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은 경제성장과 산업근대화를 위해 경제운용에 자본주의적요소들을 많이 도입하고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마르크스」·모택동식 경제의 근본적 개혁을 의미하는 이 같은 경향은 지난해와 올해 들어 더욱 뚜렷해 졌다.
US 뉴스지가 새로운 중공경제체제의 4가지 특징에 초점을 맞춰 보도한「자본주의 중공」 의 실상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주>
▲능률급의 실시=중공의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경제 혁신은 81년 6월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된 능률급제도, 즉 일한 만큼 임금을 주는 제도다. 그전까지 중공은 모든 사람이 능력껏 일하고 공평하게 부를 분배받는다는 사회주의 경제원칙에 따라 직급과 직능에 따른 고정급료 제도를 취해 왔었다.
결근 등 농땡이를 부리거나 작업능률이 낮아도 정해진 임금은 주는, 속칭「쇠 밥그릇」방식이다. 아무리 마구 굴려도 쇠 밥그릇은 깨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새 제도 아래서 노동자들은 기준보다 많이 일을 하거나 높은 생산실적을 올리면 그만큼 임금을 얹어 받고, 대신 근무성적이 나쁘면 해고까지도 당할 수 있게 됐다. 언뜻 보기엔 신분보장을 없앤 것 같기도 했지만 실제 성과는 매우 좋았다. 노동자들의 작업열의와 생산성이 뛰어 오르고 임금소득은 그만큼 늘어났다. 서주에 있는 신헤 탄광이 그 전형적 예다.
5천 7백 명의 광부가 일하는 신헤 탄광의 하루 생산 책정량은 2천 3백t, 광부들은 90∼1백 명씩 한 생산 팀을 이루고 각 팀은 작업 일엔 하루 6백t씩을 파내야 한다. 새 제도 아래서 팀의 하루 생산량이 이 기준을 넘으면 팀 소속 광부전원의 급료가 일정액이 늘어난다. 새 제도가 도입된 81년 6월부터 6개월 동안 신헤 탄광의 생산량은 같은 해 상반기에 비해 7·5% 늘어났다. 반면 t당 생산비는4·6% 절감됐다. 생산성은 5·5% 향상됐고 탄광의 이익은 1백 54%나 껑충 뛰어 올랐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평균 5·4%, 사람에 따라선 40∼50%까지 늘어났다.「딩·차오쇼」란 광부의 경우 전엔 월 3만원(한화)정도이던 월급이 요즘엔 4만원이 넘는다. 늘어난 월급으로 「딩」은 새 가구와 라디오·TV 등을 사들였다.
소비재상품 공급을 촉진하고 늘어난 임금을 다시 흡수해 인플레를 막으려는 중공정부의 경제정책과도 맞아떨어지는 현상이다.
▲외자도입=79년 정부가 경제적 문호개방정책을 내건 후 시작된 외자도입은 80년대 들면서 부쩍 늘어났다. 19세기이후 서방열강과 일본 등 외국의 경제침략에 크게 혼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닌 중국인들은 아직도 외국자본에 대한 거의 본능적인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중공정부는 산업근대화와 자금조달을 위해 외국의 도용을 가능한 한 많이 받아들인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있다.
각 성·시들도 자기지역에 외자를 끌어들이려고 안달이다. 투자를 위해 중공에 오는 외국손님들은 국빈대접을 받고, 거물인 경우엔 등소평이나 조자양이 직접 면담까지 한다. 지금 약속돼있는 해외차관만도 2백억 달러. 예전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고리의 민간상업차관도 요즘엔 환영이다.
외자도입의 전초기지는 4군데에 설치된「특별경제구역」이다. 이 구역에는 외국의 공장들, 특히 고도기술산업체들이 진출해 있다.
기재와 원료도입은 물론 면세이고 노동력도 값싸게 제공한다.
이들 기업체들로부터는 사업소득세도 절반만 받는다. 고용문제에 관해서도 중공 정부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특별경제구역 중 가장 크고 먼저 생긴 것은 광동성 부근에 있는 심천 구역이다. 이 구역이 지금까지 끌어들인 해외 계약고는 약 15억 달러로 중공 전체가 지난 3년간 체결한 외자도입 계약고의 절반 가량이다. 이중 80%가 81년 한해동안 올린 실적이다. 올해는 그 갑절 달성을 목표로 하고있다.
현재 15만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이 구역은 서기2000년까지는 1백만명 고용에 년 생산고는 71억 달러를 이룩한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연평균 30%씩 성장하겠다는 얘기다.
▲경영관리자교육=서구식의 합리적이고 능률적인 산업체 경영을 위해 정부는 얼마 전부터 기업관리자들의 실무교육을 대규모로 실시하기 시작했다. 수천 명의 공장장과 고급관리자들이 중공사상 처음으로 원가계산이니 품질관리니 재고관리니 하는 경영기법을 연수한다. 그중 특별히 뽑힌 소수 엘리트는 2년 반 동안 미국식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기도 한다.
『경제에 있어서의 수요공급의 원칙은 어디서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자본주의사회와 경제체제는 다르지만 경영기업은 다를 바 없겠지요. 미국식 MBA 교육을 실시하는 상해의 한 대학교수의 말이다. 모택동식 영구혁명론의 입김이 세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감히 할 수 없었던 발언이다. 이 대학의 연수프로그램을 미국의 펜실베이니아대가 지원하고 있는 점이나, 미국·서독·일본 등의 전문가들이 중공 정부의 요청으로 들어와 관리자 교육을 돕고있는 점들도 예전엔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원칙을 중심개념으로 한 이 같은 경영관리교육을 통해 중공산업계엔 것 전문관리자 세대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으며 이와 함께 개별기업이나 관리자의 재량권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중공 특유의 경제환경에 서방식의 경제이론이 별다른 부작용 없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냐에 의문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다.
▲경제책임제의 실시=중공에서 요즘 들어 선을 보인 새로운 경제개념의 하나로「경제책임제」란 것이 있다. 내용인즉 자본주의 사회에선 상식적인 원칙으로 각 산업체들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 이익을 내야하며, 단위공장 안에선 각 부서와 노동자 개개인이 최소한의 원료로 최대의 생산효과를 올려야한다는 얘기다.
경제책임제가 실시되면서 종전엔 각지방의 행정관료들이 거머쥐고 있던 생산에 관한 책임과 권한들이 전국곳곳에 2천여 개나 조직된 기업연합체들로 넘어갔다.
기업연합체란 효율적 생산관리를 위해 크고 작은 여러 개의 유관산업체들이 모여 이룬 일종의 복합기업이다.
규모는 다양해 동네의 조그마한 수공업공장 몇 개가 모인 것도 있고, 남경의 진링 제너럴석유화학공사처럼 7개의 큰 공장에서 2만여 명의 노동자가 매년 4백만t의 원유를 처리해 8억 달러 어치의 생산품을 만들어내는 거대기업군도 있다. 역시 남경에 본사를 둔 자동차공사는 5개성에 18개의 산하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 연합체는 분업에 의해 생산을 능률화한다. 자동차공사의 경우 통합이전엔 18개 공장이 제가끔 소량의 완제품을 생산했지만 이젠 각기 지정된 부품만을 생산해 조립공장으로 보낸다. 그 결과 원가가 절감되고 공정이 기계화되었으며 생산량도 크게 늘었다.
이 공사는 앞으로 공장확장을 위해 은행융자를 얻고 해외시장도 직접 개척할 계획이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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