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신병 모십니다"

중앙일보

입력 2005.07.25 05:26

업데이트 2006.03.2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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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 육군은 이달 초 뉴저지주 북부의 서머빌 시내 쇼핑센터에 모병소를 하나 열었다. 스타벅스 바로 옆, 젊은이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다. 이곳 책임자인 데이비드 베너는 세일즈맨 정신이 충만하다. 사무실을 찾는 손님에게 피자를 배달시켜 주는가 하면 제대 후 받을 다양한 사회보장 혜택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설명한다. 야구대회 등 타운 행사에는 후원금도 아끼지 않는다. 한 명이라도 더 군대에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다.

◆ 육군 지원자가 줄어든다=이라크전쟁에서 미군 사상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젊은이들이 군인이란 직업 선택을 꺼리고 있다. 이라크전 미군 사망자는 이미 1750명을 넘어섰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실업률이 낮아지는 것도 한 요인이다.

육군의 모병 실적은 2월 이후 네 달 연속 목표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5월에는 부족률이 25%에 달했다. 다행히 6월엔 507명을 더 모집했다. 그러나 6월의 모병 목표가 다른 달보다 적었던 5650명인 점을 감안하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육군은 9월 말 끝나는 2005 회계연도에 8만 명을 모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피터 슈메이커 참모총장은 얼마 전 상원 군사위원회에 나와 "이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실토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모병 실적이 목표를 약 10%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슈메이커 총장은 "모병은 앞으로도 계속 어려울 것이며, 특히 내년은 가장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군대에 비해 지원자가 많이 몰렸던 해병대도 올 들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해병대는 지난 1월 10년 만에 처음 모병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셉 바이든 의원은 최근 NBC방송에 나와 "목표 대비 모병 부족률이 40%에 달하면 다시 징병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병력 유지 위해 안간힘=미 육군은 신병이 부족하자 기존 군인들의 복무 연장 방안을 짜내고 있다. 직업교육 등의 기회를 확대하고, 제대를 연기하는 병사에게 주택구입 융자 등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방부는 또 모병 대상 상한 연령을 42세로 올려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현재 현역의 경우 35세, 예비군.주 방위군의 경우 39세가 모병 대상 연령 상한선이다.

모병 방식도 다양해졌다. 고등학생에게도 군 입대를 홍보하는 우편물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거리는 물론 대학에서도 신병 모집 활동을 벌였다. 신병 모집을 금지한 대학에는 연방정부 지원금을 삭감하는 법률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이 법이 위헌판결을 받는 바람에 국방부 입지는 더 좁아졌다.

군에서 동성애자들이 문제를 야기해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당장 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성애자 문제에 국방부는 수년째 "묻지도, 대답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사생활 침해 논란=국방부는 현재 민간회사와 함께 16세 이상 고교생과 대학생 3000만 명의 신상자료를 데이터 베이스로 만들고 있다. 학생의 생년월일.사회보장번호.e-메일 주소.성적.인종 등의 정보를 망라하는 작업이다. 국방부는 이 자료를 활용해 모병 활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와 야당에서는 "사생활 침해 소지가 많다"고 비판했다. 힐러리 클린턴 등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이 작업을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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