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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 효과 … 49억에 산 특허로 68조원 제약사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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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앨러건이 생산한 보톡스 제품.

200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근육치료제이던 보톡스의 성형용 사용을 승인했다. 보톡스를 근육에 주사하면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전달물질을 막아 주름살이 생기지 않게 하는 효과를 인정한 것이다. 제조업체인 미국 제약회사 앨러건은 대박을 맞았다.

 보톡스는 상한 통조림 속 박테리아가 만들어낸 보툴리눔 독소를 희석한 것이다. 안과의사였던 앨런 스콧이 1970년대에 안면 근육 치료제로 개발한 뒤 89년 미 식품의약품(FDA)에서 근육치료제로 승인했다. 독성이 강해 미국에서는 화학무기로도 쓰인다. 앨러건은 보톡스 특허권을 91년 스콧으로부터 450만 달러(49억원)에 사들였다.

 23년이 흘렀다. ‘보톡스’를 끌어안은 앨러건의 투자는 대성공이었다. 앨러건은 안과 관련 약품과 가슴 보형물, 속눈썹 성장 촉진제(라티쎄) 등 미용관련 의약품을 제조·판매한다. 보톡스는 앨러건의 주력 상품이 됐다. 2013년 기준으로 앨러건의 매출(62억 달러)에서 보톡스 관련 제품의 비중은 32%다. 앨러건의 몸값도 올랐다. 2002년 9월 주당 24.775달러이던 앨러건의 주가는 14일(현지시간) 198.65달러까지 치솟았다. 몸값이 뛰자 앨러건을 노리는 회사가 나타났다.

 대표적인 게 지난 4월 시도된 적대적 인수합병(M&A)이다. 캐나다 제약회사 밸리언트와 행동주의 투자자 빌 애크먼의 퍼싱스퀘어 캐피탈매니지먼트사가 앨러건을 인수하겠다며 적대적 M&A에 나섰다. 밸리언트는 530억 달러의 가격을 제시했지만 앨러건은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거절하면서 전쟁이 시작됐다. 먹으려는 자와 먹히지 않으려는 자의 공방은 치열했다. 애크먼은 앨러건의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애크먼은 앨러건의 지분 9.7%를 보유하고 있다.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멤버 교체도 시도했다. 이에 맞서 앨러건은 8월 밸리언트와 애크먼을 내부자 거래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앨러건 측은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백기사’를 찾아 나섰다. 이 때 등장한 게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회사 액타비스였다. 결국 앨러건은 액타비스의 품에 안기며 치열했던 전투는 끝났다.

 블룸버그 통신은 16일(현지시간) 액타비스의 앨러건 인수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인수 비용은 최소 625억 달러(68조7700억원)다. 주당 210달러 수준이다. 거래와 관련한 소식통은 “협상이 거의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고, 이르면 17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밸리언트의 앨러건 인수는 무리수였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었다. 실적이나 기업 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알짜기업인 앨러건과 부실한 밸리언트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앨러건은 62억 매출에 9억85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반면 밸리언트는 57억7000만 달러 매출에 8억66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기업 문화도 너무 달랐다. 포브스는 “앨러건이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기업을 키워왔다면 밸리언트는 인수를 통해 제약업체의 약탈자로 성장을 해온 회사”라며 “회사를 인수한 뒤 현금만 빼낸 뒤 R&D 부분 등은 버릴 것이라는 것이 앨러건이 우려하는 바였다”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밸리언트 뒤에 기업 사냥꾼 애크먼이 버티고 있다는 것도 의혹을 더 키웠다. 애크먼은 2010년 미국 대형백화점 체인인 JC 페니에 투자한 뒤 지나친 경영 간섭으로 몰락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애크먼은 이 투자로 3억5000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

 액타비스는 앨러건 인수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세계 3위 제너릭 약품(복제약) 제조업체인 액타비스는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나멘다’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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