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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수년 내 서울 타격 핵미사일 보유 … 사드 빌려라도 와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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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호 06면

고도 40~150㎞에서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국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시험 발사 장면. [사진 록히드마틴]

“사드 논쟁에서 핵심은 오로지 우리의 안보다.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해 사드나 동급의 미사일 방어망이 필요하다면 다른 어떤 고려가 있을 수 없다. 미국에 임대해서라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한반도와 사드] 도입 주장하는 천영우 전 청와대 수석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외교부 차관을 지낸 천영우 고문의 입장은 명확했다. 그는 “사드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은 국가안보에 대한 고려 없이 비과학적인 주장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반발에 대해서도 “주권국가인 한국의 자위권을 간섭하는 건 우리를 모독하는 것으로 침묵함으로써 그들에게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북 미사일 저급하지만 핵이 문제
-왜 사드가 필요하다고 보나.
 “북한의 재래식 미사일은 개당 평균 사상자가 10명도 안 되는 저급한 수준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 미사일에 핵무기를 장착할 위험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한 발이라도 우리 땅에 떨어질 수 없게 해야 한다. 미사일 발사 전에 대부분 파괴해야 하고 그래도 놓치는 걸 미사일 방어망으로 막아야 한다.”

 -중국의 반발을 이유로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사드는 중국의 반발이 아니라 북한의 핵에 대해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이냐만 따져 도입을 결정할 문제다. 사드나 그와 유사한 성능의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이 필요한 이유는 북한이 핵탄두를 노동미사일에 장착할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핵무기 장착 능력은 미사일 지름이 중요하다. 노동처럼 지름이 크면 핵탄두 장착이 용이한 반면 스커드같이 지름이 작은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려면 대단히 정교한 소형화 기술이 필요하다. 핵실험을 세 차례 했을 뿐인 북한의 기술 수준에서 가장 적합한 운반수단은 노동미사일이다. 노동은 괌·오키나와의 미군기지와 일본도 위협할 수 있다. 노동미사일은 굉장히 고고도로 빨리 날아오는 특성이 있다. 이런 전제하에 우리가 미사일을 막아낼 시스템을 디자인해야 한다.”

 -어떤 방어망을 디자인해야 하는가.
 “45도 각도로 노동미사일을 쏘면 고도는 사거리의 4분의 1에 달한다. 즉 목표 지점까지의 거리가 400㎞라면 미사일의 고도는 100㎞, 거리가 600㎞라면 고도는 150㎞가 된다. 우리가 도입 중인 PAC-3급은 고도 40㎞까지밖에 커버할 수 없다. 이걸로는 고고도로 발사된 노동미사일을 막는 데 한계가 명백하다. 반면 사드는 고도 40~150㎞급의 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 있다. 이걸 개발하거나 개발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외국 것을 빌리면 된다. 다만 미사일 방어망은 이중으로 해야 한다. 사드급으로 대부분을 잡되, 놓친 것은 저고도 방어망인 PAC-3로 잡는 거다. PAC-3만 있으면 북한 미사일 20개를 막는 데 미사일 50개가 필요하지만 사드와 PAC-3를 결합하면 32개가량의 미사일로 막을 수 있다. 우리가 개발 중인 고고도 방어망인 l-sam은 40㎞에서 70㎞까지가 목표인데 실전 배치까지 10년은 더 걸릴 거다. 그 사이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해올 가능성을 대비해 미국 사드를 빌려서라도 공백을 메워야 한다. 최근 미국이 한국에 배치를 고려 중이라고 밝힌 사드는 주한 미군기지만 지키는 용도다.”

북핵 공격 땐 피해 100조, 미사일 비용은 3조
-북한이 핵미사일로 우리를 공격할 능력이 없다는 주장이 있다.
 “무책임한 얘기다. 북한의 능력 수준은 상당하다고 봐야 한다. 장거리 미사일인 은하 3호를 지난해에 발사한 데 이어 올 들어 미사일 발사 연습이 크게 늘어난 것을 보면 그런 추정이 가능하다. 일본은 이미 20년 전부터 북한 미사일 대비책을 마련했다. 그 결과 이지스함 4척을 비롯해 노동미사일을 요격할 장비를 완비했다. 대책 없이 운에만 맡기겠다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현재 보유 중인 독일제 중고 PAC-2로는 북한의 비행기나 막을 수 있지 미사일은 못 막는다. 15㎞ 이상 못 올라가니까.”

 -북한의 경량화 능력을 미국이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잘못된 판단에 국민의 안위를 맡길 수는 없다. 우리가 미사일 방어망을 실전 배치하기 전에 북한이 노동미사일에 핵무기를 장착할 확률은 대단히 높다. 수년 안에 가능하다고 본다. 이에 맞춰 전략을 세워야 한다.”

 -북한 미사일의 정밀도는.
 “북한 스커드 미사일은 오차가 2㎞에 달해 용산의 국방부를 겨냥한 게 한강이나 북한산으로 떨어질 수 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시 북한이 코앞의 섬에 170발을 쐈는데 우리 군사기지엔 몇 발밖에 안 떨어졌다. 그러나 핵무기는 2㎞ 밖에 떨어져도 사람이 엄청나게 많이 숨진다. 북한에 핵이 있기에 미사일 방어망이 필요한 거다.”

 -사드 도입엔 수조원이 든다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 일본도 미사일 방어망에 12조원을 투자했고 미국은 사드와 PAC-3 개발에 80조원을 썼다. 우리는 지금까지 1조원을 투자했을 뿐이다. 북한의 핵 공격에 따른 우리의 피해는 100조원에 달하는데 미사일 방어망에 3조원이 든다면 경제성 측면에서 따질 문제가 아니다.”

 -전국을 커버하려면 사드를 여러 대 배치해야 해 부담이 크지 않을까.
 “미국 전문가들이 1999년 한국 방어를 위해 미 의회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PAC-3급의 저층방어망 6개 대대와 사드 4개로 우리 땅 전역을 커버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더 높아졌으니 사드를 2개 늘려 총 6개를 배치하면 된다고 본다. 만일 사드를 배치하지 않는다면 PAC-3급 저층방어망을 25개 들여오고 해상 요격기지도 따로 둬야 한다. 어느 쪽이 더 경제적일지는 과학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때는 왜 사드 필요성을 제기하지 않았나.
  “그때는 미사일 방어망의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때다. 킬체인과 미사일 방어망으로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는다는 전제하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담판해 한·미 미사일 지침을 개정했다. 북한의 모든 미사일 기지를 6~7분 내에 타격할 수 있도록 탄두미사일 사거리와 중량을 각각 세 배 늘렸다. 미국은 반대했지만 내가 난리를 쳐서 합의를 끌어냈다. 특히 무인기의 폭탄 탑재중량을 2.5t까지 5배로 늘린 게 중요하다. 무인기 수십 대가 2.5t급 폭탄을 싣고 북한 상공을 돌아다닐 근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중국 반대 수용하면 주권에 대한 모독
-그때도 중국이 반발하지 않았나.
 “그리 심하게 반발하지 않았다. 한국이 미사일 사거리를 늘려도 중국을 공격할 가능성은 없다고 여긴 거다. 오히려 러시아가 시비를 많이 걸었다. 강릉에서 미사일을 쏘면 연해주 우수리스크까지 온다면서.”

 -중국은 미국이 X밴드 레이더로 자신들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것이라고 반발한다.
 “X밴드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1000㎞니 산둥 반도까지 볼 수는 있다. 하지만 타깃은 북한이지 중국이 아니다. 미국이 중국을 정찰하고 싶다면 괌에 있는 X밴드를 쓰지 왜 북한을 감시하기에도 바쁜 주한미군 것을 쓰겠나. 또 베이징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고도 50㎞까지 올라가야 X밴드에 잡힌다. 중국이 이를 핑계로 우리의 사드 도입을 반대한다면 우리를 공격하는 미사일을 막지 말고 그냥 맞으라는 얘기 아닌가. 이런 소리를 듣고도 가만 있는 건 우리 스스로를 모독하는 거다. 사실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신경 썼더라면 우리가 거액이 들어가는 사드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진다. 한국에 미안하다고 해도 시원찮을 중국이 이런 주장을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중국 현역 장성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아무 말도 못하더라.”

 -한국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망에 들어가면 중국의 미움을 사니 안 된다는 시각이 있다.
 “역시 본질과는 무관한 얘기다. 미사일 방어망은 우리가 우리 돈으로 배치하는 우리 고유의 방어망이다. 동북아의 미사일 방어망은 동일한 정보를 토대로 이뤄진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우선 미국 위성이 그 사실을 포착하고 이어 탄두나 궤도 추적부터는 한국과 일본이 각각 하게 된다. 북한의 미사일이 오산의 주한 미군기지를 향한다면 미국이 요격하고 서울을 향하면 한국이 요격하는 거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미사일 방어 정보망이 우리 정보망에 편입되는 거지 우리 미사일 체제가 미국에 편입되는 게 아니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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