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전에 반대한 프랑스에 대해 공개적으로 '손보기'를 선언한 가운데 유럽도 가만히 앉아 당하지는 않겠다는 태세다. 지난달 29일 '유럽연합(EU) 공동방위군'을 창설키로 결정, 미국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프랑스와 독일이 이번엔 미국에 대해 선수를 치고 나왔다.
유럽이 공동 개발 중인 에어버스 A400M 군 수송기의 엔진 공급사를 미국계 회사에서 유럽 회사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미국에 대한 유럽의 선제 경제보복인 셈이다.
독일의 경제전문지 한델스블라트는 1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번 반전 4개국 정상회담 때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에게 이같은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값이 비싸더라도 A400M의 엔진은 유럽 제품을 써야 한다"는 시라크 대통령의 제안을 슈뢰더 독일 총리도 전략적.산업정치적 이유에서 찬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어버스사는 독일.프랑스.영국.스페인 등 유럽 7개국에 공급할 차세대 수송기 A400M 1백80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수송기의 엔진은 미국 유나이티드 테크놀러지 그룹의 자회사인 캐나다의 프래트 앤드 휘트니의 제품을 쓰기로 잠정 결정했었다.
그러나 시라크 대통령 등 유럽 정치권이 이처럼 적극 개입하고 나서자 에어버스는 엔진에 대한 결정을 뒤로 미뤘다. 에어버스가 유럽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 엔진을 미국계 회사에서 유럽 회사로 바꿀 경우 미국의 본격적 경제보복이 예상된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