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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의 ‘생각의 역습’] 착각을 부르는 미끼 효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00호 29면

결혼을 앞둔 여성 K양이 두 명의 남성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남성 A의 성격은 무척 마음에 들지만 외모가 영 걸린다. 반대로 남성 B의 외모는 완벽에 가깝지만 성격에 문제가 있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남성 A: 외모(10점), 성격(90점)
남성 B: 외모(90점), 성격(10점)

만약 K양이 성격과 외모 모두 중요하게 여긴다면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이다. A와 B의 장단점이 상호대칭적이라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남성 C가 새롭게 등장했다. C의 특징은 B 못지않게 탁월한 외모를 지녔지만, 성격은 B보다 훨씬 까칠하다. C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다.

남성 C: 외모(90점), 성격(0점)

일단 K양이 C를 선택할 가능성은 없다. B와 C 모두 외모에서 동일한 수준의 평가를 받았지만 C는 B에 비해 성격이 확실하게 열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탁월한 외모를 지닌 C가 그렇지 못한 A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등하다고만 볼 수 없다. 즉 C의 등장이 A와 B의 점수에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A보다 B의 강점을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게 한 것이다.

이렇게 ‘미끼 대안’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기존 대안들에 대한 선택이 변화하는 현상을 유인효과라 한다. 한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현금 6달러와 크로스펜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의 36%가 크로스펜을 선택했다. 이후 크로스펜보다 조금 떨어지는 펜을 미끼 대안으로 추가해 삼자택일 조건에서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크로스펜을 선택한 비율이 46%로 증대됐다. 선택 대안에 대한 구성만 달리했을 뿐인데, 유인효과가 발생해 사람들의 선호도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미끼 대안으로 유인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은 선택 대안들에 대한 평가가 절대적 기준이 아닌, 대안 간 상대적 비교를 통해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유인효과는 어떤 대상이 다른 대상에 의해 선호도가 강화되거나 반대로 약화되는 비교효과의 일종이다. 다음의 정기구독 옵션을 보자.

A: 온라인 정기구독(5만9000원)
B: 온라인 및 오프라인 정기구독(12만5000원)

실제 실험에서 참석자 100명 중 A를 선택한 사람은 68명인 데 비해 B를 선택한 사람은 32명이었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미끼 대안 C를 추가하면 A와 B의 선택 비율은 어떻게 변할까.

C: 오프라인 정기구독(12만5000원)

실험 결과, 미끼 대안 C가 추가된 삼자택일 조건에서 A를 선택한 사람은 16명으로 양자택일 조건에 비해 무려 52명이나 줄었다. 반면에 B는 이전 32명에서 84명으로 증가했다. 물론 C를 선택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열등한 C의 등장은 B의 장점을 비교적 쉽게 부각함으로써 A와 B 사이에서 갈등하던 우리의 뇌에게 B의 선호도를 끌어올리도록 유인한 것이다.

우리의 뇌는 장점이 서로 달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것에 대한 선택을 주저한다. 내가 어떤 장점을 더욱 선호하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선택된 대안은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일 확률이 높다. 반면에 유인효과로 선택된 대안은 단지 미끼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해 보이는 것을 골랐을 확률이 높다.

미끼로 인해 우리의 뇌는 실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보이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의 선호는 착각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최승호 도모브로더 이사 james@brode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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