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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의회, 재량사업비로 또 시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방의원 재량사업비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선심성 사업비란 이유로 존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지방의원 재량사업비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9일 천안시에 따르면 천안시의회 의원(재적의원 22명)는 매년 33억원가량을 재량사업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시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시의원 1인당 재량사업비로 1억5000만원씩을 배정했다.

재량사업비는 마을 진입로 포장과 폐쇄회로TV(CCTV) 설치 등 시설비로만 써야 한다. 하지만 내년도 사업비에는 의회 상임위별 차량 구입비와 관내 학생 어학연수비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구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일자 관련 예산 일부를 재량사업비에 분산 편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재량사업비는 사전에 용도를 정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의원 1인당 일정액을 할당한 예산이다. 주민 숙원사업비로 알려져 있지만 예산 심의를 거치지 않아 ‘눈먼 돈’으로도 불린다.

재량사업비로 추진하는 사업은 의원들이 임의로 시공업체 등을 지정할 수 있어 특혜 시비도 일었다. 감사원은 2011년 전국 31개 자치단체를 상대로 재량사업비 편성에 대한 감사를 벌여 10개 자치단체에 “지방의원의 선심성 예산이 되지 않도록 하라”며 시정을 요구했다.

 천안시의회는 12일까지 열리는 2015년도 천안시 예산안 심사에서 당장 급하지 않거나 선심성 예산은 삭감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재량사업비는 종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천안시의회 의원은 “재량사업비는 지역에 꼭 필요한 곳에 써왔으며 다른 지방의회도 대부분 편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전지검 천안지청이 천안시의회 재량사업비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최근 2008년부터 올해까지 천안시의원 재량사업비 내역을 제출해줄 것을 천안시에 요구했다. 검찰은 지방의원과 공사 업체간 금품 수수 의혹 등이 제기됨에 따라 사용처를 꼼꼼히 살펴볼 계획이다.

 충북도의회(재적의원 31명)는 당초 입장을 바꿔 9일 재량사업비 폐지를 선언했다. 지난 8일 연간 100억원가량인 재량사업비를 임기 동안 유지하기로 결정한 지 하루 만이다. 의원 1인당 연간 3억원 정도다. 충북도의회는 지방선거를 치른 올해엔 교량 설치와 도로 포장 등에 편성된 재량사업비 105억원을 모두 사용했다. 이후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도의원들의 요구로 1인당 9000만원씩 27억9000만원이 추가 편성됐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면서 백기를 들게 됐다. 충북도 의정비 심의위원회도 도의원 의정비 13.6% 인상을 결정하면서 재량사업비 폐지를 권고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의정비를 대폭 인상해 놓고 선심성 예산으로 불리는 재량사업비마저 편성한 것은 염치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신진호·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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