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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토크] '미생' 강대리-하대리가 말하는 꿈의 직장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터뷰라기보다 '원 인터 회식'에 가까웠다.

8일 오후 강남의 한 치킨집에서 tvN 금토극 '미생'의 오민석(강대리 역)·전석호(하대리 역)를 만났다. 오민석은 강하늘이 맡은 장백기를, 전석호는 강소라가 맡은 안영이를 괴롭히는 선배 역이다. 약속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오민석은 주량이 맥주 2잔. 극중 꼼꼼한 성격처럼 음주 전 숙취 해소 음료까지 챙겨 마셨다. 매니저 없이 홀로 다니는 전석호는 네비게이션이 없는 차량으로 이동하느라 취중토크 장소 찾는데도 애를 먹었다. 다행히 지각않고 제 시각에 도착한 그는 90도로 깍듯이 인사한 뒤 "이모! 여기 소주 한병이요"를 외쳤다.그들의 취중토크를 전한다.

-극중 하대리와 강대리의 스펙은 소개가 안됐죠. 각자 캐릭터에 맞게 '스펙'을 정한다면요.

전="원 인터내셔널이 굴지의 대기업이니까 하대리도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은 나왔겠죠.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던, 굉장히 활동적인 대학생이었을 것 같아요. 남자가 많고 선후배 위계 질서가 확실한 집단에 소속돼 있었을 것 같아요."

오="강대리 역을 처음 맡았을 때부터 친형을 머리에 두고 캐릭터를 잡았죠. 형이 엘리트 코스를 밟고 굴지의 대기업에서 일해요. 강대리처럼 외국어도 엄청 잘하고 비슷한 점이 많아요."

-네명의 신입 중에(장그래·장백기·안영이·한석율) 중에 면접관이 된다면 누구를 뽑고 싶나요.

오="'내 새끼'(장백기)얘기 안하면 삐칠 것 같은데요?(웃음) 미안하지만 한석율 같은 후배가 좋을 것 같아요. 석율이 같은 후배가 까불고 장난치면 웃음이 나서 스트레스도 많이 풀릴 것 같아요."

전="장그래요. 제 잘못 지적 안 할 거 같아서요. 안영이는 유능하지만 제가 워낙 여성분들을 잘 못 대하거든요. 말을 험하게 하는 편이라 불편할 거 같아요."

-극중 '대리급' 들 끼리 친한가요.

오="술도 자주 마시고 단체 채팅방도 있어요. 나머지 대리들은 지금도 계속 단체 채팅방에서 수다 떨고 있을 거에요. 하대리랑 같은 부서의 유대리(신재훈)가 가장 말이 많아요.(웃음) 유대리가 '미생' 갤러리(디시인사이드 '미생' 팬 갤러리)를 진짜 열심히 하거든요. 유행하는 팬아트 같은 것도 캡처해서 보내고 지금 '미생' 갤에 누가 가장 지분이 많은지, 누가 가장 욕을 많이 먹는지 다 말해줘요. 정보 제공 담당이죠."

전="유대리는 별명이 '데이터베이스 유'예요. 실제로 만나면 영업 3팀 김대리(김대명)형이 제일 재밌고요. 입만 열면 빵빵 터지죠."

-명장면을 꼽는다면.

오="강대리가 장백기한테 했던 "남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화려하지 않아도 필요한 일을 하면 되는 거다"라고 말한 장면요. 마치 우리 같은 조연, 단역 배우에게 하는 말 같았죠.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란 생각을 하며 그 대사로 위로를 받아요."

전="김부장(김종수)이 부하 직원의 비리에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나는 장면요. 우리 삶이 '떠나는 자'와 '남는 자'로 나뉘잖아요. 절절했어요."

-사소한 디테일도 좋아요. 강대리는 전화할 때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고, 하대리는 사원증을 와이셔츠 주머니에 넣고 다니죠.

오="블루투스 이어폰이 좀 튀지않을까 걱정 했어요. 택배 기사 처럼 보일 수도 있고요. 근데 친형한테 물어보니 진짜 직장인들이 많이 쓴다고 하더라구요."

전="사원증 사진이 너무 이상하게 나와서 일부러 셔츠 주머니에 넣은 거예요. 하하. 또 목에서 덜렁거리는게 싫기도 하고, 책상에 닿아서 덜커덩 소리가 나는 게 신경쓰이더라고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진짜 직장인을 잘 살렸다고 하시던데요."

-두 분이 생각하는 '꿈의 직장'이란 뭘까요.

오="간단합니다. 성과를 낸 만큼 보상을 주는 회사요. 아무리 고생스럽고, 마부장 같은 상사한테 혼나고 욕을 먹어도 일한 만큼 보상을 해준다면 가장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전="좀 슬픈 얘기일 수 있는데 '꿈의 직장'이라는 게 있긴 할까요? 끔찍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이 세상에 그런 판타지는 없겠죠."

-'미생' 촬영 끝나고 포상휴가를 떠난다던데요. 이후 계획이 어떻게 되세요.

오="포상휴가를 괌으로 간다고 알고 있었는데 방금 '대리 단체 채팅방'에서 세부로 정해졌다고 하네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저는 못가요. '미생' 촬영이 끝나자마자 MBC '킬미힐미' 촬영에 들어가거든요. 푹 쉬러 가는 사람들에게 벌써부터 질투나요."

전="장기적 계획을 말씀드리자면 여행 에세이를 쓰는 거에요. 원래 여행을 좋아해서 연극 무대에 설 때도 주로 여행을 한 후 느낌이나 체험을 담은 '여행 연극'을 했었어요. 작가는 여행을 다녀와서 책을 쓰고, 사진가는 사진을 남기잖아요. 저는 배우이니까 연극으로 남기고자 했던 거죠. 그래서인지 럭셔리한 휴양지보다는 레바논·모로코·티베트처럼 '터프한' 나라들이 끌려요."

이승미·박현택 기자 lsmshhs@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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