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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데이터로 추리해 본 내년의 흐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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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호 32면

저자: 타파크로스 출판사: 더난출판 가격: 1만5000원

BMW코리아는 얼마 전 인천 영종도에 400억 원을 들여 드라이빙센터를 설립했다.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밟을 수 있고 웅덩이·급경사·요철 등 거친 길에서도 차를 타고 주파해 ‘진격의 거인’이 된 듯한 느낌을 선사해주는 곳이다. 12월 1일부터는 센터 2층 야외교육장에 미취학 아동을 위한 ‘키즈 드라이빙 스쿨’까지 문을 연다.

『2015 생생트렌드』

BMW코리아가 엄청난 돈을 들여 이곳에 드라이빙센터를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2015 생생트렌드』의 저자들은 ‘마켓 쉐어’가 아닌 ‘라이프 쉐어’ 전략 때문이라고 말한다. 차 전시장이 아닌 브랜드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조성해 소비자들이 간접 체험을 한 다음 자동차 구매 계획을 세우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동차를 이동수단으로서의 기계로 인식하지 않고 상품 가치로서의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2014년이 꼭 한 달 남은 연말, 출판가엔 2015년을 예측하는 각종 전망서들이 줄을 잇는다. 그중 『2015 생생트렌드』는 2013년부터 올 여름까지 각종 SNS에 언급된 내용을 추적한 빅데이터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검색하는 단어 하나, 자신의 트위터에 남기는 글이 정보로 축적되어 거대하고 의미 있는 판이 만들어지는 데 주목한다.

올 여름 ‘래시가드’ 열풍만 해도 그렇다. 래시가드(rash guard)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체온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착용하는 긴 소매 수영복을 말한다(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몸에 착 달라붙는 현란한 스타일의 수영복을 입는 여성들 사진이 여럿 보인다). 저자들이 지난해 여름부터 올 여름까지 1년간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각종 커뮤니티에서 언급된 래시가드 관련 23만 개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키니에 대한 불편함 ▶능동적인 수상 레포츠에 대한 관심 증가 ▶피부 보호에 대한 욕구 ▶노출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책은 크게 비즈니스와 라이프스타일, 문화코드에 대한 분석 및 예측으로 구성됐다. 지금 우리 사회는 남과 달라야 하는 나, 회사보다 가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가장, 무리보다 혼자가 익숙한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뭔가가 새로운 대세를 이룬다. 미국의 동영상 콘텐트 유통업체 넷플릭스(Netflix)가 공룡 기업 아마존을 제친 이유도 달라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SF영화’라는 장르구분 대신 ‘워싱턴을 배경으로 10년 후 미래가 담긴 물질문명에 비판적인 30대 남성들이 많이 보는 영화’라고 분류해 사람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콕 찍어낸다.

‘100세 시대’를 맞아 ‘액티브 시니어’로 명명된 실버세대의 활약에 대한 예견도 의미심장하다. 미국에서 컴퓨터를 무료로 가르쳐주는 시니어넷에는 매년 50대 이상의 수 만 명이 컴퓨터를 배우고 이를 통해 접한 인터넷 세상에서 지혜와 경륜이 담긴 토론 문화를 생성해내고 있다.

트렌드란 결국 욕망이다. 모두의 욕망이 모여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그것이 또 다른 욕망을 만들어낸다. 이 거대한 소용돌이에서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결국 하나의 질문 아닐까.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글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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