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Family] 화장하는 초등생 딸 - 어떻게 봐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 엄마가 아영이에게

아영아, 엄마야. 요즘 날도 더운데 학원 다니느라 힘들지. 곧 개학이니 이제 학교 갈 준비를 해야겠네. 숙제 빠뜨리지 말고 준비물도 잘 챙기고. 요즘 나날이 커가는 아영이를 생각하다 엄마가 하고싶은 말이 있어서 이렇게 편지를 쓴다.

무슨 말이냐 하면 화장 얘기야. 우리 아영이 화장하는 거 좋아하지? 엄마는 다 알아. 며칠 전 가방 속에서 립글로스를 보고 "어린 애가 무슨 화장이냐"고 엄마가 신경질 냈던 거 기억나니? 그때 네가 그랬잖아.

"엄마, 화장하는 게 무슨 죄야? 난 화장을 하면 기분이 좋아져. 우리 반 애들 23명 중에 한 두 명을 빼곤 다 화장해."

솔직히 그때 엄마는 좀 기분이 묘했단다. 초등학교 4학년짜리들이 벌써 용돈을 모아 친구들과 화장품 가게를 가거나 문방구에서 화장품을 사다니. 엄마 어렸을 때는 꿈도 못 꾸던 얘기거든.

그러고 보니 네가 이렇게 외모에 관심을 갖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싶기도 해. 어릴 때부터 엄마가 너를 꾸며주는 걸 좋아했잖아. 귀도 뚫어주고 예쁜 옷도 사주고 했지. 외출할 때 우리 딸이 예쁘게 보이면 엄마도 기분이 좋았으니까. 며칠 생각 끝에 엄마는 네가 화장하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어. 정확히 말하자면 제대로 가르쳐 주기로 맘 먹었어. 다른 친구들 다 하는데 혼자서만 안 해도 대화에 낄 수가 없을 거 아니겠니?

엄마가 알아보니 요즘 너 같은 아이들이 많다고 하더구나. 화장에, 팔찌에, 남자애는 목걸이도 하고 다닌다며? 그런 애들을 '프리틴(Pre-teen)'이라고 한대. 어린이라고 하기엔 성숙하고 청소년이라고 하기엔 조금 어린 초등학교 고학년생들을 지칭하는 말이라는구나. 프리틴 전용 화장품은 물론 전용 헤어 드라이어도 나와 있고, 옷도 일반 아동복 보단 더 화려하더구나.

그래서 네가 좋아하는 '바비 코스메틱'에서 개최한 프리틴 메이크업 시연회에도 같이 간 거야. 아영이 나이에 맞는 올바른 화장품 사용법을 알고 싶었거든. <그래픽 참조>

그래도 엄마는 아직 걱정되는 부분이 많아. 지난 5월엔 식품의약품안전청이란 국가 기관이 문방구 등에서 어린이 화장품을 살 때 주의하라는 자료를 냈단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같은 시민단체들이 먼저 나섰기 때문이지. "성분이 불확실한 어린이 화장품을 중국 같은 나라에서 무분별하게 수입해 싼 가격에 아이들에게 팔고 있다"고 주장했거든. 몸에 아주 안 좋은 중금속이라는 것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거지. 엄마 친구 중에 화장품 회사 태평양에 다니는 박수경 팀장 아줌마 알지? 그 아줌마가 이랬어.

"문방구에서 파는 화장품 대부분이 안전을 확신할 수 없어. 왜냐하면 화장품이 아니라 (장난감 같은) 공산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화장품이라면 받아야 할) 검사를 잘 받지 않거든. 엄마가 아이들 화장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문방구보다는 아예 전용 브랜드에서 나오는 제품을 구입하는 게 나아."

예뻐 보이고 싶은 것은 여자라면 다 마찬가지일 거야. 하지만 아영아, 광고 문구도 나오듯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하단다. 이게 귀찮으면 화장을 하면 안 되지. 특히 네 또래의 아이들은 친구들과 화장품을 같이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수록 잘 지워야돼. 같이 사용한 친구에게서 피부염 같은 것을 옮을 수 있거든.

또 학원에서 늦게 끝나면 그냥 졸려서 세수도 안 하고 자는 경우가 많잖아. 하지만 그럼 피부가 손상된단다. 우리 앞으로 자기 전에 함께 화장을 지워보는 건 어떨까? 엄마가 클렌징 전용 제품으로 잘 지우는 법을 가르쳐줄게.

그리고 앞으로는 무슨 일이든 엄마하고 꼭 상의해서 하도록 하자.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니까. 사랑해.

*** 아빠가 아영이에게

아영아, 엄마한테 얘기 들었다. 너 요새 화장한다면서. 아빤 사실 조금 충격받았어. 아빠가 너만할 땐 화장을 하는 여자 아이를 본 적이 없거든. 글쎄, 화장하는 초등학생 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엄마는 네 친구 대부분이 화장을 한다고 하더라. 하지만 친구들이 한다고 너도 따라할 필요는 없단다. 이렇게 말하면 "아빠는 또~"하겠지. 그래서 아빠 친구들한테 물어보았단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과 유한익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더구나.

"어린 시절엔 누구나 (전능해 보이는)어른이 되고 싶은 충동을 느껴. 아이들이 어른들의 모습과 행동을 따라하는 것은 이런 충동의 자연스러운 표현이야. 소꿉장난이나 엄마.아빠 놀이가 대표적이지. 이런 놀이를 통해 어린이들은 어른의 역할을 연습하고 배워."

그런데 요샌 어른과 어린이 간에 경계가 무너졌다는 거야. 예전엔 아이는 동요를 부르고 어른은 가요를 불렀지만 우리처럼 누구나 인터넷에 접속하는 현실에선 아이들이 지적.정서적 성장 없이 어른 문화의 겉모습만 그대로 흉내 내고 있다는 것이지.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삼성서울병원 소아정신과 정유숙 교수님은 "애들이 집 밖에서 충분히 뛰어놀 시간과 장소를 제공하라"고 하시더라. 요새는 애들이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관심사도 실내 활동에 제한되면서 쇼핑 같은 어른들의 행동을 따라하기가 쉽다는 거야.

아영아, 화장을 하는 것이 정말 예뻐 보일까? 당장은 예뻐 보일 수 있겠지. 그렇지만 아빠는 화장 안 한 고운 얼굴이 더 예뻐. 화장은 다 크면 평생 할 수 있단다. 벌써 화장을 해서 얼굴에 뭐가 나거나 하면 어쩌지? 아영이도 많이 컸으니깐 아빠 말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 조도연 기자<sehe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 어린이 화장품 이용시 주의할 점

.파우더

베이비 파우더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을 구입한다. 사용할 땐 소량만 손바닥에 덜어낸 뒤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만 펴바르면 된다.

.아이섀도

가루 형태의 제품은 피하는 게 좋다. 손 끝이 정교하지 못한 아이들이 잘못하면 눈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크림 타입의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매니큐어

어른 제품은 아세톤으로 지워야 하는데 그러면 손톱의 보호막인 큐티클이 파괴된다. 아세톤을 사용하는 대신 손으로 뜯어낼 수 있는 필오프(peel off)타입이 좋다.

.향수

스프레이 타입은 뿌릴 때 눈이나 코에 들어갈 수 있다. 바르는 타입을 사용하는 게 좋고 바를 때도 목이나 무릎에 한 두번만 묻히면 된다. 어른들처럼 온몸에 뿌리면 냄새가 너무 진해진다.

도움말='바비 코스메틱'조현주 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