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억류 풀려난 미국인 2명 고국에 도착 "북한 국민 잊지 말아달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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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억류해왔던 미국인 케네스 배(46)와 매튜 토드 밀러(24)를 모두 석방했다고 미국 국무부가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배 씨는 2년 만에, 밀러는 7개월 만에 풀려났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평양을 떠나 미국령 괌 공군기지를 경유해 8일 저녁 워싱턴주 루이스매코드 공군 합동기지에 도착했다.

배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년 동안 나를 지지하고 곁을 지켜준 이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는 "지난 2년간 나의 석방을 위해 힘써준 수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게 돼 기쁘고 축복받은 느낌이다. 나를 위해 기도해준 수 천 명의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면서 동시에 "북한 국민들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북한이 이들을 석방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북한에 들어갔다가 억류됐던 또 다른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을 지난달 21일 전격 석방했다. 이로써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이 모두 풀려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두 사람의 안전한 귀환에 매우 감사한다"며 "오늘은 그들(케네스 배, 매튜 밀러)과 가족에게 매우 좋은 날이며 그들이 안전하게 돌아온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는 성명을 냈다. 미 국무부도 "미국인 2명의 석방을 위해 미국 정부를 대표해 교섭을 담당한 제임스 클래퍼 DNI 국장에게 감사한다"며 "미국인들의 석방을 위해 이익대표부로서 끊임없이 노력해온 스웨덴 정부를 비롯한 전 세계 우방에도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석방 교섭에는 전직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나섰던 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 행정부 내 정보기관의 총책임자인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대통령 특사로 파견됐다. 직접적인 대북 정책 관련자는 아니지만 북한과 관련된 현안은 잘 파악하고 있는 책임자다. 미국은 클래퍼 국장의 파견과 관련해 억류자 석방이라는 인도주의적 임무에 국한돼 있고, 북미 관계나 북핵 등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클래퍼 국장은 공군중장 출신으로 지난 2010년 데니스 블레어 국장 후임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임명됐다. DNI는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 국가안보국(NSA),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 내 10여가 정보 관련 기구들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DNI국장은 미국 정보 분야의 수장격인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김정은이 오바마 정부에 새롭게 접근하려는 신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정부 익명의 소식통은 "이번 석방은 어떤 대가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DNI의 관계자는 “클래퍼 국장이 북한의 말을 들으려고 북한을 찾았지만 핵문제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UN 차원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내용의 담은 북한 인권 결의안이 논의되는 상황이 북한으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크다. 또 11~12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해준 기자 hjlee72@joongang.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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