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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가는 리디아 고, 강의는 어떻게 듣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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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리디아 고

올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신인왕을 차지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7·한국이름 고보경·세계랭킹 3위)가 고려대에 입학한다. LPGA 역사상 최연소 신인왕으로 등극해 전세계 골프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주인공이다. 고려대는 28일 “리디아 고가 2015년도 재외국민 특별전형으로 심리학과에 지원해 합격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리디아 고가 대학에 출석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현재 그의 거주지는 미국 플로리다 주다. 1년 내내 미국 전역과 전세계를 돌며 투어 생활을 해야 하는 처지다. 리디아 고의 아버지 고길홍(53)씨는 “다른 한국 골프 선수들도 대학에 적을 두고 해외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스포츠 스타의 학사 관리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2년엔 연세대 황상민(52) 교수가 “김연아의 교생 실습은 쇼”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네티즌들은 “스포츠 스타라도 일정 비율 이상 수업을 이수해야 하고, 학교 측은 학사관리를 제대로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고려대는 “학생 선수로 등록할 경우 출석이 원칙이지만 대회 참가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경우 교수 재량으로 온라인 강의나 레포트 제출로 수업을 대체할 수 있다. 최소 수업 일수 등의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교에 나가야 하는 것이 맞지만 온라인 수업도 수업이기 때문에 학칙에 부합한다면 불법은 아니다”고 했다. 규칙상으로는 수업에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아도 졸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프로골퍼들은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대학 측에선 선수 스카우트에 큰 관심을 보인다.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고, 홍보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신지애(26)·유소연(24)·전인지(20)·김효주(19) 등 유명 골퍼들은 대부분 국내 대학에 진학했거나 졸업했다. 그렇지만 리디아 고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한국에 집이 없고, 국적도 뉴질랜드다. 학기 내내 수업 한 번 들어가기가 어려운 외국 국적의 LPGA 스타에게 선뜻 입학증서를 내줬다는 비난을 받을 만 하다.

 리디아 고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IMG의 임만성 이사는 “프로 골퍼들은 투어 생활을 하면서 수업에 침석하기가 어렵다. 국내 투어에 뛰는 선수들도 학교에 가기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한국의 (운동 선수) 교육 제도가 문제라면 문제지, 리디아 고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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