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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으로 만드는 인류의 새로운 패러다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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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같은 물질적 욕망의 충족을 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발전 방식은 언제까지 지속가능할 것인가.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서구 산업화의 모델을 모방 답습할 경우,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서양과 동양의 문명이 서로 보완해가며 공생·상생할 길은 어떤 것인가.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혁신과 중국의 부상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와 서울시 부시장 및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을 지낸 권영걸(63) (주)한샘 사장이 '신문명(新文明)디자인대학'을 개설한 이유다. 그는 "지금은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문명의 모형을 제시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왜 디자인인가. 권 사장은 "인류의 삶의 방식과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변혁은 모두 디자인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시대를 창조하는 디자인 혁명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가 주창하는 신문명 디자인의 기본 이념은 크게 세 가지다. 절제와 자족, 맥락과 회복, 가치와 보존의 컨셉트다. "근대 디자인은 상업적 이익의 수단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오브제였죠. 욕망을 미덕으로 여기는 대중소비사회에서 지속적인 결핍과 갈증의 만성화를 유발하는 데 악용됐습니다. 하지만 미래에는 절제를 미덕으로 삼는 가치 중심 사회입니다. 필요에 의한 디자인을 하고 그것을 대를 이어 사용하면서 지속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22일 시작돼 12월 13일까지 토요일마다 열리는 강연에는 권 사장을 비롯해 9명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매번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강현주 인하대 교수(시각정보디자인전공)는 "아편전쟁 이후 왜곡된 만남의 기본 구도가 근 200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며 "이성과 분석력이 발달한 서양과 감성과 직관력이 뛰어난 동양이 각각 상대의 장점으로 자신의 결핍을 보완하는 상보적 융합을 통해 신문명을 열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정욱주 서울대 교수(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는 과소비와 지속할 가치가 없는 것을 대량생산하는 체제를 지적하며 "1000년을 지속할 디자인을 할 수 있으려면 1000년을 꿰뚫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울대 디자인학부 BK 교수를 역임한 채정우 CA plan 대표는 "누가 먼저 디지털을 선점하고 디지털 사회를 자신의 역량으로 건설해 가는 가의 경쟁에 직면해 있다"며 "이 경쟁은 창의성 기반의 경쟁이고 그 배후에는 디자인 능력간의 경쟁이 뒤따른다"고 통찰한다.

맹형재 건국대 교수(디자인대학원장)는 중국을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중국은 향후 30년 동안 약 5억 명의 농촌인구가 도시로 이동할 것으로 추정되고 대도시를 중심으로 연간 600만 세대의 주택을 신규 건설하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도시화죠. 이는 자원 고갈의 가속화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중국이 서양 도시를 모방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도시화를 독자적으로 이뤄낸다면 산업사회를 이끌어 왔던 미국을 뛰어넘어 다가올 미래의 새로운 문명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한샘은 강연회 이후 12월 22일까지 디자인 관련 포털 '창신'을 런칭한다. 신문명디자인공모전 '창신'은 12월 말 모집 공지를 통해 2015년 7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문의 academy@chunagxin.kr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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