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브랜드에서는 오래 전부터 향수를 내놓았죠. 요즘은 거꾸로 향수 브랜드에서 화장품을 내놓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디크림입니다.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향수 바디크림 4개 제품을 품평했습니다. 뿌리는 대신 바르는 향수는 어떤 느낌일까요. 향은 과연 오래 갈까요. 함께 알아보시죠.

#조말론
혜영 “향수보다 향이 더 좋아”
소엽 “하얗게 겉돌아 여러 번 발라야”
영주= 지금 쓰는 향수와 향이 비슷하다. 원래 좋아하는 향이라 확 끌렸다. 향수 뿌리지 않고 바디크림만으로 원하는 향을 낼 수 있어 좋다. 부드럽게 잘 발리고 흡수도 잘 된다. 샤워 후 긴 바지 입어도 전혀 끈적이지 않더라. 너무 묽지도, 그렇다고 너무 쫀득하지도 않은 적당한 농도인 점도 좋았다.
혜영= 향이 좋다. 전에 조 말론 향수를 쓴 적이 있는데 그땐 진해서 별로였다. 그런데 바디크림은 바른 후 온 몸에서 은은하게 좋은 향이 난다. 엄청난 제품이라고 감탄했다. 신세계를 경험했다. 나 역시 끈적임 없이 흡수가 잘 되는 게 좋았다.
민희= 향이 정말 탁월하게 좋다. 또 가장 오래 유지되기까지 한다. 잔향이 좋다. 다만 바르면 바를수록 흡수가 착 되지 않고 피부 겉에 좀 하얗게 남아 오래 발라야 하더라.
경희= 맞다. 피부가 좀 하얗게 된다. 아마 건조한 피부에 너무 영양이 풍부한 게 얹어져서 그런 것 같다. 오히려 많이 펴바르게 되니 흡수도 잘 되고 보습력도 좋았다. 나한테는 단점이 향이다. 다른 니치퍼퓸 브랜드보다 덜 고급스럽다. 다른 데서도 맡을 수 있는 향이랄까. 바디크림으로서의 기능, 즉 촉촉함은 가장 좋았다.
형수= 가장 여성적이고 상쾌한 향이다. 20대 여성이 상큼하게 쓰면 좋을 것 같은데 의외로 60대인 엄마가 좋아하더라. 바른 사람이 스쳐만 가도 바로 알아차릴 정도로 향이 가장 선명하다. 또 첫향과 잔향이 거의 똑같이 상큼하다. 하루 종일 향수 덧뿌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향이 거부감 없이 가벼워서 한없이 바르고 싶었다. 용기도 세련됐다. 굳이 흠을 잡자면 뚜껑을 좀 신경 써서 닫아야 하는 정도다.
소엽= 하얗게 겉돌아서 여러 번 비벼 발라야했다. 바르면 윤기가 돌아 좋은데 오래 문질러야 하는 게 불편했다. 난 향이 마음에 안 들었다. 유리 용기도 깨뜨릴까봐 부담스럽다.
정= 품평 제품 중 가장 향이 강하고 오래 간다. 그래서 부담스럽다. 이 향을 원래 좋아하면 모를까, 나처럼 어린 아기가 있으면 부담이 된다. 너무 강하다. 다리에 슥 바르면 선이 두드러질 정도로 윤기가 생긴다. 과하지 않게.
조말론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 바디크림
나무 계열 향. 영국 니치퍼퓸 브랜드 조말론의 15가지 바디크림 중 가장 최근(올 8월) 출시 제품. 같은 이름의 코롱(향수)은 바다와 흙 냄새 섞인 세이지(허브 일종)향. 탑 노트로 사향씨, 하트 노트로 바다소금, 베이스 노트로는 세이지. 175mL 11만5000원.
# 펜할리곤스
정 “튜브라 사용 편하고 활용도 높아?
형수 “침구에 향 남을 정도로 진하고 오래가”
정= 향이 마음에 든다. 잔향 역시 짧지도 길지도 않고 적당했다. 또 튜브형이라 휴대하기 편한 것도 좋다. 다른 품평제품과 달리 핸드크림으로도 사용 가능해 활용성도 높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실속 있다. 단점은, 잘 모르겠다.
영주= 원래 좋아하는 향은 아니다. 그런데 품평 제품 중 향이 가장 짙은 데다 오래가더라. 저녁에 바르면 아침까지 향이 날 정도로. 다만 보통 이렇게 향이 강하면 머리가 아프기 마련인데 이건 싫지 않더라. 오히려 두번 세번 바를 때마다 점점 좋아졌다. 그리고 최근 팔·다리 튼 데 발랐을 때 진정이 잘 되더라.
소엽= 튜브형이라 좋다. 쭉 짜서 바르니 편하다. 그리고 이건 점성이 강하지 않아 바로 흡수되면서 보습도 잘 된다. 그런데 좋아하는 향이 아니다.
형수=튜브 타입, 게다가 핸드&바디크림이라 활용도가 가장 높다. 사용감이 가장 신선했다. 솜사탕이나 머랭처럼 가벼운 게 피부 속으로 속속 파고드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피부가 당기거나 하지 않았다. 첫 향은 물론 잔향까지 짙게 오래 남았다. 저녁에 바른 날은 침구에 향이 남을 정도였다. 튜브형은 위생적이라 정말 마음에 든다.
혜영= 튜브형은 괜찮다. 편리하긴 한데 문제는 다른 품평제품에 비해 용기가 예쁘지는 않다. 또 향이 별로다. 몸에 이 향이 남는 게 별로였다.
민희= 향이 4개 중에 제일 선호하는 향이 아니었다. 보습력이나 촉촉함은 무난했다. 탁월하진 않았다. 개인적으로 바디크림은 튜브형인 게 불편하다. 그냥 푹푹 떠서 쓰는 게 좋다. 다른 제품과 비교해서 선택을 안 한 거지 제품은 정말 좋다.
경희= 농염하고 짙은 굉장히 여성스러운 향이다. 바디크림으론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거의 향수 느낌이다. 또 품평 제품 중 가장 묽어서 처음엔 만족감이 떨어졌다. 그런데 자꾸 써보니 바르자마자 피부가 촉촉해지는 효과가 가장 빨랐다. 하얗게 일어난 부분도 갈라짐 없이 촉촉해 졌다. 문제는 역시 향이다. 워낙 진해 많이 바르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래서 몸 전체 말고 상체만 조금 바르면 좋겠다. 또 하나의 단점은 패키지다. 값비싼 럭셔리 제품인데 럭셔리한 느낌이 아니다.
펜할리곤스
엘레니시아 핸드 앤 바디 크림 꽃 향. 영국 니치퍼퓸 브랜드 펜 할리곤스의 6가지 핸드 앤 바디크림 중 가장 인기있는 제품. 같은 이름 향수(오 데 퍼퓸)는 탑 노트로 제비꽃 잎·귤 껍질, 하트 노트로 장미·달맞이꽃·치자나무·자스민, 베이스 노트로 바닐라·과일즙 사용. 150mL 7만9000원.
# 바이레도
경희 “시간 지날수록 더 촉촉”
영주 “살짝 끈적이는 느낌”
경희= 바르는 순간에는 향이 좀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옷 입고 활동할 때마다 퐁퐁 뿜어져 나오는 향이 편안했다. 상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향이 몸에서 계속 나니 좋았다. 또 발랐을 때 겉도는 느낌 없이 바로 촉촉해진다. 악건성이라 조금만 지나면 건조해 지는데 아침에 바른 후 저녁까지 유지되더라. 즉각적 효과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괜찮다.
소엽= 흡수 잘 되고 윤광이 꽤 오래가더라. 사실 처음엔 향이 싫었다. 그런데 과하지 않고 은은한 잔향이 좋더라. 자고 일어나서 잠옷에 남은 향을 다시 맡을 정도로.
정= 품평 제품 중 가장 좋아하는 향이다. 하지만 지속력이 아쉬웠다. 아침에 바르고 오후 2시가 되니 다 사라졌다. 향수 바디크림인 만큼 향이 오래 지속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은가.
형수= 하얗고 깨끗한 용기와 사용감이 많이 비슷했다. 바르니 순면 옷 입은 것처럼 보송보송해져 기분이 좋았다. 다른 품평 제품들이 바른 즉시 스며들어 시원하면서 촉촉한 느낌이라면, 바이레도는 파우더 바른 듯 보송보송하면서 보드라운 느낌이다. 향은 품평 제품 중 가장 진하고 예쁘다. ‘남성이 좋아하는 여성향수’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여성스러운 예쁜 향기다.
영주= 나도 처음엔 향이 별로였다. 그런데 살과 섞이니 향이 좋아지더라. 그냥 제품을 코에 대고 맡는 향과 피부에 바른 후 나는 향이 다르다. 다만 다른 품평 제품에 비해 흡수가 잘 안되는 건인지 옷 입었을 때 약간 끈적이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뚜껑 안 덮개가 잘 안 벗겨 지는 것도 불편했다.
혜영= 향이 오래 가야 좋은데 이건 얼마 안 가 없어진다. 그리고 플라스틱 용기라 고급이 아니라 저렴한 제품 같다.
민희= 뚜껑 안 이중 덮개가 가장 불편했다. 또 향 유지력도 좀 부족하다. 팔·다리에 품평 제품 4개를 나눠서 동시에 발라봤더니 촉촉함도 가장 먼저 사라졌다.
바이레도 블랑쉬 바디크림
꽃 향. 바이레도는 유명 조향사 올리비아 자코베티와 제롬 에피네트가 만든 스웨덴 니치퍼퓸 브랜드. 6가지 바디크림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 같은 이름 향수(오 데 퍼품)는 탑 노트로 화이트로즈·핑크페퍼, 하트 노트로 바이올렛(제비꽃)·네롤리(허브 일종)·작약, 베이스 노트로 샌들우드(허브 일종)·머스크 사용. 200mL 10만5000원.
# 아쿠아 디 파르마
민희 “은은한 광택 … 쇄골 드러내고 싶을 정도”
경희 “쫀득한데 피부 속까지 촉촉하진 않아”
민희= 향이 정말 좋다. 쫀득쫀득한 제형도 마음에 든다. 또 잘 발리는 데다 은은한 광택이 난다. 위에 옷 입기 아까울 정도다. 쇄골 드러나는 이브닝 드레스를 입을 때 발라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다음날까지 가장 촉촉하기도 했다. 뚜껑 안에 덮개가 하나 더 있는 이중캡이라 견고하고 뚜껑의 금색도 고급스럽다. 모든 게 완벽하다. 다만 향이 조말론보다는 덜 가더라.
형수=묵직하고 중성적 향이 마음에 든다. 향이 워낙 묵직해 아침식사할 때 음식 냄새가 몸에 배는 걸 차단해주는 느낌이었다. 생활 악취와 섞이는 게 아니라 강력하게 다른 냄새를 막는달까. 그러면서도 잔향은 가볍고 은은해 부담이 없었다. 제형은 영양분 많은 크림 같았다. 하지만 흡수가 빨라 듬뿍 발라도 겉돌지 않았다. 또 조금만 발라도 가렵거나 당기는 느낌이 없었다. 금색 뚜껑에 심플한 로고도 고급스럽다. 유일한 흠은 비싼 가격뿐이다.
혜영= 바르는 순간 신세계를 경험했다. 생크림 바르는 듯 가볍고 부드러워 계속 바르게 되더라. 그렇게 발라도 하얗게 겉돌지도 않고 흡수가 잘됐다. 다만 내가 선호하는 향이 아니다.
영주= 바르면 피부에 광택이 난다. 피부를 촉촉하게 해줄 뿐 아니라 피부가 좋아보이는 효과가 있으니 좋다. 그래서 겨울은 물론 여름에 발라도 좋을 것 같다. 향도 진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다 좋다.
정= 건성피부라서 겨울엔 바디크림만으로는 부족해 오일을 같이 쓴다. 이건 애매하다. 오일을 같이 쓰면 넘치고, 하나만 쓰면 오후에 좀 모자란 듯하다. 봄·가을이면 몰라도. 내가 좋아하는 향도 아니다. 용기는 고급스러운 게 볼수록 마음에 들더라.
소엽= 향이 과하다. 또 유리용기라 깨뜨릴까 불안하다. 난 별로 건조하지 않아 이렇게 영양감이 넘치는 건 부담스럽다.
경희= 농도가 가장 쫀득하고 향도 짙다. 왁스 섞인 듯 바르면 피부가 반들반들해진다. 피부가 건성이라 영양 많은 리치한 제형이 좋은데 이건 속까지 완전히 촉촉한 느낌은 없더라. 향은 고급스럽다. 하지만 너무 진해 머리가 살짝 아플 정도다.
아쿠아 디 파르마
매그놀리아 노빌레 서블라임 바디크림꽃 향. 이탈리아 니치퍼퓸 브랜드 아쿠아 디 파르마의 6가지 바디크림 중 가장 인기있는 제품. 매그놀리아(목련)의 우아한 이미지가 담긴 이름 향수(오 데 퍼퓸)는 탑 노트로 레몬·시트론·베르가못(허브 일종), 하트 노트로 불가리언 로즈·달맞이꽃·자스민, 베이스 노트로 샌달우드·패츌리(허브 일종)·마다가스카 바닐라(꽃) 사용. 150mL 12만5000원.
정리=안혜리 기자
섭외 및 진행=윤경희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