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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수치 정확히 체크! 당뇨 예방·관리 첫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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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인구 400만 명’ 시대다. 현재 성인 10명 중 1명이 당뇨병이며, 또 2명은 당뇨병 전 단계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50년 국내 당뇨병 환자는 600만 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흔한 질환이 된 탓에 당뇨병을 사소한 병으로 여기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당뇨병은 심근경색·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의 선행질환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망원인 5위다. 질병관리본부가 심뇌혈관 질환의 중요성을 알리는 ‘레드써클 캠페인’의 일환으로 당뇨병 예방을 강조하는 이유다. 오는 14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당뇨병의 날’이다. 이를 맞아 당뇨병 예방·관리의 핵심 포인트 베스트5를 짚어본다.

1. 당신의 혈관 수치를 제대로 아시나요?

당뇨병 환자 10명 중 3명은 본인이 당뇨병인지 모른다. 심한 고혈당이나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탓이다. 이럴 때 혈당·혈압·콜레스테롤 등의 혈관 수치는 자신의 당뇨병 위험도를 판단할 수 있는 주요 잣대가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혈당이다. 당뇨병은 혈액 중 포도당(혈당)의 농도가 높아져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을 뜻한다.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권혁상(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 교수는 “혈당 수치가 높을수록 당뇨병 발생 위험도는 높아진다”며 “공복 시 혈당이 80mg/dL 미만일 때 당뇨병 위험도를 1로 본다면, 85~90은 2배, 95~99는 7.2배로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물을 자꾸 마시는 다음(多飮), 소변을 많이 보는 다뇨(多尿), 식사량이 늘어나는 다식(多篒) 등 고혈당 증세가 나타나면 혈액검사로 자신의 혈당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일반인은 2년에 1회, 고위험군은 매년 정기검진을 통해 확인한다.

 당뇨병 환자도 마찬가지다. 높은 혈당은 심장마비·뇌졸중·신부전·망막증 등 합병증의 위험성을 높인다. 고혈압은 신장·혈관 합병증을,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를 유발한다. 권 교수는 “혈당·혈압·콜레스테롤(지질) 세 가지 모두 제대로 관리하는 환자는 15명 중 1명(6.5%)에 지나지 않는다”며 “자신의 혈관 수치와 목표치를 숙지하고 관리해야 합병증은 물론 당뇨병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2. 비만은 당뇨병을 유발하는 위험요소

‘뚱뚱하면 일단 당뇨병을 의심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만과 당뇨병은 밀접하다. 권 교수는 “국내 당뇨병 환자의 4분의 3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라며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비만 인구가 늘어나면서 당뇨병도 증가 추세”라고 설명했다.

 비만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을 방해하거나 인슐린저항성으로 인슐린의 활동을 떨어뜨린다. 혈당조절 능력이 감소하면서 당뇨병이 발생한다. 또 지방세포에서 나오는 나쁜 물질은 혈관 손상을 가속화한다.

권 교수는 “당뇨병을 치료할 때도 우선 살부터 뺄 것을 권장한다”며 “살을 빼면 혈당 조절이 더욱 쉬워지고 고혈압·고지혈증 등 동반하고 있는 다른 질환의 치료도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3. 당뇨병은 심근경색·뇌졸중으로 가는 지름길

당뇨병은 고혈당 그 자체보다 합병증이 더 무서운 질환이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 내분비내과 최문기(대한당뇨병학회 회장) 교수는 “고혈당 증세가 당장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5~10년이 지나면 만성적인 합병증이 생겨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혈당으로 끈적끈적해진 피의 단백질 성분은 혈관 내벽에 잘 들러붙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침착 부위가 변질되면서 내벽이 망가지게 된다. 이렇게 녹슨 혈관은 탄력도가 떨어져 혈액순환이 더뎌진다. 심장·뇌 혈관도 손상될 수밖에 없다.

권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60~70%는 협심증·심근경색·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한다”면서 “결국 혈당·혈압·콜레스테롤 조절을 통해 당뇨병을 예방·관리하는 것이 곧 미래의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4. 좋은 약도 나쁜 생활습관 앞에서는 무의미

당뇨병 환자는 당화혈색소(최근 2~3개월 평균 혈당을 나타내는 수치) 6.5%를 목표로 혈당을 관리한다. 그 방법은 다름 아닌 식사 조절과 운동이다. 최 교수는 “병원에서 아무리 좋은 약·주사제를 써도 환자 스스로 생활습관을 관리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에게 권장되는 식생활의 첫째는 균형잡힌 영양소다. 환자의 비만 정도·활동량·연령 등을 고려해 필요한 열량이 처방된다. 이를 일정한 시간·간격·양으로 배분해 식사하면 혈당·혈압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최 교수는 “과식하지도, 너무 적게 먹지도 말고 3대 영양소를 골고루, 하루 3끼 먹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운동은 혈당을 조절하고 몸의 면역력을 높인다. 1주일에 네 번, 한 번에 40분 이상 유산소·근력 운동을 병행한다. 유산소 운동은 혈당을 낮추고 근력 운동은 혈당 조절 능력을 향상시킨다. 비만 판정을 받았다면 식사·운동요법을 통해 한 달에 0.5~1kg 감량을 목표로 삼는다.

5. 당뇨병은 가벼운 병? 불치병?

당뇨병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크게 둘로 나뉜다. ‘흔한 만큼 가벼운 질환’ 또는 ‘완치가 어려운 불치병’이 그것이다. 최 교수는 “둘 다 굉장히 잘못된 인식으로 치료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고혈당 정도가 심한 환자는 스스로 견딜 수 없어 병원을 찾지만 정도가 약한 환자는 당뇨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질환을 방치한다는 것. 그러다 합병증이 찾아와 동맥경화증으로 혈관이 전부 망가지거나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실제 세계당뇨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은 전 세계적으로 510만 명으로 추산된다. 6초마다 한 명씩 당뇨병으로 사망한 셈이다.

 반대로 당뇨병은 완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아예 치료를 포기하고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환자도 있다. 최 교수는 “췌장의 기능을 원래대로 돌리는 것은 어렵지만 건강한 생활습관과 적절한 치료를 유지하며 혈당·혈압·지질을 조절하면 일반인보다 더욱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오경아 기자 ,
사진=신동연 객원기자

[인터뷰] 최문기 대한당뇨병학회 회장
"하루 세끼 식사가 당뇨병 예방 지름길"

최문기 대한당뇨병학회 회장

오는 14일 세계 당뇨병의 날에는 160개국 1000여 곳에서 ‘푸른 빛 점등식’이 시행된다. 각국을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건물에서 하늘·희망·건강을 상징하는 푸른색 조명이 일제히 점등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강 위 세 개의 인공섬인 세빛섬에서 혈당·혈압·콜레스테롤 관리를 의미하는 세 개의 푸른 빛을 밝힌다. 대한당뇨병학회 최문기 회장에게 당뇨병 현황과 이슈를 들었다.

-이번 세계 당뇨병의 날의 주제는 무엇인가.

 “올해의 이슈는 ‘당뇨병, 건강한 하루는 올바른 아침식사부터’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세끼 규칙적인 식사를 하자는 게 핵심이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아침밥을 거르면 저혈당의 위험이 높아진다. 점심 때 폭식하면서 혈당이 급격히 오르내린다. 당뇨병 식단이라면 대개 잡곡밥·채소를 떠올리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알맞은 양을, 규칙적으로, 골고루’ 먹는 것이다.”

 -당뇨병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의 폭발적인 증가가 문제다. 당뇨병 대란이라고 불릴 정도다. 인구고령화·비만·스트레스·흡연 등 환경적인 요인을 원인으로 본다. 특히 비만은 인슐린저항성을 증가시켜 혈당 조절을 어렵게 한다. 최근 청소년·중장년층 비만이 늘고 있는데, 이는 당뇨병으로 이어져 결국 뇌졸중·심근경색 같은 심뇌혈관 질환의 원인이 된다.”

 -당뇨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있다면.

 “인슐린주사를 한번 맞으면 평생 맞아야 한다며 주사를 피하는 환자가 있다. 하지만 고혈당 초기에 인슐린주사로 혈당을 정상화시키면 약물치료로 전환할 수 있다. 또 여주·돼지감자와 같은 민간요법을 맹신하는 환자가 많다. 일부에게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전체 당뇨병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다. 민간요법에 의지해 치료를 소홀히 하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당뇨병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점은.

 “당뇨병은 굉장히 흔한 병이자 무서운 질환이다.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그 첫걸음은 생활습관을 통한 혈관 수치 조절이다. 이제는 환자 스스로 혈당만 조절할 것이 아니라 혈압·지질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의료진 역시 ‘ABC원칙’을 통해 혈당 조절과 더불어 미세혈관·대혈관 합병증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는 치료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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