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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개집에 가두고 쇠사슬로 감금한 장애인시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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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의 한 지적장애인 거주시설과 정신장애인 사회복지시설에서 장애인을 개집에 감금하고 쇠사슬로 묶어 폭행하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36명 중에는 10대 아동도 4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6일 “두 시설의 시설장을 맡고 있는 K(62)씨를 검찰에 고발하고 관할 감독기관에 해당 시설의 폐쇄조치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조사 결과 K씨는 직원들이 퇴근한 저녁시간에 장애인들을 수시로 개집에 개와 함께 감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자꾸 밖으로 나간다는 이유였다. K씨는 또 60cm짜리 대나무 막대기로 장애인들의 발바닥을 수시로 때리고, 반항하면 다른 장애인들에게 "다리를 잡고 있으라"고 지시한 의혹도 받고있다. 이외에도 K씨는 장애인 8명에게 자주 밖에 나가 싸우거나 손가락을 빤다는 이유로 2m 길이의 쇠사슬이 달린 쇠고랑을 발목에 채운 상태로 밥을 먹이거나 잠을 재운 것으로 조사됐다.

형법상 개집 감금이나 쇠사슬 강박은 폭행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인권위에 따르면 K씨는 조사 과정에서 "장애인들에게는 체벌에 따른 훈육이 중요하며, 개집에 감금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조사 결과 거주 장애인들은 강제노역에도 빈번하게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에 따르면 장애인 3명은 2011년부터 K씨 소유의 밭에서 마늘·콩·양파 등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데 강제로 동원됐지만, 임금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 K씨는 또 2013년에는 장애인들에게 자신의 집을 개ㆍ보수하는 작업을 맡기기도 했다는 게 인권위의 설명이다.

K씨는 운영상 편의를 위해 지적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을 한데 모아 거주시키고, 이들 사이에 폭행 사고가 발생해도 수수방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K씨가 운영하는 지적장애인 거주시설과 정신장애인 사회복지시설은 마당을 가운데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정신장애 복지시설에 등록된 장애인 8명을 지적장애인 28명과 함께 생활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조사를 담당했던 육성철 사무관은 "지적장애인과 정신장애인 사이 갈등이 심해 폭행이 자주 일어났지만 K씨는 폭행으로 턱뼈가 골절된 장애인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등 방관했다"고 말했다.

시설은 엉망으로 운영됐지만 K씨는 2013년도부터 해당 군청으로부터 총 2억32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인권위 조사 결과 보조금 중 일부는 종교 서적이나 사진 연감 구입 등 장애인 복지와는 관련없는 데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K씨가 사전 동의 없이 거주 장애인 36명의 통장에서 생활비·주거수당 등의 명목으로 2011년부터 5년간 총 5억4900만원을 인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인권위는 "조사가 들어간 직후 K씨가 장애인들에게 급히 사후 동의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시설을 관리감독해야 할 해당 군청은 2011년부터 해당 시설들의 인권침해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인권위는 "2011년 보건복지부 지시로 전국 장애인 시설을 점검하던 중 해당 시설의 인권침해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후에도 담당 공무원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방공무원법상 직무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담당 공무원을 징계조치할 것을 해당 군청 군수에게 권고했다.

한편 K씨는 지난 7월부터 '염전노예 사건'의 피해자 3명의 공공후견인으로도 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에 따르면 신안군은 K씨를 후견인으로 청구하는 과정에서 적격성 심사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후견인은 발달장애인의 급여관리, 인권 상담 등을 맡는다. 인권위는 해당 후견인 제도에 결함이 있다고 보고 보건복지부와 전라남도에 K씨를 포함한 공공후견인의 활동 현황 점검 및 개선을 권고했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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