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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 군가 40년 만에 ‘사나이’ 빠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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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아, 검은 베레 무적의 전사들~”.  지난 10일 서울 특수전사령부의 국기 게양식에서 검은 베레모를 눌러 쓴 특전사 대원들은 군가 ‘검은 베레모’의 마지막을 이렇게 맺었다. 1년 전에는 달랐다. “아아, 검은 베레 무적의 사나이~”라고 불렀다. ‘사나이’가 ‘전사들’로 바뀐 것이다.

건군 6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앞두고 지난 9월 29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여성 특전사 대원들이 특공무술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수전사령부 대원들이 부르는 군가에서 40년 만에 ‘사나이’가 퇴출됐다. 지난해 12월 가사 교체가 논의됐고, 올 들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특전사가 군가를 일부 수정한 것은 여군들을 배려한 조치다.  전인범 특전사령관은 “특전사에 훌륭한 여전사가 많은데 소외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며 직접 개사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전 사령관은 19일 “여성들이 남성보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분야가 있다. 예를 들면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사격 같은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전사 관계자는 “전 사령관이 지난해 부임한 뒤 여군들이 능력을 발휘하게끔 시설을 개선하고 휴가를 보장하는 등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고 말했다. 전 사령관의 부인은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다. 숙명여대에 이어 2011년 두 번째로 여대 학군단(ROTC)을 창설한 성신여대는 2013년 동계 훈련에선 전국 110개 학군단 중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됐다.

 군가 ‘검은 베레모’는 특전사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 공군가 ‘빨간 마후라’를 만든 작곡가 고 황문평씨가 1960년 발표한 이 곡은 당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를 73년 기증받은 특전사는 부대가로 선정했다. 군 관계자는 “검은 베레모는 특전사의 상징이자 자부심이다. 전 군에서 가장 혹독한 훈련을 받는 특전사가 ‘검은 베레모’의 가사를 바꾼 건 군 전체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전사의 조치는 아직 우리 군에선 예외에 해당된다. 내년이면 여군이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여군에 대한 배려와 인프라 조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여대 ROTC는 여전히 ‘진짜사나이’나 ‘팔도사나이’를 부르며 구보 훈련을 하고 있다.  부사관 출신의 국회 국방위 손인춘 의원(새누리당)은 “군이 여군의 숫자 증가만 자랑할 게 아니라 여성의 능력을 활용할 방안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군 진입이 확대되면서 다른 선진국들도 군대 내 남성 전용 문화를 개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영국 해군은 지난해 200년 전통의 건배사를 ‘남성 중심적’이라는 이유로 금지했다. 장병들이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함상 만찬에서 외치는 ‘아내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to Our Wives and Sweethearts)와 ‘사나이를 위하여’(to Our Men)를 각각 ‘가족을 위하여’(to Our Families)와 ‘해군을 위하여’(to Our Sailors)로 변경했다. ▶특전사 군가 '검은 베레모'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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