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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554> 세계의 특수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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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충형 기자

전시에 일반 정규군은 교전과 진지 점령, 제해·제공의 임무를 수행한다. 이런 통상적 전력에서 제외된 채 전문적 훈련을 통해 특수 임무를 부여받는 이들이 특수부대다. 소규모 인원으로 파괴·암살, 후방 교란, 게릴라전, 정보 수집, 심리전, 인질 구출 등 다양한 작전을 펼친다. 적지에서 처참한 죽음을 맞아도 추모는 커녕 조국으로부터 존재조차 부인 당하기도 하는 이들, 세계의 ‘다크 히어로’를 소개한다.

이충형 기자

현대적 개념에서 특수부대의 효시는 영국의 코만도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점령한 유럽 해안에 코만도 대원을 보내 독일군 암살과 시설 파괴, 포로 구출을 해냈다. 코만도는 이후 특수부대를 가리키는 일반명사가 됐다. 특수전의 엄청난 위력을 실감한 각국은 앞다퉈 특수부대를 설립했다. 현재 특수부대들은 전쟁과 대테러 등 각종 군사작전의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 전력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엔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부대들과 해군 UDT·SEAL·EOD, 공군 레스큐·CCT, 해병 수색대 등이 있다.

영국의 자부심 SAS(Special Air Service)

악명높은 네이비실 기초테스트 과정에 참가한 병사들이 해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현재의 정식명칭은 ‘제22연대’다. 델타포스 등 미국을 포함한 현대 각국 특수부대의 모델이다. 2차대전 때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독일군의 전투기 공격에 시달리던 영국 육군의 데이비드 스털링 대위가 ‘공중전을 벌이느니 적 비행장에 병력을 침투시켜 비행기를 부수는 게 낫지 않을까’란 아이디어를 내면서 창설됐다. 사막을 넘나드는 비행장 습격 작전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둬 독일군은 공중전에서보다 SAS에게 잃은 전투기 수가 더 많은 지경에 이르렀다. 전후에도 말레이시아 공산 반군과의 교전, 북아일랜드 독립세력(IRA)과의 대테러전, 런던 이란대사관 인질 구출, 걸프전에서 이라크 스커드 미사일 공격 억제 등 맹활약을 펼쳤다. SAS는 산악·보트·기동·공수 4개 전투분과로 나뉜다. SAS 대원이 되려면 25㎏ 군장을 지고 산악지대 64㎞를 20시간 안에 주파해야 하는 등 5주간 훈련에서 혹독한 관문들을 통과해야 한다. 200명이 지원해 30명 정도가 최종 선발된다. 오지 생존 전문가로 유명한 베어 그릴스가 SAS 출신이다. 영국에는 해병 특전대인 SBS(Special Boat Service)도 있다.

특수부대의 대명사 레인저·그린베레·네이비실·델타포스

체첸전에 참가한 러시아 스페츠나츠 요원들. 각기 다른 화기를 소지하고 있다.

 모두 미국의 특수부대들이다. 무수한 영화들과 세계 곳곳에서 벌인 수많은 작전들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들 부대는 육·해·공 각 군에서 따로 작전을 펼치다가 1987년 만들어진 미 특수작전사령부(SOCOM)가 각 군 특전사령부를 통할하면서 한 지붕 아래 모였다.

 맏형 격이 육군 제75 레인저연대, 통칭 레인저다. 정찰·기습을 주 임무로 하는 경보병 부대인 레인저는 2차대전 중이던 42년 창설된 제1레인저대대가 시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레인저가 선봉에 선다(Rangers lead the way)’는 구호가 탄생했다. 6·25와 베트남전에서도 게릴라전으로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그린베레의 정식 명칭은 미 육군 특전단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이들에게 특별히 녹색 베레모 착용을 허용해 그린베레라고 불렸다. 주 임무는 적진에서의 게릴라전과 게릴라 양성, 정찰 등이다. 3년 이상 복무한 군인을 대상으로 몇 달의 선발과정을 거치고 이후에도 2년 간 각종 훈련으로 충분한 경험을 쌓은 뒤에야 실전에 투입된다. 베트남전 당시 대원 12명이 라오스 접경지에서 160명의 현지인을 훈련시켜 900명의 월맹·베트콩군을 항복시켰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아프가니스탄으로 날아가 북부동맹군을 훈련, 1개월 만에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켰다. 영화 람보 시리즈의 주인공 존 람보가 그린베레 출신으로 나은다. 실제로도 베트남전에서 극한의 상황을 겪은 그린베레 대원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렸다고 한다.

러시아 특수부대 중 가장 명성 높은 연방보안국(FSB) 산하 알파 그룹 요원의 모습.

 해군 소속인 네이비실의 ‘실(SEAL)’은 ‘SEa, Air and Land’를 축약한 것이다. 바다와 공중, 육지를 가리지 않고 작전을 수행한다는 의미다. 미군의 다른 특수부대에 비해 가장 본격적인 전투 부대 성격이다. 베트남전 당시 하천·정글에서 매복·기습작전을 펼쳤고 중남미와 중동의 각 전쟁·작전에 거의 매번 투입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벌인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큰 공헌을 한 부대로 꼽힌다. 2005년 아프간에서 헬기 피격으로 대원 12명 중 11명이 전사하는 참사를 겪기도 했지만 2011년 SEAL의 대테러 전문부대인 DEVGRU가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는 전공을 세웠다. 영화 ‘GI제인’에서 보듯 대원 선발과정은 악명이 높다. 체력·정신력을 테스트하는 기초과정 8개월 간 수료율이 평균 25%에 불과하다. 일주일 간 매일 20시간씩 훈련을 소화하는 지옥주(Hell Week)를 넘겨야 한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SEAL 출신이다.

 델타포스는 그린베레에서 갈라져 나온 대테러 전문부대다. 요원 대부분이 그린베레에서 난다긴다하는 군인들로 채워져 해군의 DEVGRU와 함께 정예 중의 정예로 꼽힌다. 이 두 부대는 SOCOM이 아닌 연합특수작전사령부(JSOC)가 따로 관리한다. 적국에 대한 군사공작, 민간인으로 위장해 적지에서 첩보 활동, 테러 방해 및 예방공작 등을 수행한다. 근무나 작전 중 필요할 때만 빼면 민간인 복장으로 생활한다. 77년 창설돼 이란·이라크·그레나다·파나마·소말리아 등지에서 작전을 수행했다. 이외에 미국엔 공군 소속의 공정통제사(CCT·Combat Controller)도 있다. 

테러 전문 스페츠나츠·GSG-9·GIGN·사이렛매트칼

영화 ‘GI제인’(왼쪽)은 네이비실 테스트에 참가한 여군이 주인공이었다. 실제론 아직까지 여성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못한다. 람보는 베트남전을 겪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전직 그린베레 대원을 그렸다. [중앙포토]

 스페츠나츠는 러시아의 특수부대를 통칭하는 용어다. 50년대 서방에 대한 정보 수집과 암살·파괴·교란 목적으로 처음 생겼다. 소련 시절부터 KGB(현 FSB)와 국방부·내무부 산하에 여러 종류의 스페츠나츠가 존재했다. FSB 산하 알파 그룹과 빔펠 등이 대표적 부대다. 68년 체코슬로바키아의 ‘프라하의 봄’ 당시 AN-2기로 프라하에 잠입, 주요 시설을 장악하고 소련에 저항할 만한 인사들을 사전에 제거했다. 아프간 전쟁 땐 투입된 지 하루도 안돼 대통령궁을 접수했고, 2002년 모스크바 극장에서 인질극을 벌인 체첸 테러범들에게 수면가스를 살포해 몰살시킨 것도 이들이었다. 소련 시절 엘리트 운동선수들 상당수가 스페츠나츠였다고 한다. 스페츠나츠의 영입 테스트 중엔 교관이 만족할 때까지 팔굽혀펴기, 자해 후 자가 치료, 현역 대원 4명과 12분 연속 격투 등이 포함돼 있다.

 전쟁이 잦아들며 특수부대의 활약은 대테러 작전에서 두드러졌다. 72년 뮌헨올림픽 참사를 계기로 탄생한 독일 GSG-9은 77년 10월 테러범들에게 공중 납치돼 소말리아 모가디슈 공항에 착륙한 루프트한자 여객기에 섬광탄을 앞세워 진입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전광석화 같은 작전 수행으로 테러범 4명 중 3명 사살 1명을 체포하면서 80여 명의 승객 중에선 단 3명이 경상을 입었을 뿐이었다.

 프랑스의 GIGN도 뮌헨올림픽을 계기로 74년 창설됐다. 이후 85년까지 주로 아프리카의 옛 식민지 국가들에서 발생한 650여개 작전에 참가해 500명의 인질을 구했다. 76년 소말리아의 테러집단이 지부티에서 스쿨버스를 납치해 아이들을 인질로 삼았을 때 GIGN은 먼저 수면제를 넣은 샌드위치를 버스에 전달, 아이들을 잠재워 테러범들을 시야에 확보한 후 버스에 진입해 아이들을 구출해냈다. 94년 에어프랑스기를 납치한 알제리 테러범 전원을 사살하고 인질은 사망자 없이 구하기도 했다. GIGN 대원은 5년 이상 근무한 현역 군인 중 지원을 받는다. 10개월의 훈련기간 중엔 방탄복을 입고 44구경 리볼버 실탄 맞기, 세느강을 지나는 유람선 밑으로 수영하기, 프로 권투선수와 3라운드 스파링 등이 포함된다.

 이스라엘 특수부대의 역량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테러부대 사이렛매트칼은 엔테베 작전으로 유명하다. 76년 6월 다수의 이스라엘인을 태운 에어프랑스 여객기를 테러범들이 납치해 우간다 엔테베 공항 터미널에 억류했다. 이 부대는 우간다군으로 위장해 테러범을 속인 후 기습, 테러범 전원을 사살하고 인질 거의 대부분을 구해냈다. 해군 특수부대인 사이렛 13전대는 뮌헨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선수 11명을 살해한 검은 9월단 대원들을 끝까지 추적해 전원 암살한 ‘신의 분노’ 작전을 수행했다.

세계 최대 북한 11군단 … 평시 전력의 15% 차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1군단 공수부대인 우뢰부대를 시찰하고 있다.

 북한의 특수전 병력은 최대 20만을 헤아린다. 세계 최대 규모로 북한군 평시 전력의 15%를 차지한다. 6·25 당시 김일성 주석은 “경보병 연대 3개만 있었어도 부산은 금방 점령했을 것”이라며 특수전 전력 부족을 한탄했다. 이중 다수를 차지하는 4만~8만 병력이 11군단 소속이다. 한국의 특전사에 해당한다. 예하에 경보병여단(번개)·항공육전단(우뢰)·저격여단(벼락)을 두고 있다. ‘정치적으로 신뢰’할 수 있고 4~7년 전투병과 복무 경력이 있어야 11군단에 지원할 수 있다. 체격조건은 키 1m60㎝, 몸무게 55㎏ 이상이라고 한다. ‘40㎏ 군장을 착용하고 24시간동안 산지 50km 이동’이란 체력 조건은 SAS와 맞먹는다. 근무연한도 11~12년으로 일반부대(8~10년) 보다 길다. 북한 특수부대는 68년 청와대 침투 기도와 97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 등에서 깊은 인상을 심었다. 유사시 AN-2기나 공기부양정 등을 타고 경기도·충청도 등에 침투해 후방을 교란하는 것이 이들의 주 임무다. 하지만 엄청난 규모에 비해 침투수단의 부족과 후진성, 무기·탄약 보급의 문제 등으로 북한의 기대만큼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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