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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만화 낸 재즈 평론가 … “록이 디자인이면 재즈는 회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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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남무성씨가 록 명반을 소개하고 있다. 손에 든 건 ‘올맨 브라더스 밴드’의 ‘앳 필모어 이스트’. 사진=김경빈 기자

음악 애호가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최고로 친다. 그 정도가 지나친 사람들이 꼭 있다. ‘재즈빠(재즈 광팬)’와 ‘록빠(록 광팬)’들 가운데 일부는 상대 장르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남무성(46)씨는 국내 대표적 재즈 평론가다. 재즈 전문지 ‘몽크뭉크(MM JAZZ)’를 창간했고, ‘옐로우 자켓’이라는 재즈바도 운영했다. 국제 재즈 페스티벌을 기획했고, 재즈 다큐멘터리를 만든 적 있다.

 골수 재즈빠인 그가 록의 역사를 담은 만화 『페인트 잇 록,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2, 3권을 최근 펴냈다. 2009년 나온 1권의 개정판과 함께다. 남씨가 직접 1000여 페이지에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록 계보를 그렸다. 그는 “블루스가 재즈와 사촌이라면 록의 할아버지인 로큰롤은 재즈의 외사촌뻘쯤 된다. 따져보면 록과 재즈는 친척 사이”라고 말했다. “블루스를 모르면서 헤비메탈만 파면 영양결핍에 걸린다. 음식과 마찬가지로 음악도 골고루 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록과 재즈에 대한 남씨의 평은 이렇다. “미술로 비유하자면 록은 디자인이고, 재즈는 회화다. 록은 잘 짜인 멜로디 중심이다. 반면 재즈는 가창보다 연주 위주고, 즉흥연주가 많다. 그래서 여백이 있는 회화가 연상된다. 어렸을 땐 록을, 커서는 재즈를 주로 들었다. 둘 다 사랑한다.” 그러면서 “씀바귀처럼 맛이 쓴 나물은 나이가 들면서 제맛을 알게 된다. 재즈를 즐기는 데도 연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재즈 잇 업, 만화로 보는 재즈의 역사』와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도 냈다. “사람들이 대중예술을 더 쉽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전문 만화가는 아니지만 그의 그림은 제법 구성지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씨는 “원래 낙서하기를 좋아했다. 대학에선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작은 네모 칸에 그림을 그려 이야기를 구성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만화가가 존경스럽다”고 했다. 그의 만화는 일본서도 제법 인기다.

 만화부터 음악감독, 영화촬영까지 일은 많이 벌였지만 큰 돈은 못 벌었다고 한다. 그는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찾아서 한 것들”이라며 “그래서 행복했으면 됐다”고 말했다.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나”는 질문엔 “열심히 일하다 보니 먹고는 산다”며 웃었다. 남씨는 다시 친정인 재즈로 돌아간다. 곧 모던 재즈를 다룬 카툰 에세이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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