 책임감이라는 두 키워드를 강조하며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팔꿈치와 발가락 부상을 입고도 꾸준하게 주전으로 뛰고 있는 정영삼은 “시즌 초반 다치긴 했지만 뛸 수 있으면서도 벤치에 앉아 있는 건 프로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힘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자랜드는 9연패를 당하고도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1999~2000시즌 부산 기아(현 울산 모비스) 이후 15년 만의 기적을 꿈꾼다.

 전자랜드는 주전 선수보다 벤치 멤버나 식스맨들이 주목을 받을 때가 많다. 정병국(30)·함준후(26)·정효근(21) 등 벤치 멤버들이 고비 때마다 상대 진영을 파고들어 득점을 올린다. 주전이 아니라도 어떤 선수든 한발 더 뛰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10일 동부전에서 4쿼터 종료 1분전 승리에 쐐기를 박는 3점슛을 성공한 신인 포워드 정효근은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뛸 기회를 얻는 게 중요하다. 하루하루 농구를 배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2010~2011시즌부터 전자랜드를 맡은 유도훈 감독은 “우리는 특정 스타를 앞세우기보다 조직력과 근성으로 승부 하는 팀이다. 경기에서 지더라도 선수들이 그 속에서 배우는 것이 있고 성장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선두 모비스는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kt전에서 70-67로 승리, 가장 먼저 20승 고지에 올랐다. 모비스 문태영은 이번 시즌 개인 최다인 34득점을 기록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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