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외화예금

중앙일보

입력 2014.12.10 00:23

업데이트 2014.12.10 00:23

지면보기

경제 11면

[일러스트=강일구]

Q얼마 전 ‘거주자 외화예금이 지난달보다 줄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고모가 “요즘 은행 금리가 낮아 외화예금에 가입하는 게 이득”이라고 하던데 외화예금이 대체 뭔가요? 제가 용돈을 저축하는 보통예금과 다른 점이 있나요? 굳이 우리나라 돈 대신 외국 돈으로 저금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A 해외에서 물건을 사봤거나, 물건사는 장면을 본 틴틴경제 독자들은 누구나 나라별로 쓰는 돈 종류가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거예요. 한국은 원화(\)를 쓰지만 미국은 달러($), 일본은 엔화(¥·Yen), 중국은 위안화(¥·Yuan)를 씁니다. 외화예금(外貨預金)은 우리가 평소 가지고 다니는 원화 대신 이런 다른나라 돈(외화)으로 은행에 저축하는 상품을 뜻해요. 국내에서는 거래량이 많은 3대 외화(달러화·엔화·위안화) 상품이 외화예금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외국 돈을 갖고 있는 사람만 외화예금에 가입할 수 있냐고요? 아닙니다. 고객이 은행에 원화를 내면, 해당 금액만큼 원하는 외화로 바꿔 예금할 수 있습니다. 요즘 미화 1달러는 우리나라 돈으로 1100원 가량 합니다. 쉽게 말해 여러분이 1만1000원을 은행에 가져가면 미국 돈 10달러로 바꿔 통장에 넣어준다는 뜻이죠. 엔화, 위안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환율 오를 나라 돈 고르는 게 중요

 그런데 여러분도 알다시피 환율은 매일 조금씩 변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 나라 화폐별로 수요·공급에 따라 돈값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환율이 어떻게, 왜 변하는지는 다음에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합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오늘의 환율’을 치면 각 나라별 환율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령 내가 오늘 1100원을 내고 1달러를 예금했다고 칩시다. 다음날 환율이 폭등해 1달러가 1200원이 되면 가만히 앉아서 하루만에 100원을 벌게 됩니다. 반대로 환율이 하루만에 1000원으로 떨어졌다면 100원을 고스란히 손해보게 되죠. 이렇게 환율 변동에 따라 얻는 이득과 손해를 가리켜 ‘환차익’, ‘환차손’이라고 부릅니다.

 요즘 과자 한 봉지도 1000원이 넘는데, 겨우 100원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요? 재테크 박사인 고모가 가입하라고 한 데는 다 이유가 있겠죠. 요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1%후반까지 떨어졌습니다. 돈을 은행에 1년 맡겨도 예금자가 얻는 수익이 원금의 2%가 채 안됩니다. 반면 환율 변동은 어떤가요. 1100원을 가지고 100원을 번다면 수익률은 9%가 조금 넘지요. 실제로 환율이 하루만에 100원씩 크게 널뛰는 일은 드뭅니다. 하지만 석 달, 반 년 안에는 얼마든지 그 이상 오르내리곤 하죠. 올 7월 초 1007원대까지 떨어졌던 달러 환율은 5개월만에 1100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제 조금씩 이해가 되나요? 금리가 낮을수록 사람들은 외화예금에 관심을 갖게 되겠죠.

 물론 외화예금에 가입할 때는 환차익 만큼 환차손 가능성도 충분히 염두에 둬야 합니다. 두 달 전만 해도 1000원을 넘겼던 엔 환율은 최근 92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중 금리와 무관하게 돈을 더 벌 가능성만큼, 잃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외화예금과 보통예금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잠깐, 그렇다고 외화예금에 가입할 때 환차익·환차손만 따지면 되는 건 아니예요. 외화예금도 일반 예금처럼 은행에서 돈을 맡긴 데 대한 이자를 줍니다. 그러니까 ‘환율 변동 전망’과 ‘상품 이자율’을 함께 생각해 봐야 최종 수익률이 나오겠죠. 머리가 아파온다고요? 간단히 숫자로 계산해 볼까요.

 연 2%짜리 정기예금에 1억원을 1년간 넣으면 세전 이자는 200만원입니다. 최근 위안화 시장이 각광받으면서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연 3%대 이자율을 주는 위안화 정기예금 상품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연 3%짜리 위안화 정기예금에 똑같이 1억원을 1년간 넣으면 이자가 300만원이죠. 이자율 계산이 끝났으니 여기에 환율을 추가해 따져 봅시다. 1년 뒤에 위안화 환율이 1% 떨어지면 1억원 예금자는 이자(300만원)에 대한 환차손 3만원까지 합쳐 103만원을 손해보게 됩니다. 이자 300만원 이득과 103만원 환차손을 합치면 197만원을 버는 셈이니, 환율 1%하락 시에는 일반 예금에 가입하는 편이 조금 더 낫겠네요. 결과적으로 환율이 지금과 비슷하거나 조금이라도 더 오른다면 위안화 예금을 선택하는 게 이득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외화예금에 가입할 때는 ‘환율이 오를 것 같은 나라 돈’을 정확히 고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겠죠. 하지만 환율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움직일 지는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외화예금이 주는 또 다른 매력으로는 세금 일부 면제 혜택을 꼽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일해서 번 돈의 일부를 세금으로 내듯, 이자수익에 대해서도 나라가 세금을 거둬 가는 게 일반적입니다. 외화예금 이자에 대해서는 일반예금과 똑같이 세금을 떼지만, 환차익으로 얻은 수익은 모두 비과세라 고스란히 예금자 몫이 됩니다.

은행별 환전 수수료도 비교해 봐야

 1990년대까지만 해도 생소한 개념이던 외화예금이 점차 보편화된 배경에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유학이나 해외여행, 출장이 잦아진 이유가 큽니다. 외국 돈 쓸 일이 많아지니 사람들이 매번 수수료를 물고 환전하는 대신 외화 상태로 은행에 넣어두는 걸 오히려 편리하게 느끼는 거죠. 참, 외화예금 상품을 고를 땐 은행별로 다른 환전 수수료도 비교해 봐야 합니다. 이자율이나 환율을 높게 쳐 주더라도 수수료를 많이 떼면 다른 은행에 넣는 것보다 손해를 볼 수 있으니까요.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거주자 외화예금이 총 638억4000만달러(약 71조4690억원)라고 발표했습니다. 10월 말보다 25억7000만달러(약 2조8780억원) 줄어든 수치죠. 여기서 말하는 ‘거주자’는 내국인뿐 아니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거주자 외화예금 총액이 줄어든 데는 지난해 5월부터 꾸준히 증가하던 위안화 예금액이 하락세로 돌아선 탓이 큽니다. 틴틴경제 여러분, 이제 환율 관련 뉴스가 나오면 조금 더 귀기울여 들어보세요. 요즘 나와있는 외화예금 상품은 대부분 나이 제한이 없어 여러분도 가입할 수 있답니다.

심새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