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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장비 160개 정상 작동 … 통영함 ‘눈’만 빼고 이상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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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성능이 떨어지는 음파탐지기(HMS·소나)가 탑재돼 수중 탐색이 어려운 통영함(아래)이 26일 오후 부산 앞바다에서 기뢰 제거함인 옹진함의 도움을 받아 수중 수색 및 구조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소나와 수중무인탐사기(ROV) 초음파카메라를 제외하고, 수심 91m까지 작업이 가능한 잠수사 이송장치등 160여 가지 장비는 정상 작동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옹진함! 침몰선박 위치 도착. 정밀유도 바람!”(통영함)

 “표적위치 통영함으로부터 270도, 5m, 유도침로 270도.”(옹진함)

 26일 낮 12시30분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남서방 해상. 오전 5시에 폭풍주의보가 해제됐지만 해상은 파도가 출렁였다. 길이 107.5m의 통영함은 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장치(트러스트) 덕에 민첩하게 수m씩 움직였다. 10여 분 뒤 “온 톱(On Top)”이란 소리가 통영함으로 전해졌다. 수중에 침몰한 선박 바로 위에 통영함이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다.

 보통 구조함은 음파탐지기(소나)를 이용해 스스로 작업할 위치를 찾아야 하지만 통영함은 옹진함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통영함으론 목표물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건조 과정에서 통영함엔 어군탐지기 수준의 소나가 장착된 것으로 드러난 상태다.

 이에 해군과 제작사인 대우해양조선은 이날 방위사업 비리의 진원이었던 통영함의 성능과 수중 선체구조 과정을 전격 공개했다. 좌초된 함정을 끌어내는 작업이나 인양, 잠수 지원 등의 작업은 정상적이었다.

 그러나 소나는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 함정 뒤쪽에서 수중작업 상황을 지시하는 구조지휘소의 10여 개 모니터 가운데 소나 모니터는 꺼져 있었다. 이정재 방위사업청 상륙함사업팀장은 “현재 달려 있는 소나는 군사용으론 도저히 사용할 수 없다”며 “납품 계약을 해지하고 반납할 것이기 때문에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사청과 군은 통영함에서 소나를 떼내 반납한 뒤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납품 공고에 이어 계약자 선정→계약→제작→장착→시험→정상 가동을 위해선 2년가량이 걸린다.

 이날 공개된 통영함 탑재장비 중 수중무인탐사기(ROV)에 장착된 초음파카메라도 작동 불능이었다. 하지만 다른 장비들은 제 성능을 보여 줬다. 박정식 통영함장은 “구조함의 핵심인 잠수장비와 인양을 위한 크레인, 다른 함정이나 선박을 끌어당기는 유압권양기 등 160여 가지의 장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지난해 실시한 92가지의 시험평가에서도 다른 항목은 모두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잠수사들이 수심 91m까지 내려갈 수 있도록 하는 잠수사 이송장치와 감압장치인 챔버, ROV에 장착된 광학카메라, 100m 이상 물을 뿌려 불을 끌 수 있는 소화건 등은 이상이 없었다.

 이병권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은 “소나와 ROV의 초음파카메라가 없어도 퇴역시기를 이미 넘긴 구조함인 광양함보다는 훨씬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광양함의 주요 장비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고려하면 통영함 인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산=정용수 기자, 국방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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