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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따뜻함 느껴지는 한국 드라마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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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박로미씨(上)가 목소리를 연기한 ‘강철의 연금술사’의 주인공 에드워드 엘릭(下).

일본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주인공 목소리를 연기한 재일동포 3세 박로미(33)씨가 12일 한국을 찾았다. 검정색 드레스에 빨간 구두를 신은 여성스런 모습과 달리 그의 목소리는 중성적이었다.

"목소리만 들으면 다들 남자인 줄 알죠. 그런데 여자예요." 그는 "허스키한 목소리 때문에 주로 소년역을 맡았다"며 "사실 성격도 남자다운 데가 있다"고 했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2002년 일본에서 첫 출간돼 1500만 부나 팔린 인기 만화가 원작이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때 누가 주인공 에드워드 엘릭의 목소리를 맡을 지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일본에서 극장판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는 지난달 23일 개봉해 7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덩달아 박씨는 가는 곳마다 팬들이 몰리는 스타가 됐다. 국내에서도 5월부터 위성.케이블 TV를 통해 '강철의 연금술사'TV판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고 있다.

"할아버지가 일본으로 건너오셨대요. 일본에서 태어난 아버지는 한국으로 유학을 가셨고, 그 때 어머니를 만났죠. 어머니도 한국 사람입니다." 그의 이름은 일본식이 아니다. "아버지가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모두 통용되는 이름을 찾다가 '로미'로 지었다고 해요."

그는 '겨울연가'를 잇는 한류 드라마 '여름향기'가 일본에서 방영될 때 조은숙이 연기했던 '장미' 역의 목소리를 맡기도 했다. "한국의 드라마는 따뜻해요. 제가 본 대부분의 작품에서 인간의 온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아해요."

그는 한국 영화도 즐겨 본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특히 좋아해요. 볼 때마다 탄성을 지르죠."

박씨는 연극 배우 출신이다. 대학에서도 연극을 전공했다. 애니메이션 성우로 캐스팅된 것도 연극 무대를 통해서였다.

"애니메이션 '∀(턴A)건담'의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연극을 보러 왔었죠. 제 목소릴 유심히 듣더니 캐스팅 제의를 하더군요. 그 작품부터 주인공 목소리를 맡았어요"

그는 무대 연기와 목소리 연기, 둘 다 놓칠 수 없다고 했다.

"무대에선 상대를 보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목소리 연기는 달라요. 배우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연기를 합니다. 그게 매력이죠." 지금껏 그는 두 장의 음악 CD를 냈다. 둘 다 '박로미'가 아닌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부른 노래였다.

"내년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아닌 인간 박로미의 이름으로 음악 CD를 낼 겁니다. 배역이 아닌 배우로서요."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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