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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석탄 … 북한 철로 거쳐 포항에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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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 철로를 거쳐 시베리아산 유연탄을 국내에 반입하는 한국과 북한·러시아 간 시범 프로젝트가 결실을 거둬 첫 반입분이 29일 새벽 한국에 도착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유연탄 4만5000t을 실은 중국 선적의 화물선이 27일 오후 9시30분 북한 함경북도 나진항을 출항했다”고 밝혔다. 시베리아에서 채굴된 석탄은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의 철도를 통해 운송된 뒤 선박에 옮겨졌으며, 29일 오전 5시 포항항에 들어왔다. 석탄을 반입한 포스코 측은 12월 1일 하역작업을 시작해 쇳물 생산공정의 원료로 사용할 예정이다.

 나진항에서의 선적 작업을 감독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우리 정부 관계자와 포스코 등 민간업체 관계자들도 28일 낮 러시아로 나왔으며, 29일 블라디보스토크발 인천행 비행기로 귀환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 채택에 북한이 반발하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도 예정대로 석탄 반입이 이뤄지고 우리 당국자를 포함한 남측 인사들의 나진 현지방문을 북한 측이 허용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북한·러시아가 참여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지난해 11월 방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수출 화물을 북한 나진항으로 끌어들여 나진~하산 구간 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이용해 유럽까지 운송하는 복합 물류·운송 사업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나진~하산 철길 현대화 사업이 마무리됐다. 나진항 3호 부두도 현대화했다.

 포스코와 현대상선·코레일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사업에 우회적으로 참여했다.  

러시아와 북한은 7대 3의 비율로 투자한 합작기업 ‘라손콘트란스’를 2008년 설립했다. 한국 기업 컨소시엄은 러시아 측 지분의 절반(1800억~2000억원으로 추정)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정부는 박 대통령이 주창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기 위해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적극성을 보여왔다. 제3국을 통한 우회투자란 점을 들어 5·24 대북제재 조치의 제한을 받지 않는 예외사업으로 간주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은 28일 세종로 정부청사를 방문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나진~하산 구간 철도가 복구됐고 시범 석탄 수송이 시작됐다”며 “이는 남북한과 러시아의 공동 노력의 성과”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그동안 연간 200만t의 시베리아산 석탄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통해 선박으로 조달해왔다. 이는 포스코가 연간 사들이는 석탄 물량의 8~9% 수준으로, 호주·캐나다·미국 다음으로 많다. 또 현대상선은 향후 이 프로젝트가 안정화되면 나진항을 거점으로 동북아 지역에서 물류사업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중국 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의 수출 물량을 육로로 운반한 뒤 다롄이나 칭다오항에서 수출하는 것보다 (동북 3성에서) 직선거리로 약 10㎞ 떨어진 나진을 거쳐 부산~일본~미국 등지로 보내는 게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영종·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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