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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도중 사자 만나 ‘어휴!’ 360도 회전 케이블카 ‘야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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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가고는 싶은데 선뜻 내키지 않을 때,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은 유력한 정답일 수 있다. 특히 아프리카 대륙이 처음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내륙엔 광활한 사바나가 펼쳐져 있고 해안가를 따라서는 유럽풍 휴양시설이 들어서 있다. 최근 기니·시에라리온·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유행하고 있다지만 남아공은 이들 나라에서 5800㎞ 이상 떨어져 있다.

서울에서 알래스카까지 가는 거리에 맞먹는다. 물론 남아공에 에볼라 발병자는 아직까지 없다.

펭귄·물개 떼 노니는 케이프타운

사방에 보이는 낮은 구릉이 키 작은 관목으로 덮여 있다. 이 구릉은 어느새 하얀 모래가 깔려 있는 푸른 바다와 만났다. 남아공 케이프타운 시가지에서 버스를 타고 희망봉을 찾아가던 중 마주친 풍경이다.

이곳은 과거 해저 퇴적층이었던 지역이 융기해 형성된 케이프 반도 자연보호구역이다. 1998년 이름이 바뀌어 이제 ‘테이블마운틴 국립공원’으로 불린다. 77.5㎢에 이르는 지대와 40㎞의 해안선을 따라 다양한 야생동물과 희귀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가이드가 “해안도로를 따라 매년 세계적인 사이클 대회가 열린다”고 하자마자 사이클 선수 한 무리가 버스를 지나쳤다.

어느새 희망봉에 도착했다. 바다로 돌출한 암석 절벽이 눈 앞에 보였다. 희망봉에 대한 두 가지 잘못된 정보가 있다. 우선 희망봉의 영어 표기는 ‘Cape of Good Hope’다. ‘cape’는 곶을 의미하니, ‘희망곶’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다. 또한 희망봉은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이 아니라 ‘최남서단’으로 봐야 한다. 희망봉보다 동남쪽으로 150㎞ 쳐져 있는 ‘아굴라스 곶’이 바로 아프리카 최남단이다. 지정학적으로 아굴라스 곶이 인도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지점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쯤은 상관없다. 1488년 포르투갈의 항해사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폭풍을 만나 헤매는 도중에 상륙한 게 희망봉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유럽 항해사들은 희망봉을 기항지 삼아 인도 항로를 개척했다.

케이프 반도의 남쪽 끝 부분은 사람의 발 모양을 닮았다. 서쪽에 위치한 희망봉은 발꿈치, 동쪽에 위치한 케이프 포인트는 발가락 같이 생겼다. 희망봉에서 케이프 포인트까지는 자동차로 10분 거리다. 케이프 포인트에 올라서니 희망봉의 반대편 얼굴이 보였다. 케이프 포인트에서 북쪽 펄스 베이로 올라가 볼더스 해변에 닿았다. 펭귄이 떼지어 있었다. 우는 소리가 수컷 당나귀(Jackass) 같다고 해서 자카스 펭귄이라 불리는 녀석들이다. 이번엔 호트 베이로 이동해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갯바위섬에 수많은 물개가 꽥꽥 울고 있었다. 펭귄과 물개가 노니는 바닷가. 상상했던 아프리카의 이미지와 사뭇 달랐다.

식탁처럼 평평한 산 테이블마운틴

케이프타운의 랜드마크는 테이블마운틴(1086m)이다. 역시 오래전부터 항해사들이 이정표로 삼았던 곳이다. 산 정상이 식탁처럼 평평하게 생겨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테이블마운틴을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다. 케이블카를 타면 3분, 걸어 가면 약 3시간이 걸린다. 케이블카는 날씨가 가장 큰 변수다. 바람이 심하게 불면 운행하지 않는다.

바닥이 360도로 회전하는 케이블카를 탔다. 창밖으로 테이블마운틴이 감싸고 있는 케이프타운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대서양에 면한 테이블베이와 워터프론트 항구도 한눈에 들어왔다. 항구는 물론이고 전망 좋은 해안가마다 어김없이 유럽풍 고급 주택이 들어서 있는 게 케이프타운이다. 가이드는 “농업·관광산업 다음으로 케이프타운에서 발달한 게 부동산”이라고 설명했다. 정상에 가까워지자 가파르게 솟은 절벽이 눈앞에 아찔하게 다가왔다.

테이블마운틴 정상에 도착하니 구름이 발 아래 산자락을 덮고 있었다. 파도 치는 바다 같았다. 남아공에선 이렇게 테이블마운틴에 걸린 구름을 테이블 보(cloth)에 비유한다. 산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면 분명 테이블 보 같아 보일 테다. 산 정상에는 울퉁불퉁한 암석과 관목 사이로 산책로가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좌우 3㎞에 이르는 정상부를 구석구석 돌아보려면 2시간 정도 걸린다. 한 자리에 서서 빙글빙글 돌아봐도 사방이 온통 평평하다. 맑은 날이면 멀리 희망봉과 케이프 포인트는 물론이고 로빈아일랜드까지 보인다고 한다. 로빈아일랜드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인권운동가 시절, 18년간 갇혀있던 수용소가 있는 섬이다.

케이프타운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이 하나 더 있다. 형형색색의 집들이 자리한 보캅 지역이다. 케이프타운은 1652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얀 반 리베크에 의해 세워진 도시다. 동인도회사는 말레이계 사람들을 데려와 노역을 시켰는데 이들의 후손이 모여 사는 곳이 보캅이다. 당시 숫자 대신 색깔로 자신들의 거주지 주소를 표시하면서 독특한 모습의 주거지가 형성됐다. 실로 남아공은 다인종 국가다. 특히 케이프타운엔 백인·흑인·말레이계·남아공 원주민 뿐만 아니라,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케이프 컬러드’가 유독 많다.

야생 사자·코끼리 만나는 게임 드라이브

다음 목적지는 선시티다. 새벽 5시30분 호텔을 나섰다. 전용 지프를 타고 필란스버그 국립공원에서 게임 드라이브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게임’은 먹잇감을 뜻한다. 게임 드라이브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2~3시간 정도 하는 게 보통이다. 태양이 뜨거운 낮 시간보다 이 즈음 동물들이 활발하게 움직여서다. 공원은 화산 분화구가 만들어낸 평원 위에 자리 잡고 있다. 1979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뒤 야생동물을 이주시키는 각고의 노력 끝에 오늘의 모습이 됐다.

“멈춰”라는 일행의 소리에 차가 섰다. 누군가 6~7마리의 코끼리 가족을 발견한 것이다. 운전사 겸 공원 안내원이 암·수 코끼리를 구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코끼리 얼굴을 정면에서 봤을 때 양 옆이 직각으로 떨어지면 수컷, 동그랗게 떨어지면 암컷”이라고 했다. 이번엔 도로 오른편으로 얼룩말 5마리가 줄지어 지나갔다. 안내원은 “얼룩말은 한 식구 안에서도 서열이 명확한 동물”이라고 했다.

다시 차를 타고 달렸다. 국립공원에는 7000여 종의 동물을 구경할 수 있도록 550㎢ 넓이의 사바나에 200㎞ 길이의 도로가 나 있다. 덩치가 커 ‘빅5’로 불리는 사자·치타·코끼리·코뿔소·물소도 살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은 역시 동물의 왕, 사자다. 수려한 외모의 수사자가 암사자보다 인기가 많다. 수사자가 나타나자 차량 10여 대가 길가에 멈춰 섰고 관광객은 일제히 숨죽이며 사자를 관찰했다. 안내원은 “사자를 봤으니 당신들은 운이 좋다”면서도 “보통 건기인 3~8월 사이에 더 많은 동물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풀이 덜 우거져 그만큼 동물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동물 숫자나 규모를 따지자면 1898년 문을 연 크루거 국립공원이 더 방대할 것이다. 하지만 필란스버그 국립공원 인근에는 남아공의 ‘라스베이거스’를 표방하는 리조트인 선시티가 있어 찾는 이가 많다. 최고급 숙박 시설이 들어서 있고 골프 코스와 카지노도 갖추고 있다. 2개의 골프 코스는 각각 남아공 출신 유명 골프 선수인 게리 플레이어와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했다.

● 여행정보=한국에서 남아공으로 가는 직항은 없다. 남아공 국영 항공사인 남아프리카항공이 홍콩에서 요하네스버그를 잇는 직항편을 운행하고 있다. 인천~홍콩 노선은 남아프리카항공과 같은 스타얼라이언스 회원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면 된다. 인천에서 저녁에 출발하면 홍콩을 경유한 뒤 기내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한다. 각각 3시간 반, 13시간 정도 걸린다. 요하네스버그에서 케이프타운까지 비행시간은 약 2시간이다.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에 위치한 선시티까지는 자동차로 약 2시간이다.

남반구에 위치한 남아공은 우리와 계절이 정반대다. 연중 기온은 7~26도 안팎이다. 일교차는 큰 편이다. 공식언어는 영어를 포함해 11개 언어가 있다. 통화는 란드를 쓴다. 한국보다 7시간 늦다. 다른 아프리카 지역과 달리 황열병·말라리아 등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남아프리카항공사가 온라인투어 등 제휴 여행사를 통해 ‘케이프타운 & 선시티 7일’ 상품을 100만원대 중반부터 판매한다. 02-775-4697.

글·사진=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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