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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속 스마트폰이 당신의 남성을 위협한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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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은 소재 속옷이 고환의 온도를 너무 높이고 공기가 잘 통하지 않게 만든다면 전자파 차단의 이점이 상쇄될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새 휴대전화를 구입하자마자 허겁지겁 포장지를 뜯어낸 뒤 단말기부터 만지작거리기 시작하는 편이다. 하루 24시간 내내 품에 안고 다닐 휴대전화의 부속품과 사용설명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던져 버린다.

그러나 그 버려진 소책자 안에 몇몇 중요한 정보가 숨어 있다. 예컨대 아이폰 5 매뉴얼은 이렇게 설명한다. “아이폰을 휴대할 때는 몸으로부터 최소한 10mm 거리를 둬야 한다. 고주파에의 노출을 실험에서 안전하다고 검증된 수준 또는 그 이하로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맞다, 잘못 보지 않았다. 전 세계 수십 억 명이 통화할 때 얼굴에 가까이 대거나, 사용하지 않을 때 호주머니에 넣어두는 휴대전화에서 고주파 에너지가 방출된다. 고주파는 건강을 해칠 소지가 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2011년 고주파 전자계를 “발암물질 후보”로 분류했다. 전자파 노출이 장기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특히 일종의 뇌암과 관련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였다. 그러나 그와 같은 상관관계가 아직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결론이 난 문제는 아니다.

“생식 문제에선 이미 판결이 내려졌다.” 마이클 램이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램은 벨리 아머의 공동창업자다. 2009년 ‘은 전도성 직물(silver conductive textile)’ 소재의 임신·출산·육아 용품 메이커로 출발한 업체다. 지난 9월 남성 생식기능의 세계로 사업을 확장했다. 남성용 방사선 차단 박서 팬티를 출시했다.

특히 아기를 가지려는 남성들을 겨냥한 이 기능성 속옷의 가격은 한 벌에 50달러 안팎이다. 은 섬유의 원가가 높기 때문이다.

“은 소재를 사용하는 이유는 가장 전도성 뛰어난 금속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램이 말했다. “생물학적으로 안전하다. 인체에 유해할지 모르는 다른 전도성 금속과는 다르다. 그리고 이 섬유는 6.4㎜ 두께의 알루미늄 판과 같은 차단효과를 갖고 있다.” 10MHz로부터 8GHz에 이르는 생활 방사선의 99.9%를 차단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휴대전화 및 무선 기술을 모두 아우르는 범위다.

“정자의 경우엔 실제로 그 효과가 훨씬 더 잘 파악된다. 정자는 정량화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정자 수를 세고, 이동속도를 측정하고, 형태를 살펴보고, 일종의 즉석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고 램이 말했다.

램의 결론은 지난 10년 동안 실시된 수많은 연구에 근거한다. 무선 단말기에서 방출되는 고주파 노출의 영향을 뒷받침하는 연구들이다. 정자 수와 정자의 운동성이 줄어들고, 정자 DNA가 손상되며, 정자 세포 구조가 변형되고, 발기부전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내용이다.

벨리 아머는 자사의 방사선 차단 언더웨어가 휴대전화 전자파를 대부분 반사하고 일부는 흡수한다고 주장한다.

2007년 실시된 조사 중 하나가 다수의 생식 전문가에게 인용됐다. 생쥐 16마리 그룹을 매일 하루 두 차례 3시간씩 18주 동안 휴대전화 전자파에 노출시켰다. 그뒤 생쥐 실험군에서 추출한 정자를 조사했더니 정자 세포의 과반수가 죽어 있었다. 반면 대조군의 정자세포는 대부분 살아 있었다. 실험군의 정자는 또한 기형 비율이 약간더 높고 덩어리를 이루는 경향이 강했다.

“사람은 물론 쥐가 아니지만 어떤 종류의 방사선에도 고환을 노출시키지 않는 편이 분명 안전하다.” 웨일 코넬 의과대학원 생식의학 및 비뇨기과 명예교수인 마크골드스타인 박사가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우리가 아는 고환은 방사선 요법의 X선에 사용되는 유형과 같은 방사선의 영향에 극히 민감하다. 아주 소량이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환 내 세포들은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약 1000개 꼴로 정자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속도로 분열하는 세포는 모두 외부의 독성 화학물질에 특히 민감하다. 예컨대 화학요법과 방사선 요법은 모든 세포 중 가장 분열 속도가 빠른 암세포들을 죽이는 데 사용된다. 남녀를 모두 포함해 인체에서 암세포 다음으로 분열 속도가 빠른게 고환 세포다.”

휴대전화에의 노출 증가가 신체 건강에 다수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결과가 실험에서 나왔다면 왜 그런 정보가 널리 알려지지 않는가?

“사람들에게 불필요하게 겁을 준다는 우려가 큰 듯하다. 또한 근본적인 조사결과가 현장의 의료 실무자들에게까지 전파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램이 말했다. “하지만 의학적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무선 방사선 연구의 태반이 텔레컴 업계의 자금지원을 받는다고 램은 주장한다. 담배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흡연의 생리적 영향이 널리 알려지기 전까지는 그것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에 관한 연구가 담배회사들의 후원을 받았다. “어떤 건강 위험이든 항상 과학적으로 입증될 때까지, 일반대중이 인식할 때까지, 공공정책에 반영될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그가 말했다.

휴대전화가 남성의 생식력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는 까다롭다. 하지만 램은 자사 제품의 바탕을 이루는 과학은 “금속판만큼이나 간단하다”고 주장한다. 그 속옷은 말 그대로 휴대전화 전자파를 대부분 반사하고 일부는 흡수한다. 흡수된 전자파로 생기는 온도 변화는 “0.3℃도 되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생식기능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에게 휴대전화를 앞주머니에 넣어두지 말라고 조언하는 의사들이 많다. 하지만 의사들도 그 속옷의 주장에는 회의적인 듯하다.

“어쩌면 약간의 혜택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골드스타인이 말했다. “그러나 그 속옷이 또한 고환의 온도를 너무 높이고 공기가 잘 통하지 않게 만든다면 휴대전화 전자파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이점이 상쇄될지도 모른다.”

불임치료센터 RMA 뉴욕의 남성생식건강 연구소 소장인 네이턴 바-샤마 박사의 평가도 썩 긍정적이지는 않다. “어떤 속옷이 고환 온도를 체온과 같은 수준까지 높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환은 체온보다 1℃ 남짓 낮은 수준을 유지하도록 돼 있다)”고 그가 뉴스위크에 말했다. “표피 온도는 고환 내부 상태를 반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그 은소재 속옷의 효능에는 의구심을 품는다.

WHO는 시판 도구로 고주파 노출을 줄이는 방법은 권장하지 않는다. 가령 방사선을 흡수한다고 주장하는 스티커 같은 경우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대신 “‘핸드 프리’ 단말기를 이용해 통화 중 휴대전화를 머리와 몸으로부터 멀리 해야 한다. 아울러 통화 횟수와 시간을 제한해도 노출을 줄일 수 있다. 수신이 잘 되는 지역에서 통화하는 방법도 전자파 노출을 줄인다. 낮은 출력으로도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른 제품들의 근거 없는 허위 광고 탓에 WHO에서 그런 성명을 발표하면서 자기 회사가 타격을 받게 됐다고 램은 푸념한다. 뉴스위크는 그 섬유의 효능에 관해 더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홍콩 폴리테크대에 재직하는 그들의 섬유 고문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기사 탈고 시점까지 회신이 없었다.

기혼 여성의 12%가 불임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2006~2010년 전국 가족조사 결과다. 따라서 램은 자사 제품을 필요로 하는 틈새 시장이 있다고 믿는다.

“거의 모든 사이즈의 1차 출고분이 출시 첫 주도 안 돼 모두 팔렸다”고 램이 말했다. “이 제품에 관해 알고 있는 소비자들이 있는 듯하다. 그리고 우리도 홍보 활동을 통해 제품을 알리고 있다.”

글= LAUREN WALKER 뉴스위크 기자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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