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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잇는 트위터는 하늘·땅 연결하던 그 옛날 노고지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03호 21면

“인터페이스는 컴퓨터 용어라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를 텐데요.”

이어령과 떠나는 知의 최전선 <12> 인터페이스 혁명

무슨 대답이 나올지 궁금했지만 역시나였다.

“우리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어. ‘얘야, 사이좋게 놀아라.’ 어렸을 때 들었던 어머니의 충고가 21세기 정보전선의 매뉴얼이 될 줄이야.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자연 사이, 그리고 사람과 기계 사이, 그 사이가 바로 인터페이스란 거지. 그런데 그게 다 망가지고 있어.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놀라는 어머니 말만 잘 들었어도 세상이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스티브 잡스가 별건가. 바로 사람과 기계(컴퓨터)의 인터페이스에 착안해 사이좋게 놀았던 사람이잖아.”

그렇다. 그가 사람과 컴퓨터 사이에 있던 거추장스런 키보드를 없앴기 때문에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기막히게 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쿼티(qwerty)키보드 있잖아. 그게 100년 전 마크 트웨인이 치던 타이프라이터 키 그대로라는 거야. 스티브 잡스가 똑똑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멍청했던 것 뿐이라고. 멍청해지지 않으려면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숨겨진 인터페이스를 찾아야해.”

“하늘과 땅 사이의 인터페이스라는 게 구름 잡는 소리 같아서 잘 모르겠는데요.” 야단맞을 각오를 하고 질문을 했다. 어차피 종군기자를 자처하지 않았는가.

“정답이야, 구름. 요즘 클라우드(cloud) 컴퓨팅이라고 하잖아.”

그리고 이 교수는 시조 한 수를 읊는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옛날 농업시대에는 구름 위에 뜬 노고지리를 하늘과 땅, 겨울과 봄, 그리고 밤과 낮 사이의 인터페이스로 삼았다. 종다리, 종달새, 그리고 하늘 높이 떠 있다 하여 고천자(告天子)라고도 부른 새다.

“옛날 사람들은 노고지리 소리를 듣고 봄과 새벽이 온 것을 알고 일터로 나갔어. 그런데 그 새가 요즘 트위터(twitter)의 새가 된 거야.”

이 교수가 트위터의 로고를 보여준다. 하늘과 구름을 배경으로 새가 그려져 있다.

“트위터라는 말은 새가 짹짹거리는 의성음에서 따온 영어야. 요즘 아이들은 140자의 트위터 속에서 참새처럼 재잘재잘 입방아를, 아니 엄지방아를 찧어대지. 그런데 내가 어렸을 때는 말야….”

이 교수의 감상적인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람이 사는 들판과 산이 접속되는 인터페이스에는 도깨비들이 살았어. 인간들처럼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지. 혹을 떼었다 붙이기도 하고, 방망이를 한번 휘두르면 황금이 쏟아져 나와. 인간과 친했다가도 심술이 나면 솥뚜껑을 솥 안에 집어넣어 골탕도 먹인다고 했어. 도깨비 이야기는 삶이 고되고 가난한 초가집 사람들에게 도깨비 방망이의 꿈과 신선한 놀라움을 주었던 거야. 우린 자연과 문명 사이에서 싸움도 하고 사이좋게 놀기도 했었지.”  

지금 다른 나라들은 하늘과 땅 사이에 전신주를 세우는 ‘도깨비 장난’을 한다. 통신위성이고 우주선이다.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하고 한탄하던 김소월의 ‘초혼’ 시대가 갔다. 트위터의 종달새와 클라우드 컴퓨팅의 구름 위에서 그들은 “금 나와라 뚝딱”하며 미래를 움직이는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른다.

“우리가 실패한 나로호 말야. 그 이름만이라도 아이들에게 꿈과 감동을 줄 수 있었는데 말이지. 남의 기술 빌리지 않아도, 돈 들이지 않아도 로켓 이름쯤이야 우리 힘으로 할 수 있었잖아. 인류가 처음 쏘아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은 스푸트니크(Спутник, Sputnik)호야. 러시아말로 ‘길손’, 그러니까 여행의 동행자라는 뜻이지. 무라카미 하루키는 『스푸트니크의 연인』이라는 소설까지 썼어. 거기 도전한 미국의 위성 이름은 또 어떻고. ‘익스플로러(탐험가)’에 ‘선구자(파이어니어)’, 그리고 그리스 신화의 놀라운 주인공 이름들…. 나로호의 이름엔 그런 것이 없어. 시(詩)도, 인문학도, 신화도, 스토리텔링이란 게 없어. 과학 기술이 아니라 이것이 바로 우리의 한계거든.” 노교수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지고 없다.

글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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