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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 아직도 빚 내서 집 사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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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종윤 기자 중앙일보 편집국장
김종윤
중앙SUNDAY 경제산업에디터

이쯤 되면 돌아보고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최경환 경제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민이 원한 건 세련되고, 정교하면서, 묵직한 효과가 있는 그런 대책이었다. 시장에 맡겨 두는 게 최상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집이라는 재화의 특성상 정부가 신경줄을 놓을 수는 없는 일. 언론이 대통령이나 총리도 아닌 경제부총리의 이름을 빗대 ‘초이노믹스’라는 깃발까지 추어올린 건 그만큼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초반엔 화끈했다. 과감한 재정 확대, 금융완화를 위해 한국은행을 압박하는 저돌성, 뭔가 할 것 같은 기세에 시장은 환호했다. 하지만 박수는 곧 그쳤다. 개방됐고, 연결됐고, 민감하게 상호작용하는 현재의 경제환경에서 밀어붙이기만 하는 스타일은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치밀한 분석과 정교한 해법 없이 구호만 외치는 건 선무당이 사람 잡는 꼴이다.

 초이노믹스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빚 내서 집 사라’는 것이다. 단기간에 경기를 띄우는 데는 부동산만 한 게 없다. 집을 사고 팔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야 고용도, 소비도 늘어난다. 이해되는 접근법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고, 전세금이 아무리 올라도 놔두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 투기 세력이 뛰어들어 불만 붙여 준다면 부동산시장은 활활 타오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이런 접근, 오판이다. 현실 분석에서부터 실패의 씨앗을 잉태했다. 기본적으로 소득과 인구구조를 고려하지 않았거나, 애써 외면한 티가 난다. 시장에서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이 20을 넘어서면 인구가 받쳐주지 못할 경우 거품이 꺼지는 국면에 돌입하는 것으로 본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지난해 한국의 PIR은 23.4로 집계됐다. 서울 한강 이남 11개 구 아파트의 PIR은 47.5나 된다. 소득에 비해 집값이 높다는 얘기다. 인구전망은 더 어둡다. 가장 두터운 주택수요층인 중·장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지난해에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집을 사겠는가. 오히려 집을 보유하면 취득세, 재산세, 대출금 이자, 집수리 비용 등을 내야 한다. 감가상각도 따져야 한다. 인기 있는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웬만한 곳에서는 집을 소유한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얘기다. 이러니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90%까지 치솟아도 주택 구매 수요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한때 반짝하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마저 이달 들어 0.17% 떨어졌다.

 부동산을 불쏘시개로 써 경기부양하겠다는 쌍팔년도식 수법은 폐기해야 한다. 중요한 건 서민 주거안정이다. 저금리 시대에 임대시장에서 전세(傳貰)가 목숨을 부지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월세로 재편되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더 커진다. 이는 빈부격차를 더 벌리고, 사회 갈등을 심화하는 불안 요인이 된다. 초이노믹스는 이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김종윤 중앙SUNDAY 경제산업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